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18 (목)

팀 케인(민주) VS 마이크 펜스(공화) 누가 더 쎌까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한겨레] 클린턴, 부통령 후보로 케인 상원의원 지명

케인·펜스 모두 흠결없는 ‘안정 지향’ 후보

주류·백인 등 공통점…이념, 지역적으론 둘다 확장성 떨어져



미국 민주당의 사실상 대통령 후보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팀 케인 상원의원(버지니아)을 부통령 후보로 지명하고 23일(현지시각) 첫 공동유세에 나섰다.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는 지난 16일 마이크 펜스 인디애나 주지사를 부통령 후보로 확정하고 기자회견을 통해 공식 소개했다. 미국 대선 역사상 가장 ‘비호감’ 대통령 후보 두 명이 맞붙고 있다는 혹평이 나오는 가운데, 부통령 후보들끼리의 경쟁은 또하나의 관전 포인트라고 할 수 있다.

부통령 후보가 대통령 후보들의 약점을 보완해주면 가장 이상적인 조합이지만, 최근 들어 부통령 후보는 대통령 후보들을 다치게 할 만한 흠결이 없어야 한다는 점이 첫번째 선정 기준으로 꼽히고 있다. 또한, 부통령 후보는 대통령 후보들을 가릴 정도로 자기 노선이나 성격, 정치적 기반이 강해서는 안 된다. 2008년 대선에서 공화당의 존 매케인 후보는 세라 페일린 알래스카 주지사를 부통령 후보로 지명했다가, 페일린의 ‘막말’ 파문으로 곤역을 치른 바 있다.

민주당의 케인이나 공화당의 펜스 후보는 이런 기준에 딱 들어맞는다. 케인은 1998년 버지니아주 리치먼드 시장을 시작으로 버지니아 부지사와 주지사, 민주당 전국위원회 위원장 등을 역임했다. 노출된 스캔들도 아직 없는 ‘모범생’이다. 게다가 초선의 상원의원이 전국적인 독자적 정치기반이 있을 턱이 없고, 자기 목소리도 강하지 않다. ‘밋밋한’ 점이 되레 클린턴의 선택을 받은 배경으로 꼽히는 이유이다.

펜스도 이 점에선 크게 다르지 않다. 2001년부터 2013년까지 인디애나 하원의원을 지냈으며 2012년 인디애나 주지사로 당선됐지만 백병전에 능한 싸움닭이라기보다는 공화당 주류의 입장에 충실한 정통 정치인이다. 그는 자유무역을 지지해왔지만, 부통령 후보로 간택된 뒤엔 트럼프의 입맛에 맞게 보호무역으로 입장을 바꿨다.

케인이나 펜스 둘 다 양당의 주류 쪽에서 엘리트 코스만을 밟아온 정치인이다. 케인의 경력은 기성정치권의 상징으로 각인돼 있는 클린턴의 이미지를 더욱 고착화시킬 우려가 있다. 클린턴의 가장 큰 약점은 ‘비호감’과 ‘식상함’이고, 이는 역설적으로 클린턴의 ‘퍼스트 레이디’, ‘국무장관’, ‘상원의원’ 등 화려한 경력에서 비롯됐다. 도널드 트럼프가 기성정치 세력에 불만을 갖고 있는 백인 중산층 및 하층계급의 분노를 자극하는 선거전략을 펼치는 점을 고려하면, 케인의 부통령 후보 지명은 트럼프의 공격에 먹잇감을 던져준 꼴이 될 수도 있다.

펜스의 주류 경력은 트럼프에 도움이 될 수 있다. 트럼프의 가장 큰 약점은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 스타일이란 점과 주류 쪽과의 연결고리가 없다는 점이다. 펜스는 6선의 하원의원 경력에다 폴 라이언 하원의장 등 주류 쪽과 친분이 두텁고, 공화당의 정치자금을 대주는 ‘큰손’들한테도 호평을 받아왔다.

두 부통령 후보의 이념적 성향으로 보면, 클린턴이나 트럼프의 득표력을 오히려 갉아먹을 수 있다.

케인은 중도적 성향으로 분류된다. 낙태 제한과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대형은행의 규제 완화에 찬성했다. 월가 규제를 요구하고 자유무역에 반대하는 버니 샌더스 지지층이나 젊은 유권자들의 등을 돌리게 할 수 있다.

펜스도 동성결혼이나 최저임금 인상에 반대했으며, 근본주의적인 복음주의 성향이 강하다. 주지사로 활동하던 지난해에는 자영업자에게 성소수자 고객을 배척할 권리를 제공하는 주 법률에 서명하며 전국적으로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표심을 정하지 못한 부동층에게 거부감을 줄 수 있다.

인종적으로 보면, 두 후보 모두 백인이다. 케인은 아일랜드와 스코틀랜드계 부모를 둔 노동자 가정 출신이다. 클린턴은 2008년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의 경선 과정에서 흑인 표는 물론이고, 여전히 ‘여성 대통령’에 회의적이던 보수적인 백인 남성층의 지지를 끌어내는 데 실패했다. 케인은 클린턴의 이런 약점을 보완할 수 있다. 또한, 케인은 젊은 시절 온두라스에서 선교활동을 하며 스페인어를 배웠다. 그는 23일 오후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플로리다국제대학에서 열린 클린턴과의 공동유세에서 첫 인사를 “비엔베니도스 아 토도스”(여러분을 환영합니다)라는 스페인어로 시작하며 히스패닉계 유권자를 파고들었다. 이 점도 클린턴의 득표력에 도움이 될 수 있다.

펜스도 아일랜드계다. 트럼프는 백인 중산층 이하에선 열렬한 지지를 받고 있지만, 여전히 그의 극단적인 언행에 쉽게 마음을 열지 못하는 백인들도 적지 않다. 트럼프는 2012년 밋 롬니 공화당 대선 후보가 받았던 백인 지지율에 여전히 못미친다. 이런 측면에선 펜스가 트럼프의 보완재가 될 수 있다.

지역적으로 보면 두 부통령 후보 모두 확장성은 떨어진다. 케인은 경합주(스윙스테이트)로 분류되는 버니지아가 정치적 기반이지만, 버지니아는 이미 클린턴 쪽으로 기울었다는 분석이 많다. 펜스는 인디애나 토박이지만, 공화당 세가 애초 강한 곳이다. 고향주(홈 스테이트)를 제외하곤, 부통령 후보가 다른 주의 득표력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는 분석이 많다.

케인은 이날 클린턴과의 첫 유세에서 “트럼프는 장애인이나 멕시칸-아메리칸이나 히스패닉에 쓰레기 같은 말을 한다”며 “트럼프에게는 (아메리카 우선이 아니라) ‘내가 우선’”이라고 날을 세우기도 했다.

워싱턴/이용인 특파원 yyi@hani.co.kr

▶ 발랄한 전복을 꿈꾸는 정치 놀이터 [정치BAR]
▶ 콕콕 짚어주는 [한겨레 카드뉴스] [사진으로 뉴스 따라잡기]
▶ 지금 여기 [사드 배치 논란] [한겨레 그림판] [당신에게 꼭 맞는 휴가지는?]
[ⓒ한겨레신문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