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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車 AS규정에 칼빼든 공정위, 개정까진 '가시밭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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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스바겐 등 피해 속출해도 교환·환불 6.9% 그쳐

국회 법 개정 없고 분쟁 잇따라..고시 개정부터 추진

개정안, '소비자보호' 명분 있지만 실효성 의문

시민단체·업계 "모호한 AS규정 구체화해야"

[세종=이데일리 최훈길 김형욱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30년 만에 자동차 교환·환불 규정 개정에 나선 것은 소비자피해가 심각하다는 판단에서다.

27일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소비자원에 접수된 국내외 자동차 피해 상담은 최근 4년(2013~2016년 5월) 2904건에 달했다. 하지만 상담 이후 교환·환급을 받은 경우는 4년간 199건(6.9%)에 불과했다. 공정위는 소비자원에 피해 접수를 하지 않고 개별적으로 업체와 해결한 경우까지 포함하면 실제 피해 건수는 더 많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지난해부터 폭스바겐 차량에 대한 소비자들의 교환·환불 요구가 빗발쳤다. 지난해 국감에서도 “차량은 1회 결함만 있어도 대형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며 관련 법·규정의 개정 필요성이 제기됐다.

하지만 말뿐이었다. 교환·환불을 강제하는 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발의됐을뿐 통과된 건 없다. 국토교통부가 지난 1월 정부 입법을 추진하기로 했지만 관련 법은 개정되지 않은 상태다. 그동안 자동차 업계에선 30년 전 만들어진 공정위 고시를 근거로 교환·환불을 거부해왔고 피해자와 분쟁이 속출했다.

이에 따라 소비자원에 관련 연구업무를 의뢰한 공정위 소비자정책국은 미국의 자동차 교환·환불 제도인 레몬법 등을 참조해 이 같은 소비자분쟁해결기준 개정안을 마련했다. 미국은 51개 주별로 교환·환불 규정이 다르지만, 규정이 엄격한 주의 경우 차량 인도일로부터 1년 이내에 중대 결함은 2회, 일반 결함은 4회 발생 시 교환·환불이 가능하다. 중국은 주요 부품에 3회 하자가 발생했을 경우 교환·환불이 가능하고 이 기간은 한국의 2배 수준인 2년까지 보장해주고 있다.

문제는 이번 개정안이 얼마나 소비자분쟁 해소에 실효성을 가질 지다. 소비자보호라는 명분을 살리고 피해구제 효과까지 얻을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하지만 벌써부터 각계각층에서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지적이 제기된다. 고시 개정까지 가시밭길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송상석 녹색교통운동 사무처장은 “급발진, 주행 중 시동꺼짐 등 중대 결함이라고 볼 수 있는 내용도 제조사에선 다르게 봤다. 교환·환불이 가능한 ‘동일하자’를 무엇으로 볼지도 엇갈렸다”며 “불분명한 조항과 소비자 입증 책임이 여전한 상황에서 교환·환불 가능 횟수만 줄이는 건 효과에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자동차 판매·정비 현장에서도 교환·환불 요건을 완화하는 현 제도에는 찬성하되 그 요건을 좀 더 명확히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교환·환불에 들어가는 비용 그 자체보다도 ‘중대한 결함’ 같은 모호한 요건 탓에 벌어지는 고객과의 갈등에 따른 어려움이 더 크다는 설명이다.

앞서 공정위는 2003년도 당시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 주행 및 안전도 관련 중대 결함에 해당되는 부품으로 제동장치, 엔진 등을 명시했다. 하지만 2008년도에는 이 내용을 전부 뺐다. “명시된 부품 결함에만 교환·환불이 제한된다”는 지적 때문이다.

현재 공정위는 부품 등을 얼마나 명시해 조항을 구체화 할지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이 대목이 규정 개정에 나선 공정위의 고민 중 하나다. 이유태 소비자정책과장은 “개정안이 10월께 시행되면 소비자구제 효과가 클 것이라는데 의심의 여지가 없다”며 “모호한 조항을 구체화하는 방안에 대해선 행정예고 과정에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행정예고는 내달 17일까지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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