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4 (수)

하루 만에 암세포 40% 잡아먹는 ‘초소형 로봇’ 등장

댓글 4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전남대 박성호 교수팀 세계 첫 개발

항암제 나노입자, 리모컨처럼 조종

암을 치료하는 의료용 마이크로 로봇이 등장했다. 박석호 전남대 기계공학부 교수팀은 미래창조과학부 지원을 받아 대장암·유방암·위암·간암·췌장암을 치료할 수 있는 직경 20㎛ 크기(머리카락 굵기의 5분의 1) 초소형 로봇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고 26일 밝혔다. 이 로봇의 실체는 면역세포 중 하나인 ‘대식세포(macrophage)’다. 대식세포는 인체에 이물질이 들어오면 선봉대로 나서 세포를 잡아먹는 면역작용을 한다.
중앙일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물질을 잡아먹는다는 특성을 이용해 연구진은 항암제를 넣은 나노 입자를 대식세포가 ‘잡아먹게’ 했다. 대식세포에 항암제를 집어넣은 셈이다. 이렇게 항암제를 먹고 배를 두드리는 대식세포에게 왜 ‘로봇’이란 이름을 붙였을까. 리모컨으로 로봇의 팔·다리를 조작하는 것처럼 대식세포도 컨트롤할 수 있는 기술을 확보했기 때문이다. 여기서 리모컨 역할을 하는 게 자기장이다.

연구진은 나노 입자에 항암제를 넣으면서 일종의 쇳가루인 산화철(Fe2O3)도 같이 넣었다. 따라서 산화철에 자기장을 걸어주면 대식세포의 움직임을 조종할 수 있다. 전류량이나 전극을 바꾸는 등 자기장을 조절하면 산화철이 원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기 때문이다. 일반 혈관과 달리 종양 혈관은 불규칙한 모양이어서 약물을 종양까지 보내는 게 어려운데 자기장으로 이 문제를 해결한 것이다. 심지어 이 로봇은 종양의 핵심인 중심 부분까지 침투한다. 종양 중심부에는 혈관이 없어 기존 암 치료 약물은 종양 중심부까지는 들어가지 못했다.

연구팀은 이 로봇의 효과도 입증했다. 박석호 교수는 “마이크로 로봇을 투입한 지 24시간 만에 대장암세포가 45%, 유방암세포가 40% 정도 줄어든 것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대식세포 자체가 암을 먹어 치우는 동시에 대식세포가 먹었던 항암제가 흘러나와 암세포를 공격했기 때문이다. 이번 연구는 지난달 27일 세계적 과학 학술지인 네이처(Nature) 자매지인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s)’에 게재됐다.

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ng.co.kr

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ng.co.kr

▶SNS에서 만나는 중앙일보 [페이스북] [트위터] [카카오스토리]

ⓒ중앙일보(http://joongang.co.kr) and JTBC Content Hub Co., Lt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