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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트렌드를 먹는다, 인증 놀이를 즐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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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시간 줄 서 먹는다는 '쉐이크쉑' 열풍 들여다보니…]

정신과 의사 - "새로운 경험 위해 기다리는 행위가 '놀이'로"

문화평론가 - "일상 속 작은 사치"

레스토랑 컨설턴트 - "20대들은 SNS에 올리며 또래에게 과시"

미식가 - "맛있지만 줄 설 정도는…"

"3시간 기다려 먹을 가치가 있다" vs. "그 정도 굶으면 돌멩이도 맛있겠다"

말 그대로 난리다. 쉐이크쉑(Shake Shack) 대소동. 아무리 그래도 땡볕 더위에 햄버거 하나 먹으려고 3시간을 줄 선다는 게 말이 되나. 미국 뉴욕의 프리미엄 버거인 쉐이크쉑 국내 1호점이 문 연 지 5일째. 쉐이크쉑을 들여온 SPC그룹 관계자는 26일 "첫날과 마찬가지로 하루 3000개씩 5일 동안 1만5000개 가까이 팔려나갔다"고 했다. 이 열풍의 커튼 뒤에는 어떤 문화적·심리적 이유가 숨어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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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서울 강남역 부근에 문을 연 ‘쉐이크쉑’매장에 버거를 먹기 위해 몰려든 사람들로 일대가 혼잡을 빚었다. /성형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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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리기가 하나의 놀이가 됐다"

정신과 의사 하지현씨는 젊은 세대가 줄서기 그 자체를 하나의 놀이로 여기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새로운 것을 처음 경험하는 즐거움, 그리고 이를 위한 줄서기가 하나의 엔터테인먼트가 됐다"는 것이다. 한국의 20대는 경험을 선점하고 공유하고픈 욕구가 큰 세대다. 하씨는 "쉐이크쉑 버거는 대한민국에서는 처음 경험하는 것"이라며 "증강현실(AR) 스마트폰 게임 '포켓몬 고'에 열광하며 속초·울산으로 젊은이들이 몰리는 현상과 매우 비슷하다"고 했다.

◇"내 일상의 소박한 사치"

'고스펙 저소득' 청년세대의 소박한 사치라는 해석도 있다. 인터넷과 SNS로 전 세계 정보를 실시간 흡수하지만, 경제적 여유는 많지 않은 청년 세대의 새로운 소비트렌드라는 것이다. 레스토랑 컨설턴트 김아린씨는 "학자금대출 등 부채는 많지만 그래도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 등 SNS는 해야겠다는 밀레니얼 세대(베이비붐 세대의 자식 세대·현재의 20대)에게 매우 좋은 아이템"이라고 했고, 문화평론가 하재근씨는 "너무 비싼 물건은 소비하기 어렵지만, 몇만원 정도의 음식은 '스몰 럭셔리(small luxury)' 즉 일상 속 작은 사치로 젊은 세대가 향유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되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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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 대신 치즈로 속을 채워 바삭하게 튀긴 버섯 패티를 사용한 ‘슈룸 버거’. /SPC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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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 창업·경영 컨설턴트 김유진씨 역시 "햄버거를 먹는다기보다 '트렌드'와 '과시'를 소비하는 것"이라며 "인증샷을 찍어 SNS에 올림으로써 '이게 핫(hot)한 트렌드래' '나도 미식 대열에 합류했어'라고 과시하고픈 심리가 포함되어 있다"고 덧붙였다.

◇직접 먹어보니-빵(bun)이 독특하네

26일 오전 10시 50분 쉐이크쉑 강남점을 찾았다. 영업 개시 10분 전이었다. 이미 150명 정도 줄을 서 있었다. 맨 앞에 서 있던 20대 남성은 "오전 9시 도착했다"고 했다. 매장 뒤 주차장까지 이어진 줄 맨 끝에 섰다. 마침내 가게 문이 열리고, 1시간쯤 지나 매장에 들어섰다.

쉐이크쉑 버거는 번(빵)이 인상적이었다. 쉐이크쉑의 '포테이토 번'은 밀가루와 감자가루를 섞어 만든다. 전분 함량이 높은 감자가루 때문인지 떡처럼 쫀득했다. 한국인이 좋아하고 익숙한 식감이다. 햄버거를 먹다 보면 패티(고기)·치즈·채소 등 속 재료가 따로 놀기 십상이지만, 이 쫀득한 번은 속 재료를 감싸 안아 삐져나오지 않았다. 감자전분이 밀전분보다 수분을 많이 흡수하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자 번이 찐득거리고 질척해지는 건 아쉬웠다. 하지만 햄버거는 오래 두고 먹기보단 빨리 소비하는 음식이라 단점보다는 장점이 커 보인다.

직접 맛을 본 음식평론가들의 평은 "맛있지만 그렇게 오래 줄 서서 먹을 만한지는 모르겠다"로 요약된다. 음식 칼럼니스트 박정배씨는 "쉐이크쉑에는 세트메뉴가 없다"며 "대표 메뉴인 쉑버거(6900원)에 감자튀김(3900원)과 음료로 밀크셰이크(5900원)를 추가하면 총 1만6700원으로 비싼 편"이라고 했다." 참고로 맥도날드 '빅맥 세트'는 5500원이다.



[김성윤 음식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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