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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르포]“제발 우리 좀 살게 해달라”…대청도 주민의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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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획량 급감·관광객 발길도 ‘뚝’…대책 시급

뉴스1

휴어기를 맞아 정박 중인 대청도 옥죽포항의 어선들 모습. 2016.7.24 © News1 주영민 기자


(인천=뉴스1) 주영민 기자 = “어획량은 줄고 관광객의 발길도 끊겼습니다. 대청면에서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이 없습니다. 이대로 가면 대청주민 모두 망하게 생겼습니다.”

배복봉(58) 대청도 어민회장은 24일 대청도 항포구를 내려다보며 분통을 터뜨렸다.

대청도 주민들이 올해 들어 확 줄어든 어획량과 관광객 때문에 울상을 짓고 있다.

이날 인천해양경비안전서 대청안전센터에 따르면 현재 대청면(대청도‧소청도)에 등록된 어선은 총 72척(대청도 59척·소청도 13척)이다. 이 가운데 낚시어선 14척을 제외한 어선 대부분이 꽃게를 주된 어획종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올해는 어획량이 지난해 대비 3분의1 수준으로 줄어들면서 어선들이 큰 손해를 봤다.

꽃게 성어기인 지난 4∼6월 꽃게잡이에 나선 어선 1척당 선원 인건비를 포함한 소요비용은 통상 1억5000만원이다. 선장은 조업 전 이곳저곳에서 대출을 받아 이 돈을 마련한다. 일이 힘든 만큼 선원들을 채용하기 위해서는 3개월치 월급을 선불로 줘야하기 때문이다.

꽃게 어획량이 줄면서 어민들은 올해 엄청난 적자가 났다. 조현근 서해5도 중국어선불법조업대책위원회 간사는 “지난달 성어기가 끝나면서 어민들이 모두 적자났다고 하소연하고 있다”며 “일부 어민들은 대출금은 물론 이자도 못 갚는 사람들도 있다”고 말했다.

배 어민회장은 “금어기고 뭐고 배를 몰고 나가 중국어선들이 그동안 우리조업구역에 버리고 간 그물들을 치워야 다음 조업시기에 그나마 어획량이 나아질 텐데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아 답답한 심정”이라며 “정부에 금어기 동안 중국어선의 폐그물 수거를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하소연했다.

일반적으로 대청도는 성어기인 4∼6월과 9∼10월에는 조업으로, 금어기인 7∼8월인 관광업으로 생계를 유지한다. 금어기는 어족자원 보호를 위해 어폐류의 산란기간이나 치어가 자라는 동안 포획·채집을 법으로 중단한 기간이다. 꽃게 산지인 서해5도의 경우 7월1일부터 8월31일까지가 금어기다.

이에 대청도는 지난 15일 지두리·모래울 등 2곳에 해수욕장을 개장했다. 하지만 주말이었던 전날 두 해수욕장의 입수자는 ‘0’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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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인천 대청도 모래울 해수욕장 수상구조대원들이 텅빈 해수욕장을 바라보고 있다. 2016.7.23 © News1 주영민 기자


김민기(20) 모래울해수욕장 수상구조대원은 “지난 15일 개장 이후 해수욕장을 찾은 관광객은 100명 이하에 그치고 있고 이용객들도 입수보다 모래사장을 산책하는 정도로 해수욕장을 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해수욕장 이용객이 줄면서 숙박업소들도 파리를 날리고 있다. 대청도 민박집들은 관광객이 줄면서 성수기에도 숙박비(4인 기준)를 5만∼6만원선으로 책정하고 있지만 관광객을 끌기에는 역부족이다.

대청도의 한 숙박업자는 “2014년 세월호 참사 이후 대청도를 찾는 관광객이 급감하면서 운영이 어려워졌다”며 “보통 7월말이나 8월초면 예약이 꽉 차야하는데 올해는 거의 텅텅 빈 방이 넘쳐나는 상황”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이민호(28) 지두리해수욕장 수상구조대장은 “인천에서 대청도까지 꼬박 4시간이 걸리고 뱃삯은 성인 기준 1명당 왕복 13만원가량이 든다”며 “섬 전체에 편의점도 단 2곳에 불과해 접근성과 열악한 인프라를 해결하지 않는 이상 관광객을 모으기에는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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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5도 중국어선불법조업대책위원회는 23일 인천 대청면사무소에서 어민 간담회를 열고 있다. 2016.7.23 © News1 주영민 기자


그나마 대청도는 나은 편이다. 소청도의 경우 식당과 슈퍼마켓조차 없어 식료품을 사기 위해서는 배를 타고 30분 걸려 대청도까지 나와야 하는 형편이다.

전날 서해5도 중국어선불법조업대책위원회가 대청면 주민센터 회의실에서 연 어민간담회에서 조현근 간사는 “대청면을 포함해 서해5도는 현재 서서히 가라앉는 섬과 같은 곳”이라며 “조업이든 관광업이든 주민들의 생활환경을 개선하지 않으면 도저히 복구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ymj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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