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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3 (화)

비참한 생활에 멍드는 나홀로 유럽행 미성년 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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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국 무관심에 방치…일부는 공공장소 노숙

"범죄 노출된듯 절반이 성병…송환우려에 지문 없애기도"

연합뉴스

난민 어린이들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 홀로 유럽으로 건너간 미성년 난민들이 비참한 처지에 몰려 있으며 인신매매를 비롯한 범죄에까지 노출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5일(현지시간) 영국 상원 유럽연합(EU)위원회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동행자가 없는 미성년자 8만8천265명이 EU에 난민 신청을 했다. 전년(2만3천150명)보다 3.8배가량 증가한 수다.

보고서는 이런 유럽행 미성년자 수천 명이 적절한 보살핌을 받지 못한 채 범죄에 노출되거나 당국자들의 의심을 받는 등 절망적인 처지에 있다고 지적했다.

유럽에 도착하기까지, 그리고 EU 국가 안에서 이동하면서 이들은 인신매매, 성범죄 등에 노출된다.

아동구호단체 세이브더칠드런이 이탈리아에서 시행한 한 프로그램에서 이주 미성년자들을 조사한 결과, 50%가 성적 접촉으로 전염되는 병에 걸린 것으로 나타났다. 이동 중에 성적으로 학대를 당했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다.

유럽 공동 경찰기구인 유로폴에 따르면 유럽행 미성년자 1만 명 이상이 EU 국가에 난민 신청을 한 이후 행방이 확인되지 않는 상태로, 범죄에 노출됐을 가능성이 우려된다.

또한 EU 국가들은 이주 미성년자들에게 적극적인 도움보다는 의심과 불신의 눈길을 주고 있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신원을 증명하는 서류를 갖추지 못한 이주 어린이의 말을 믿지 않는 분위기가 당국자들 사이에 퍼져 있으며 미성년자를 수용하는 데 사회적 비용이 더 크다는 점에서 당국자들이 어린이들의 나이를 실제보다 올려 잡는 것이 선호되는 현실이다.

이탈리아, 그리스에서는 미성년자들이 앞서 경유한 국가로 송환될 가능성 등을 우려해 난민 등록을 하지 않으려고 자신의 손가락 지문을 불로 지지거나 훼손하는 일도 일어나는 것으로 전해진다.

난민 캠프의 상황뿐 아니라 호텔, 학교 등지에 임시로 마련된 시설에 머무는 미성년자들 역시 제대로 된 음식과 위생관리, 당국의 공식적인 정보, 법적 조언 등을 받지 못하며 일부는 주차장, 지하철역, 병원 대기실, 거리에서 잠을 자고 있다.

우울증이나 외상후스트레스장애 등도 이주 미성년자들에게는 흔하게 나타나고 있다.

위원회는 특히 영국을 비롯한 EU 국가들이 '남의 일'인 것처럼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으려는 태도로 미성년 난민 문제를 다루고 있다고 비판했다.

우샤 프라샤 영국 상원 EU위원장은 "현재의 난민위기는 EU가 직면한 가장 큰 인도적 위기이며 동반자 없는 미성년 이주자들은 이 위기의 극단에 있다"며 "영국을 비롯한 EU 국가들이 이 짐을 공평하게 나눠서 지는 데 실패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이 복잡한 문제를 신속하게 살펴보도록 EU와 영국 정부에 촉구한다"며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이들이 무엇보다 어린이라는 것이며 이들을 인도적인 방식으로 돌보는 데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cheror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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