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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신한은행, 직원 46% ‘재택근무’ ‘파격 실험’ 성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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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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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 강도가 센 은행직원들도 ‘저녁이 있는 삶’을 누릴 수 있을까. 신한은행이 국내은행 중 처음으로 재택근무와 자율 출퇴근제를 도입하는 등 근무체계 혁신에 나섰다. 다른 업권에 비해 직장문화가 보수적인 은행권에서 신한은행의 ‘실험’이 성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신한은행은 지난 25일부터 은행권 최초로 ‘스마트 근무제’를 시행한다고 26일 밝혔다. 우선 재택근무가 도입된다. 고객과 창구에서 직접 접촉하지 않거나 은행 전산망을 쓰지 않아도 되는 직원(기획 아이디어 및 상품개발 직군 등) 6500명이 대상이다. 전체 직원 1만4000여명 중 46%에 해당한다.

직원 개개인의 생활 패턴에 맞춰 출퇴근 시간을 조정하는 ‘자율 출퇴근제’도 도입한다. 육아 문제로 출근시간을 미뤄야 하는 맞벌이 부부나 글로벌 협업 등으로 해외 시차에 맞춰 일해야 하는 직원, 원거리 주말부부여서 월요일 아침은 이른 출근이 어려운 직원, 출근길 교통체증을 피해 일찍 출근하고 싶은 직원 등 전 직원을 대상으로 한다. 하루 9시간(휴식시간 1시간 포함) 근무만 지킨다면 자율 출퇴근제를 신청해 출퇴근 시간을 조정할 수 있다. 고객 상대 업무가 많은 영업점 직원들의 경우 재택근무보다 자율 출퇴근제를 주로 이용할 것으로 은행 측은 예상했다.

기존 사무실 외 별도로 ‘스마트워킹센터’도 마련했다. 본점과 영업점 직원들 중 단독으로 업무를 볼 수 있는 직원들이 이용할 수 있으며, 기존 사무실과 동일하게 은행 전산망을 통해 업무를 볼 수 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사무실과 집이 멀어 출퇴근 시간이 오래 걸리는 직원들이 인근의 스마트워킹센터에서 일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스마트워킹센터는 유니폼이나 정장을 입어야 하는 본점·영업점과 달리 복장 제한을 없애기로 했다. 청바지, 운동화뿐 아니라 반바지나 후드티 등 모든 복장이 허용된다. 휴게실엔 다트 게임기 등을 설치해 쉬면서 일할 수 있도록 했다. 신한은행은 서울 강남과 용인 죽전, 서울역 3곳에 스마트워킹센터를 마련했으며 화상 회의실과 사무공간, 휴게실 등을 설치했다. 신한은행 측은 스마트근무제 도입이 워킹맘의 일·가정 양립과 직원들의 원거리 출퇴근 고충 해결 등 ‘직원 행복 프로젝트’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국내에서도 자율 출퇴근제 등 유연근무제를 도입하는 기업이 늘고 있지만, 선진국에 비하면 도입률이 여전히 낮은 실정이다.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자율 출퇴근제의 도입률은 12.7%로 미국(81.0%)이나 유럽(66.0%)에 비해 낮다.

반면 일본의 경우 도요타자동차가 일주일 1차례 2시간씩만 출근하는 방식의 재택근무를 8월부터 도입하기로 하는 등 주요 기업의 유연근무제가 전 산업으로 확산되는 추세다. 미쓰이스미토모은행도 이달 말부터 전 직원의 3분의 2에 해당하는 1만8000명을 대상으로 재택근무를 확대하는 등 일본의 ‘빅3 은행’이 모두 연내 재택근무 도입을 확정지었다.

국내에선 유연근무제 도입 1년 만에 매출이 10% 이상 늘어난 유한킴벌리 등이 성공사례로 꼽히지만, 여전히 낮은 도입률과 보수적인 기업 문화는 넘어야 할 장벽이다. 자율 출퇴근제를 시행 중인 중견기업 사원 김모씨(31)는 “처음엔 직원 대부분이 기대를 걸었지만 상사 눈치나 동료들에 대한 미안함 때문에 거의 사문화된 상태”라며 “제도가 좋아도 조직 문화가 경직되니 소용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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