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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친중 vs 반중' 갈린 아세안, 남중국해 판결후 첫 회동(종합2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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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 '반대', 캄보디아 '방조'로 공동선언문 채택 '진통'

26일 발표 예정 공동선언문 초안 남중국해 항목만 공란

연합뉴스

2016.7.23 아세안 연례 외교장관 회의가 열리는 라오스 수도 비엔티안에 회원국들의 깃발이 나부끼고 있다. [AFP=연합뉴스자료사진]


(자카르타=연합뉴스) 황철환 특파원 =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의 해법을 놓고 분열상을 보여 온 아세안(ASEAN·동남아국가연합) 10개 회원국 외교장관이 24일(현지시간) 라오스 수도 비엔티안에 집결했다.

중국의 남중국해 영유권 주장을 무력화한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 판결 이후 처음으로 한자리에 모인 아세안 외교장관들은 이날 개막한 아세안 관련 연례외교장관 회의에서 역내 주요 사안에 대한 논의에 착수했다.

이들은 테러와 경제, 기후변화, 안보,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등 다양한 의제를 다룰 예정이지만, 최대 쟁점은 역시 PCA 판결과 관련해 아세안 회원국이 한목소리를 낼 것인지 여부다.

하지만 아세안 국가 외교관들은 전날 밤늦게까지 공동선언문 초안 작성을 위한 사전 접촉을 벌이고서도 이 문제와 관련해 진척을 보지 못했고, 외교장관들이 직접 나선 이날 회의 역시 비슷한 양상을 보이다 종료됐다.

아세안 회원국 중 대표적 친중국가로 꼽히는 캄보디아가 공동선언문에 남중국해 관련 입장을 담는 데 강력히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아세안 외교관들은 26일 발표될 예정인 공동선언문 초안의 남중국해 관련 부분이 다른 항목과 달리 여태 공란으로 남겨져 있다고 말했다.

캄보디아는 2012년 자국에서 열린 연례 외교장관 회의에서도 중국의 남중국해 영유권 주장에 대한 우려를 담은 공동선언문 발표를 끝까지 반대해 무산시킨 바 있다. 한 외교관은 "캄보디아가 2012년의 행태를 그대로 반복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아세안의 의사결정 원칙은 '만장일치'이기 때문에 10개 회원국 중 단 한 국가만 반대해도 거부권 행사와 동일한 효력이 발생한다.

이로 인해 아세안은 지난 19일 PCA 판결 직후에도 공동성명을 내는 방안을 논의하다 포기했고, 지난달 중국과의 외교장관 특별회의에선 중국의 남중국해 영유권 공세에 우려를 표명하는 공동성명을 채택했다가 돌연 철회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다만, 역시 친중 국가로 분류되는 라오스는 캄보디아와 달리 중국을 자극하지 않는 수준의 원론적 내용으로 공동선언문을 채택하자는 입장으로 알려졌다.

이는 올해 의장국인 라오스가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에서 중국 편을 들어 공동선언문 채택이 무산될 경우 외교적 비난을 면키 어려운 데다, 캄보디아가 강경한 태도를 보이는 상황에서 굳이 앞장서 반대할 실익이 없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전문가들은 사름싸이 콤마싯 라오스 외교부 장관이 이날 환영사에서 남중국해 문제를 언급하지 않은 것 역시 의장국으로서 이견 조율에 앞장서기보다 상황을 관망하겠다는 의사를 드러낸 것으로 보고 있다.

아세안 10개국 외교장관은 이날 약 수 시간 동안 남중국해 관련 내용을 숙의했지만 성과를 내지 못했다. 논의가 종료된 뒤 발표된 언론발표문은 "중동과 한반도, 남중국해 정세 등 사안과 관련해 솔직하고 건설적인 견해를 주고 받았다"는 수준에 그쳤다.

태국 외교부 섹 와나미티 대변인은 "논의가 끝난 것이 아니다"라며 식사와 휴식 시간에도 논의가 이어질 것이라고 강조했지만 역시 별다른 진척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날 회의는 미얀마의 '민주화 영웅'인 아웅산 수치의 문민정부 출범과 외교장관 취임 이후 첫 아세안 회의 참석으로도 관심을 끌었다.

hwang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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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7.23 23일 라오스 수도 비엔티안에서 개막한 아세안 연례 외교장관 회의에 참석한 외교장관들. [EPA=연합뉴스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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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오스서 아세안 외교장관회의 개막
라오스서 아세안 외교장관회의 개막 (비엔티안<라오스> AP=연합뉴스) 24일(현지시간) 라오스 수도 비엔티안에서 개막한 제49차 아세안(ASEAN·동남아국가연합) 외교장관 회의 개막식에서 회원국 외교 수장 등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lk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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