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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대법, '오원춘 사건' 경찰과실 인정…"손해배상해야"(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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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심, '과실-사망' 인과관계 인정 안해

대법 "제대로 대처했다면 생존상태 구출했을 것"

(서울=뉴스1) 구교운 기자 = 대법원이 '오원춘 사건'에서 경찰의 과실을 인정하고 유족들에게 손해배상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2심에선 국가의 위법행위가 인정되지 않아 위자료 2130만원만 인정됐었다.

대법원 2부(주심 조희대 대법관)는 27일 피해자 A씨의 유족 4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112 신고센터에서 A씨가 신고한 내용과 그 심각성을 현장에 출동하는 경찰들에게 제대로 전달했더라면 수색 범위를 한정하고 범행현장 부근을 수색해 A씨가 생존한 상태에서 구출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경찰관들의 직무상 의무 위반행위와 A씨의 사망 사이에는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국가의 손해배상책임을 일부 인정하지 않은 2심 판결을 깨고 사건을 돌려보냈다.

오원춘은 2012년 4월1일 경기 수원시 팔달구 자신의 집으로 A씨를 끌고간 뒤 성폭행을 시도하다 실패하자 A씨를 살해하고 시신을 토막냈다.

A씨는 살해되기 전인 밤 10시50분쯤 112에 신고해 위치와 상황을 알리다 오원춘에게 발각됐다. 전화가 끊기지 않은 채 오원춘과 A씨의 대화 내용과 현장 상황이 전달됐지만 신고센터 요원은 A씨에게 계속 "주소를 다시 알려달라"고 요청했다. 해당 요원은 전문교육을 받지 않은 순경이었다.

A씨가 '집 안'이라고 말했지만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다. 신고 당시 또다른 신고센터 직원은 오원춘의 목소리를 듣고 "아는 사람 같은데. 부부싸움 같은데"라고 말하기도 했다.

112 신고센터는 통화 도중인 10시51분쯤 관할 경찰서와 지구대에 출동지령을 내렸고 수색이 시작됐다. 전화가 끊긴 뒤 지령실 근무자가 녹음파일을 재생하려고 했지만 시스템 오류로 재생이 되지 않았고 2일 오전 1시쯤 출동경찰관에게 녹음파일이 전달됐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들이 주변 탐문 수색 끝에 2일 오전 11시50분쯤 오원춘을 체포했지만 범행은 이미 끝난 뒤였다.

유족들은 A씨가 자신의 위치를 알리는 신고전화를 했는데도 경찰이 초동수사를 미흡하게 해 생명을 잃었다며 국가를 상대로 3억6000만원을 지급하라는 소송을 냈다.

1심 재판부는 유가족에게 위자료를 포함해 1억원을 배상하라고 선고했다.

재판부는 "경찰이 상당히 노력했음에도 주의 의무에 소홀해 국가 책임이 인정된다"면서도 "직접적인 사망원인이 가해자인 점을 고려해 국가의 책임을 30%로 제한한다"고 밝혔다.

2심 재판부는 국가의 손해배상청구 부분을 기각한 채 위자료 2130만원만 지급하라고 선고했다.

재판부는 Δ교육받지 않은 순경을 투입하고 Δ'A씨가 집 안에 있다'는 정보와 매우 위급한 상황인 것을 제대로 전달되지 않은 점 Δ녹취재생시스템 오류 등 일부 위법 행위가 있었다는 점은 인정했다.

하지만 주소를 다시 물은 행위와 부부싸움 같다고 말한 점 등은 위법한 행위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경찰의 위법행위가 없었다면 A씨가 사망에 이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단정하기 부족하다"며 "1심에서 인정된 위자료 2130만원만 지급하라"고 선고했다. 전국 경찰관들이 1억7000여만원을 모금해 유족들에게 전달한 점도 고려했다.

오원춘은 2013년 1월 무기징역이 확정돼 복역하고 있다.
kuk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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