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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最古 시조집 '청구영언' 원본 찾았다…국립한글박물관 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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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공모 통해 구입…"시조집의 원형, 문학사적 가치 높아"

연합뉴스

김천택의 청구영언. 왼쪽에서 두 번째 시가 하여가다. [국립한글박물관 제공=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김천택이 1728년 편찬한 우리나라 최고(最古)의 시조집인 '청구영언'(靑邱<혹은 丘>永言) 원본이 국립한글박물관에 전시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국립한글박물관 관계자는 "유물과 자료를 공개 구매하는 과정에서 청구영언을 입수했다"며 "최근 전문가 자문 결과 이 책이 그간 학계에도 거의 공개되지 않은 김천택의 청구영언 원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25일 밝혔다.

해동가요, 가곡원류와 함께 우리나라 3대 시조집으로 꼽히는 청구영언은 개인 문집에 수록돼 있거나 구비 전승되던 시조 580수를 모아 펴낸 책이다. 조선이 건국되기 전 정몽주와 이방원이 읊었다는 '단심가'와 '하여가'가 한글로 처음 기록된 서적이기도 하다.

김천택이 청구영언을 편찬한 이후 19세기 말까지 조선에서는 170여종의 시조집이 간행됐다. 그중에는 김천택의 청구영언과 내용이 전혀 다른데도 같은 제목을 단 책도 있다.

청구영언 원본을 직접 살펴본 권순회 한국교원대 국어교육과 교수는 "김천택의 청구영언은 국립한글박물관 전시 전까지 일반에 공개된 적이 없다"며 "조선 시조집의 원형적 모델로 문학사적 가치가 매우 높다"고 평가했다.

권 교수는 "청구영언은 예부터 전해오는 노래 가사를 김천택이 적은 기록물로, 후대에 시조집을 지칭하는 보통명사처럼 사용될 만큼 영향력이 컸다"면서 "다른 시조집들은 청구영언의 편찬 형식을 그대로 따르면서 당시 상황에 따라 악곡과 사설을 더하는 형식으로 만들어졌다"고 덧붙였다.

김천택의 청구영언은 1948년 조선진서간행회(朝鮮珍書刊行會)가 활자본으로 출간한 바 있으며, 학계에서는 동명의 다른 책과 구분하기 위해 조선진서간행회의 '진'(珍) 자를 따서 '청구영언 진본(珍本)'이라고 불렀다.

그러나 김천택이 손으로 쓴 청구영언 원본은 서울 종로구 인사동에 있는 유명한 고서점이 소장하고 있으면서도 공개하지 않아 '도난됐다'거나 '심하게 훼손됐다'는 이야기가 돌았다.

권 교수는 "원본과 활자본 사이에는 약간의 차이가 있다"면서 "활자본 중간 제목에 있는 '무씨명'(無氏名)은 원본의 '무명씨'(無名氏)를 잘못 옮긴 결과라는 사실을 파악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금까지 2차 자료인 활자본으로 연구를 진행해 한계가 있었는데, 원본이 국립한글박물관에 공개돼 더 정확하고 다양한 연구가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며 "청구영언 원본이 개인에게 넘어가지 않은 것이 천만다행"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청구영언 원본을 영인본(원본을 복제한 인쇄물)으로 만들면 활용도가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립한글박물관 관계자는 "교과서, 문학 개론서에 빠짐없이 등장하는 책인 청구영언의 의미와 가치를 알릴 방법을 다각도로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psh59@yna.co.kr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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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천택의 청구영언 원본. [국립한글박물관 제공=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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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구영언 서문. [국립한글박물관 제공=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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