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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밀착취재] 대목에도 보신탕집 한산… ‘복날은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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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복 ‘개고기 특수’ 사라져 상인들 울상 / 서울시내 보신탕집 해마다 줄어 / 2014년 329곳… 9년사이 40%↓ / 반려견 문화 확산 거부감 커져… 외국인들 광화문서 피켓시위도

“장사는 무슨….”

중복인 27일 서울 동대문구 경동시장의 ‘개고기 골목’. 개고기 도·소매업을 하는 A씨는 ‘대목인데 장사가 잘 되냐’고 묻자 미간을 찌푸리며 이같이 말했다. “개고기의 주된 소비층인 젊은 직장인들이 보신탕을 잘 찾지 않으면서 장사가 통 되지 않는다”는 설명이었다.

실제 이날 점심시간인데도 보신탕집과 개고기 도·소매점이 늘어선 이 골목에는 인적이 드물었다. 철창에 갇힌 개들의 냄새와 개털을 태우는 냄새가 코를 찔렀다. 이 시장에는 개고기 도·소매를 하는 도살업소와 보신탕집이 각 6개, 13개가 영업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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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복인 27일 서울 중구 황학동 중앙시장의 개고기 판매점 밀집 거리가 한산한 모습이다.하상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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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최근 보신탕 관련 상인들 사이에서는 ‘복날 특수는 옛말’이란 푸념이 나온다. 매년 초·중·말복이 있는 7∼8월에 반짝 장사가 되는데 요즘에는 손님들 발길이 끊기다시피 했다.

27일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 시내 보신탕집은 2005년 528개에서 2014년 329개로 줄었다. 9년 사이 40% 가까이 급감한 것이다. 무엇보다 개를 가족처럼 여기는 반려견 문화가 확산하면서 개 식용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확산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12월 현재 전국 지방자치단체에 등록된 반려견만 97만9000마리(동물 등록제)에 달한다. 100만마리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동대문구 관계자는 “동물 학대 여부 등을 단속하기 위해 경동시장에 자주 나가는데 개고기를 찾는 사람이 과거에 비해 많이 준 것 같다”며 “아무래도 개에 대한 인식이 달라진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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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5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영국인 마들린 워런씨가 개 식용을 반대하며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개 식용을 멈춰달라는 국내외 압력도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이탈리아 우파 정당인 전진이탈리아(FI)의 미켈레 비토리아 브람빌라(49·여) 의원은 22일(현지시간) 밀라노에서 복날에 보신탕을 먹는 한국의 풍습을 다룬 ‘한국, 공포의 식사’란 영상을 상영하면서 “한국인이 개고기를 먹는 데 반대하는 운동에 동참해달라”고 호소했다. 그는 “한국이 보신탕을 먹는 풍습을 중단하지 않으면 유럽연합(EU) 차원에서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을 보이콧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근에는 영국인 2명이 서울 광화문광장 등지에서 ‘보신탕은 이제 그만’이란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국내 동물보호단체들도 개 식용 문제가 심각하다고 입을 모은다. 한국동물보호연합 이원복 대표는 “매년 약 300만마리의 개가 식용으로 쓰이고 보신탕집과 개소주를 파는 건강원은 전국에 1만개가 넘는다”며 “반려동물을 식용하는 습관은 모든 동물 학대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개 식용 금지법 제정에 앞장선 다솜의 서선일 대표도 “개 식용에 대한 수요가 줄었다는 업주들의 말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개 도살장 등 눈에 보이는 혐오시설이 사라졌을 뿐 도살장과 보신탕집은 점점 분업화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박진영 기자 jy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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