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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롯데家 분쟁 1년]재계 5위 그룹 오너가의 수난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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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권 분쟁 이어 검찰의 전방위적인 압박
신영자 구속, 신격호·신동빈 검찰 조사 예고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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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주현 기자]롯데그룹 신격호 총괄회장, 신동빈 회장,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SDJ코퍼레이션 회장), 신영자 이사장 등 오너일가의 수난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해 7월 두 아들의 경영권 분쟁으로 일가의 면면이 공개된 가운데 올해는 그룹을 향한 검찰의 전방위적인 압박에 신 이사장이 구속되는 것은 물론 나머지 일가를 향한 수사도 예고되는 등 그야말로 처절한 상황이다.

롯데 일가를 수렁속에 빠지게한 형제의 갈등은 지난해 7월 시작됐다. 신 부회장은 아버지 신 총괄회장에게 동생 신 회장의 경영손실을 보고했고, 이후 신 총괄회장은 신 회장에게 일본 롯데그룹 이사직을 그만 둘 것을 지시했다.

그러나 신 회장은 롯데홀딩스 이사회를 열고 창업자인 신 총괄회장을 대표이사 회장직에서 해임했다. 형제 갈등이 부자 갈등으로 이어지면서 경영권 분쟁 긴장감은 최고조를 이뤘다.

차남이 임원진의 지지에 힘입어 아버지를 해임했다면 장남은 아버지를 등에 업고 물러서지 않았다. 여론전을 시작하며 신 전 부회장의 반격은 계속됐다

경영권 분쟁은 형사소송으로까지 이어졌으며 이 과정에서 신 총괄회장은 건강이 온전치 않다는 차남의 주장에 대응하기 위해, 본인의 판단 능력에 대해 '50대 때나 지금이나 차이가 없다'고 해명해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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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제간의 신경전이 계속되며 신 총괄회장은 신 전 부회장의 의도에 따라 동영상으로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는 것은 물론 집무실인 호텔롯데 34층을 최초로 언론에 공개하기에 이르렀다.

신 전 부회장측이 집무실의 경비 인력 교체를 요구하는 과정에 그동안 금단의 영역으로 여겨졌던 집무실을 공개하며 자의반 타의반으로 기자들 앞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신 회장측은 신 총괄회장의 건강상태에 대한 의구심을 지속적으로 제기해 그룹 창업주가 성년후견인지정 수순을 밟는 굴욕을 당하기도 했다.

이후 신 총괄회장이 수년간 치매약을 처방받아 복용해왔다는 사실까지 드러났으며 지난 3월 그룹의 모태인 한국 롯데제과와 호텔롯데 등기이사직에서 물러난데 이어 지난달 25일 롯데를 포함한 일본 롯데 계열사와 투자회사 등기이사직에서 물러나는 등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신 총괄회장은 오는 11월에는 부산롯데호텔, 내년 3월에는 롯데쇼핑과 롯데건설의 임기만료를 앞두고 있어 이들 자리에서도 연이어 물러날 가능성이 크다.

롯데그룹을 재계서열 5위, 자산규모 83조원의 재벌그룹으로 성장시킨 창업주로서 씁쓸한 퇴진을 경험하고 있는 것이다.

신 회장은 일본 롯데홀딩스 주주총회에서 세번째 승리를 거두고 원톱체제를 굳혔지만 대국민 사과를 포함해 수차례 고개를 숙이며 사과를 해야만 했다.

어눌한 말투로 일본 기업이라는 여론이 형성된데 이어 불매운동과 롯데홈쇼핑 재승인 문제, 면세점 재입찰 등 수많은 현안이 신 회장을 압박했다.

검찰의 수사에 자택이 압수수색을 당한 것은 물론 계열사 사장들이 줄줄이 소환되고 구속되는 등 경영에도 차질을 빗고 있다.

신 전 부회장 역시 '자신의 경영권을 위해 아버지를 이용하려 한다' '돈 앞에 형제도 없다'는 등의 비난과 움직이지 않는 종업원 지주회와 주주들의 싸늘한 반응에 힘든 나날을 보내야만 했다.

'아버지의 뜻'을 앞세워 자신이 롯데그룹의 후계자라는 사실을 줄기차게 주장했지만 3번의 주총에서 모두 패하는 굴욕을 당한 신 전 부회장은 무한 주총을 예고하며 장기전에 돌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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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


2번의 주총 이후 경영권 분쟁은 잠시 수면 아래로 가라 앉는 듯 했으나 검찰의 전방위적인 압수수색에 롯데그룹은 창사 이래 최대의 위기에 빠지게 됐다.

오너 일가와 각 계열사, 그룹 본사가 로비 및 비자금 조성 의혹으로 압수수색을 받는 가운데 신 이사장이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의 면세점 입점 로비 의혹과 관련해 70억원대 횡령과 뒷돈 수수 등의 혐의로 구속 수감되는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뿐만 아니라 검찰이 신 총괄회장과 신 회장 부자를 나란히 '피의자 리스트'에 올려두고 출국금지 조치해 소환조사는 예정된 수순이라는 평가다.

반면 신 전 부회장은 오너 일가 중 유일하게 검찰 수사 선상에서 빠져있으며 출국금지 조차 당하지 않아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상황이다.

때문에 신 회장이 검찰 수사와 경영현안 챙기기에 여념이 없을 때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경영권 분쟁에 유리한 국면을 점하기 위해 다양한 행보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사상 초유의 경영권 분쟁과 검찰 수사로 인해 '롯데 사태'가 장기화 되고 있다"며 "오너 일가의 면면이 만천하에 드러나고 구속수감 되는 등 재계 5위 그룹의 수난이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주현 기자 jhjh1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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