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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한 아이에게 새 세상 열어주는 일 어렵지 않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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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 조성애 - 제프 암스트롱 부부

94년 결혼, 첫째 매튜 낳은 뒤

남편이 먼저 “입양하자” 제안

한국·중국서 데려와 여덟 식구로

중앙일보

조성애·암스트롱 부부(뒷줄)와 자녀들인 루크·케이틀린·마크·페이스·레이첼·매튜(앞줄 왼쪽부터). 매튜만 직접 낳았고 다른 아이들은 모두 입양했다. [사진 조성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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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가족은 모두 8명입니다. 전 한국에서 태어났고 남편은 캐나다인이에요. 첫째 아들은 제가 낳았고, 셋째와 넷째는 한국에서 입양했어요. 그리고 중국에서 태어난 둘째와 막내 둘도 우리 가족이 됐죠. 태어난 나라를 보면 복잡한 것 같지만, 우리는 사랑이 가득한 한가족이랍니다.”

언뜻 복잡한 이 가족 소개는 미국 텍사스주 남동부에 살고있는 조성애(54)씨와 제프 암스트롱(46) 부부의 이야기다. 이들은 1994년 결혼했다. 조씨가 낳은 아이 한 명에 다섯 명의 아이를 더 입양해 키우고 있다.

두 사람은 92년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처음 만났다. 당시 미국 대학원에 유학을 왔던 조씨는 학교 근처 교회에서 암스트롱을 만났다. 당시 대학생이었던 8살 연하의 암스트롱은 조씨를 보고 한눈에 반했다고 한다. “파일럿 준비를 하고 있던 남편이 어느 날 ‘가고 싶은 곳에 다 데려다주겠다’며 데이트신청을 했어요. 나이가 어려 살짝 고민했는데, 점차 성숙함과 책임감이 느껴져 결혼까지 결심할 수 있었죠.”

결혼한 지 3년반 만에 첫째 매튜(18)가 태어났다. 아들의 재롱에 행복한 나날을 보내던 어느 날, 암스트롱은 조씨에게 입양을 제안했다. 그는 “어릴적 부모님이 가난한 아이들을 돕는 모습을 보며 자라서인지, 결혼하면 입양을 하고 싶다고 생각해왔다. 한국은 핏줄을 중시하는 문화가 있다고 들어서 조심스럽게 제안했는데, 선뜻 수락하는 부인을 보며 존경스러웠다”고 회상했다.

부부는 2001년 셋째 루크(15)를 입양했다. ‘명주’라는 이름을 가진 5개월 된 한국인 남자 아이였다. 조씨는 “처음엔 주변에서 반대하기도 했고, 나 스스로도 아이에게 상처를 주진 않을까 고민했다”며 “하지만 루크를 본 순간 너무 사랑스러워 괜한 걱정이었다는 걸 깨달았다”고 말했다.

2년 뒤 넷째인 딸 레이첼(13)을 한국에서 데려온 것도 이 때문이었다. 두 명의 동생이 생기자 첫째 매튜도 더 밝아졌다. “피가 섞이지 않아도 서로 깊이 사랑할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어요. 그래서 중국에서도 아이들을 입양하기로 결정했죠.”

제프씨는 2013년 둘째 케이틀린(16)을 데리러 중국에 갔을 때 본 고아원의 모습에 충격을 받았다. 추운 겨울인데 난방시설이 제대로 없어 아이들은 옷을 10겹 가까이 껴입고 있었다고 한다. 중국 아이들이 계속 눈에 밟혔던 제프씨는 “아이들을 더 입양하자”며 1년간 부인을 설득했다. 결국 지난 10일 중국에서 마크(12)와 페이스(11)를 입양했다. “많은 고민이 있었어요. 우선 6명의 아이들을 키우기 위해선 더 큰 집을 찾아야 했죠.”

하지만 부부는 “입양이 결코 어려운 일이 아니다”라고 강조한다. “우리는 생각보다 더 큰 사랑을 나눌 수 있어요. 세상을 바꾸는 건 어렵지만, 한 명의 아이에게 새로운 세상을 열어주는 일은 어렵지 않답니다.”

김선미 기자 calling@joongang.co.kr

김선미 기자 cal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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