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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앵커브리핑] "이쯤 가면 막하자는 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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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26일)의 앵커브리핑을 시작합니다.

"이쯤 가면 막하자는 거지요?"

토론의 달인이라 불렸던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전국에 생중계된 그의 목소리엔 알게 모르게 노기가 서렸던 기억입니다.

이제 막 취임한 신임 대통령이 자청해서 벌인 검찰 개혁을 위한 텔레비전 토론회… 지금 생각하면 무척 진귀한 토론회.

이른바 토론의 달인을 노하게 만든 건 바로 대한민국의 검사들이었습니다.

살아있는 권력에도 소신껏 할 말은 하는… 어찌 보면 당당한 모습에 국민들 사이에선 '검사스럽다'는 신조어가 회자되기도 했지요. 물론 여기에는 한편으로 부정적인 뜻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검찰 개혁의 꿈은 흐지부지 꺾였습니다.

그렇게 소신 하나로 대통령을 향해 대거리를 하던 열혈 검사들…어찌된 일인지 다음 정권부터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대신 다시 등장한 별칭은 '정치검찰'… 아니 '검찰정치'. 정치권력은 늘 그랬듯 그 검찰을 한지붕 아래로 불러들였습니다.

급기야는 현직 검사장이 구속되는 초유의 사태가 빚어지고, 검찰 출신 청와대 민정수석까지 도마 위에 오른 상황.

이른바 신상털기에 가까운 보도가 이어지고 있고 그 먼지로 사방이 자욱해 보입니다.

그러나 먼지는 시간이 지나면 가라앉게 마련이고 그 뒤의 본질은 정치와 검찰이 결합한 왜곡현상이 아니던가… 가끔 인용하는 중앙일보의 권석천 논설위원의 칼럼을 오늘도 인용겠습니다.

자주 인용한다 핀잔을 주실지 모르겠습니다만은 오늘 이 칼럼은 본질을 꿰뚫고 있기 때문에 인용하지 않을수가 없군요.

이렇게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본질은 검찰정치다. 왜 우병우 같은 사람을 민정수석에 앉혔느냐는 물음은 핵심을 비켜간 것이다. 그는 도덕적이어서가 아니라 검찰정치를 집행할 유능한 기술자로 간택됐다. 우리는 인간 진경준에 대한 분노를 넘어 그의 범죄가 어떻게 가능했느냐고 질문을 던져야 한다. 그들을 검찰정치의 아바타, 검찰권의 아바타로 만든 시스템의 책임도 끝까지 물어야 한다."

다시금 떠오르고 있는 검찰 개혁의 화두를 한국사회는 지켜낼 수 있을 것인가.

"이쯤 가면 막하자는 거지요?"

그 진귀했던 토론의 풍경이 다시 떠오르는 오늘의 앵커브리핑이었습니다.

손석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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