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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중국인 '부동산 쇼핑' 서울 강남까지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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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가 아파트 등에 잇따른 입질

영등포ㆍ마포선 땅 매입 2배 늘어

임대ㆍ관광사업 등 수익 노리고

홍대 주변에도 이미 발빠른 투자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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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어 간판이 뺴곡한 서울 구로구 대림동 차이나타운 모습. 최근 중국인 투자자들이 이 일대 토지와 빌딩 등 부동산을 적극 사들이고 있다. 배우한기자 bwh314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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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타운으로 불리는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 일대 부동산 시장에는 요즘 중국인들의 ‘입질’이 부쩍 늘었다. 중국인 투자자들이 호시탐탐 눈독을 들이면서 33㎡도 안 되는 점포에 권리금이 1억원 가까이 붙었을 정도다. 기존 한국인 상인들은 치솟는 임대료와 권리금을 견디지 못하고 대부분 이곳을 떠났다. 대림동이 있는 영등포구에서 중국인 토지 취득은 2014년에는 74건에 불과했지만 2015년(163건) 2배 이상 늘더니, 올해는 6월까지 129건이나 거래가 이뤄졌다. 이곳에서 15년째 공인중개사를 하고 있는 김모씨는 “2년 전부터 한국 상인들은 발을 붙이지 못할 정도로 중국인들이 상권을 장악했다”며 “마음에 들면 가격을 더 지불해서라도 사는 게 중국인이라, 이 지역 매매가와 임대료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인들은 이 일대 부동산 임대사업에도 속속 뛰어들고 있다. 지난 달 이 지역 지하 1~지상3층 150㎡ 규모의 건물도 한 중국인이 사들였다. 원룸 19개실로 이뤄져 있는 이 다가구 주택의 매입가는 15억원 안팎인 것으로 전해진다. 거래를 담당한 공인중개사는 “상가 건물뿐 아니라 임대주택 건물도 중국인들의 관심이 커지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제주지역에 집중됐던 중국인의 부동산 투자가 서울로까지 상경했다. 이들이 사들인 땅만 최근 2년 사이 2배 이상 늘었을 정도다. 단순 거주에서 벗어나 임대, 관광사업 등 수익을 위한 ‘부동산 쇼핑’에 집중하고 있어, 일부 지역에선 젠트리피케이션(임대료 상승으로 기존 영세 상인들이 쫓겨나는 현상)을 부채질하는 주범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24일 서울시에 따르면 중국인이 보유중인 서울지역 토지는 올해 1분기 현재 3,516필지(15만9,375㎡)에 달한다. 지난해 말 3,192필지(15만3,109㎡)를 보유했던 것을 감안하면 석 달 사이에 10%나 늘어났다. 2013년말(1,537필지)과 비교하면 불과 2년 동안 2배 넘게 불어난 것이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정체를 드러내기 싫어하는 중국인 특성상 한국 국적의 조선족 명의를 빌려 부동산 거래도 많이 하고 이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실제 보유량은 이보다 더 많이 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이런 중국인 토지 매입 증가세는 대림동 같은 중국인 밀집지역은 물론이고 최근 상권형성이 두드러져 땅 값이 급등하고 있는 핫플레이스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홍익대 상권이다. 홍대 주변가인 서교동, 상수동, 연남동, 망원동 등이 속한 마포구의 경우 2014년 18건이던 중국인의 부동산 거래가 지난해 2배가 넘는 43건으로 급증하더니, 올해 역시 상반기에만 22건의 거래가 이뤄졌다. 상권이 발달하면서 임대료가 치솟다 보니 중국인도 발 빠르게 이 곳 투자에 집중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이 지역은 화교가 밀집된 연남동을 중심으로 중국인 필수 관광코스로 떠오르고 있어 부동산 매입을 통해 관광사업을 벌이려는 중국인들의 문의가 집중되고 있다는 게 중개업소들의 전언이다. 연남동에 있는 한 공인중개사 대표는 “지난해부터 중국 관광객을 상대로 한 식당, 숙박업소, 면세점 등을 열기 위한 매물 문의가 꾸준하게 오고 있다”며 “홍대와 연남동 주변은 이미 가격이 너무 오른 상태라 최근에는 상수동, 망원동 등을 찾는 중국인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지하철 마포구청역 5번 출구 인근 주택가에 지난해 5월 들어선 사후 면세점도 중국 국적의 S씨 소유다. 그는 식당으로 사용하던 2,800㎡부지를 200억원에 사들여 작년 5월 면세점 영업에 들어갔다. 지하 1층~지상 3층 규모의 이 면세점에서는 건강기능식품, 기념품 등을 판매하는데 대형관광버스가 끊이지 않을 정도 중국인을 비롯한 외국 관광객들이 몰리고 있다고 한다.

일부 중국인들은 강남 등 부촌지역까지 진출해 고가 아파트 등을 사들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중국 국적의 투자자가 올 초 서초구 반포동 반포자이 아파트 2채를 사들인 것을 비롯해 서울 최고가 아파트 중 하나인 성수동 갤러리아포레, 그리고 종로구 북촌 한옥마을의 한옥주택 등도 중국인들의 매입 문의가 적지 않다고 한다. 안민석 에프알인베스트먼트 연구원은 “제주 등 부동산투자이민제가 시행 중인 곳이나 인천 등 경제자유구역처럼 투자자에 대한 영주권 부여 등의 혜택이 없기는 하지만, 중국인들이 왕성한 식욕을 과시하며 서서히 투자처를 서울 전역으로 확대하고 있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중국 개인 투자자뿐만 아니라 중국 대형 부동산 투자회사들도 제주도에서 눈을 돌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개발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서울의 경우 개발 수요가 많지 않아 구체적인 움직임이 많지는 않지만, 용산구 한남동 외인아파트, 마포구 상암동 디지털미디어시티 등에는 높은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경제자유구역이 있는 인천 등은 좀더 적극적이다. 중국 웨이하이 구용 부동산개발그룹은 1조원을 투자해 송도국제도시 내 차이나워크 타운을 건립하는 업무협약을 올해 1월 체결했고, 중국 광둥성개발협회, 밍타이알루미늄 등이 업무협약, 양해각서 등을 통해 영종도 등의 개발 참여 의사를 밝혔다. 김광석 리얼투데이 이사는 “대형 업체의 경우 아직 제주 이외의 지역에서 실제 투자에 나선 사례가 많지는 않지만, 투자를 결정하면 막대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적극적으로 뛰어들 수 있다”며 “국내 건설업계에 위협이 되는 것은 물론 제주 지역처럼 부동산 가격에 거품을 조장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박관규 기자 ac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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