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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3 (화)

폭력 없었지만… 성주 '사드 민심'은 싸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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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지도부 '사드 달래기' 방문]

성주 군민들 "사드 철회하라" 장례 퍼포먼스·곡소리·구호…

"성주 배치는 노블레스 오블리주" 백승주 발언 놓고 군민 반발

정진석 "청문회 이상이라도 할 용의… '안전협의체' 구성"

정진석 원내대표를 비롯한 새누리당 원내 지도부가 26일 미군의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가 확정된 경북 성주를 찾았다. 사드 배치에 반발하는 성주 민심을 달래기 위해 대화에 나선 것이다. 이날 사드 배치 문제를 놓고 새누리당 지도부와 성주 군민들은 평행선을 달렸지만 지난 15일 황교안 국무총리가 성주를 찾았을 때처럼 폭력사태가 발생하지는 않았다. "성주 주민들이 이전보다 자제력을 발휘하고 있다"는 얘기도 나왔다.

정 원내대표와 김광림 정책위의장, 김도읍 원내수석부대표 등은 이날 오전 사드 배치 예정 부지인 성산포대를 방문했다. 정 원내대표의 포대 방문에는 성주가 지역구인 새누리당 이완영 의원과 인근 김천의 이철우, 구미의 백승주 의원 등이 동행했다. 김관용 경북지사 등 정부 관계자와 '성주 사드배치저지 투쟁위원회' 회원 10여명도 함께했다. 이후 정 원내대표는 1.5㎞ 정도 떨어진 성주군청에서 투쟁위 회원 100여명과 1시간 20분가량 간담회를 했다. 간담회가 열리는 동안 군청 앞마당에서는 투쟁위 회원 200여명이 "사드 배치 반대"를 외치며 항의 시위를 벌였다.

조선일보

26일 사드 배치 예정지인 경북 성주를 방문한 정진석(가운데) 원내대표 등 새누리당 원내 지도부 인사들이 주민들의 항의를 받으며 굳은 표정으로 성주군청에 들어가고 있다. /김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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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원내대표는 간담회에서 "새누리당은 국가 안보를 최우선의 가치로 삼고 있지만 성주군민들의 안전도 중요하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면서 "성주군민, 경상북도, 주한미군, 새누리당이 참여하는 '성주 안전 협의체'를 구성해 안전 문제를 처리해나가야 한다"고 했다. 그는 "사드 배치는 여러분의 희생과 피해를 강요하면서 진행될 수는 없다"면서 "환경 영향 평가 결과 인체와 환경에 위해성이 판명 나면 저부터 사드 배치를 반대하고 막겠다"고 했다. 정 원내대표는 '사드 배치와 관련해 국회에서 청문회를 열어야 한다'는 주민들에게 "청문회 이상이라도 필요하다면 못할 이유가 없다"고도 했다.

정 원내대표는 그러나 사드 성주 배치를 재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선 "국가의 안전 없이는 성주의 안전도 없다고 생각한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사드 배치 문제를 국회 차원에서 재논의하는 방안을 박근혜 대통령에게 당론으로 건의할 생각이 없느냐'는 주민들의 질문에 "그렇게 해결될 사안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도 했다.

이날 성주군청 앞마당에는 '사드 찬성 새누리당,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라는 리본이 달린 근조 화환이 놓였고, 일부 시위대는 '우리의 마음에서 새누리당은 죽었다' '박근혜 탄핵이 대안이다' 등의 글귀가 적힌 팻말을 들고 장례식 퍼포먼스도 했다. 상복을 입은 일부 주민은 상여를 짊어진 채 곡소리를 냈다. 정 원내대표 등이 군청에 들어서자 일부 시위대가 에워싸며 "사드 배치 철회하라", "새누리당 물러가라" 등의 구호를 외쳤지만 물리적 충돌은 발생하지 않았다.

간담회에서도 거친 발언들이 쏟아졌다. 이 과정에서 일부 회원은 국방차관 출신인 백승주 의원과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백 의원은 앞서 국회 본회의에서 "박 대통령의 선영이 있는 성주에 사드 배치를 결정한 건 일종의 노블레스 오블리주 아닌가"라고 했다. 이에 일부 회원이 "당신의 지역구(구미)에 있는 금오산에 사드를 배치해도 찬성하겠느냐"고 따지자 백 의원이 "그렇다"고 답했고, 이어 "사드를 구미로 갖고 가라"는 등 고성이 터져 나왔다. 아이 세 명의 어머니라고 자신을 소개한 한 여성은 "대통령은 애를 안 낳아봐서 모르실지도 모르겠다"며 "(사드 배치가) 아이들에게 생체실험하는 것 아니냐"고 주장하기도 했다.

새누리당은 이날 성주 방문에 대해 "성주 주민들과 대화의 물꼬를 텄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정 원내대표는 간담회 뒤 본지 통화에서 "현재 정부와 주민들의 대화가 단절된 상태"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대화를 통해 오해를 풀고, 사드 배치의 공감대를 마련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간담회에 참석한 이 지역 국회의원인 이완영 의원은 "이번 대화가 정부·여당과 성주 군민 간의 실질적인 첫 대화"라며 "성주 주민들이 자제력을 발휘하고 있다"고 했다.

한편 국방부는 일각에서 사드 배치 부지로 성산포대가 아닌 성주 염속산 등 '제3 후보지'를 거론하는 것과 관련해 "사드 배치 부지를 변경할 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문상균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군사적 효용성과 작전 가능성, 비용, 공사 기간 등을 기준으로 판단했을 때 이른바 제3 후보지들은 부적합한 요소가 많이 발견됐다"고 했다.





[성주=이옥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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