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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지자체 너도나도 관광객용 레일바이크 조성…문제는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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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천편일률적…다른 활용방안 모색 필요" 지적도

연합뉴스

경기 의왕 레일바이크[연합뉴스 자료사진]


(전국종합=연합뉴스) 민관합동규제개선추진단은 최근 폐(廢)철로가 있는 지역은 전국 어디서든 레일바이크 사업을 할 수 있도록 규제를 개선했다고 발표했다. 유원지나 공원에만 레일바이크를 설치할 수 있도록 한 현행 규제를 풀었다는 것이다.

철로 위에서 움직이는 자전거의 일종인 레일바이크는 관광용 등으로 활용되지만, 현행법 등에 막혀 현재 전국 폐철로 813.7㎞ 가운데 레일바이크 시설로 활용되는 구간은 8.4%인 68.7㎞에 불과하다.

규제개선추진단의 이번 조치로 폐철로를 보유한 전국 지자체들이 앞다퉈 레일바이크 조성에 나서고 있다. 폐철로로 인한 경관 훼손을 피하고 관광객에게 볼거리와 즐길 거리, 체험 거리를 제공함으로써 지역 경기 활성화를 꾀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그러나 각 지자체가 당장 수익 사업을 낼 것으로 기대하면서 레일바이크 사업에 뛰어들어 전국의 모노레일이 천편일률적으로, 특색 없이 조성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 전국 지자체, 레일바이크로 '관광객 유혹' 채비

제천시는 2018년 폐선되는 제천∼원주 간 중앙선 중 구학역∼연교역 4.5㎞ 폐구간에 52억 원을 들여 충북 최초의 레일바이크를 건설할 계획이다.

시는 타 지역과 차별화를 위해 구학·연교역을 테마역으로 삼아 명소화할 방침이다. 구학·연교(九鶴·蓮交)라는 이름처럼 '조용한 숲 속의 연꽃에 아홉 마리 학이 날아와 사랑을 속삭인다'는 스토리텔링으로 강촌 김유정역 같은 관광명소로 만든다는 전략이다.

시는 공공사업으로 우선 추진하되 여의치 않으면 민간사업 공모를 병행키로 했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도 내년 3∼4월 운영 개시를 목표로 인천국제공항이 있는 중구 영종도 내 '씨사이드 파크(Seaside-Park)'에 편도 2.8㎞의 레일바이크를 준비 중이다. 씨사이드 파크는 영종하늘도시 남쪽 해안도로 일대 184만㎡에 조성된 공원으로, 바다를 보며 레일바이크를 탈 수 있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은 올 하반기 레일바이크 운영사업자 선정 등 준비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경북 안동시도 2020년 중앙선 이설이 끝나면 이하∼마사∼옹천역 구간에 레일바이크 설치를 추진하기로 했고, 부산시는 현재 동해남부선 복선화 사업으로 폐선되는 해운대 미포에서 송정까지 4.8㎞ 구간에 레일바이크를 포함한 상업개발을 추진 중이다.

이와 함께 경남 하동군이 76억 원을 들여 북천역∼양보역, 횡천역∼하동역 등 경전선 폐철도 2개 구간에 레일바이크 조성사업에 나섰다. 하동군은 국내 최장인 총 길이 18.1㎞의 레일바이크장을 조성, 구간별로 4명이 탑승할 수 있는 레일바이크 50대씩 운행할 예정이다.

◇ '너도나도' 레일바이크 조성…문제는 없나

현재 전국에서 운영되는 레일바이크장은 경북 문경과 강원도 정선 등 17곳이지만 운영 상황은 차이를 보인다.

사업비 347억 원을 들여 일본강점기 폐철로를 활용해 2010년 7월 20일 개장한 삼척 해양 레일바이크 이용객은 2012년 100만명, 2013년 150만명을 각각 넘어서는 등 꾸준한 인기를 끌고 있다.

반면 전라선 폐선구간 편도 1.86km를 활용해 2012년 9월부터 운영되는 전남 여수시 만성리의 레일바이크 이용객은 올해 들어 6월 말까지 13만 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 감소했다.

시는 관광객을 끌어들이기 위해 여수박람회장에 있는 스카이플라이, 아쿠아리움 등과 연계해 이곳을 이용하면 20% 할인 혜택을 주고 있다.

레일바이크의 원조로 불리는 강원 정선 레일바이크는 2005년 개장 첫해 8만1천818명을 시작으로 이용객이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다가 2010년 36만9천960명을 정점으로 하향선을 그리기 시작했다. 이어 2011년 32만2천723명으로 처음 감소세를 기록한 이후 조금씩 줄다가 지난해에는 27만2천418명으로 대폭 감소했다.

그럼에도 지난해까지 10년간 총 이용객 296만 명, 경제적 파급효과 1천500억 원이라는 성과를 냈다.

정선군은 콘텐츠를 확대해 '레일바이크 원조'라는 자존심을 회복하겠다는 구상으로, 우선 25억 원을 들여 내년 말까지 출발지인 구절리역에 모노레일, 탑승기구 등 놀이공원을 조성하기로 했다.

서건희 정선군 문화관광과장은 "차별화된 콘텐츠로 전국적인 레일바이크 설치 붐에 대응하는 등 전국 최고 철도관광지 명성을 이어나가겠다"라고 말했다.

지자체들이 이처럼 너도나도 레일바이크 사업에 뛰어들면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한국교통대학교 이장호(46) 철도시설공학과 교수는 24일 "폐철로 구간이 발생하면 대개 각 지자체에서는 당장 수익 사업을 낼 수 있는 것으로 레일바이크 조성사업을 하고 있다"면서 "이렇다 보니 전국의 모노레일이 특색 없이 천편일률적"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철로가 있던 곳이 대부분 폭이 좁고 개발하기에 좋은 여건이 아니다"면서 "이를 대체할 방안이 자전거 도로나 생태공원이 전부이다 보니 레저공간으로도 쓰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폐철로를 이용한 영화나 드라마 세트장 조성도 하나의 방법일 수 있다"면서 "주민과 함께 머리를 맞대 활용방안을 찾고, 예산이 적게 드는 방안도 지자체가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국철도시설공단이 지난해 9월부터 철도 유휴부지가 발생한 지자체로부터 자체 활용 사업 제안을 받아 지원하는 것도 이런 점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이 결과 같은 해 12월 강원 삼척시의 '장호 국민여가캠핑장'(동해선 미건설선), 경북 포항시의 '포항역∼효자역 구간 폐철도 공원화 사업'(동해선 폐선), 전남 광양시 경전선 폐선에 '광양읍 동서통합 남도순례길 조성'(경전선 폐선) 등 전국 6개 시군이 활용 지원사업에 선정됐다.

경남 함안군의 '역사리모델링·공원조성사업'(경전선 폐선), 전남 순천시의 '순천 에코 누비길 조성사업'(경전선 폐선), 경기 수원시의 '세류 삼각선 자전거 조성사업'(수인선 폐선)도 여기에 포함됐다.

한국철도 시설공단 김기완 차장은 "최근 전국적으로 레일바이크 조성사업 붐이 불면서 각 지자체가 기존과 다른 콘텐츠를 원하고 있다"면서 "올해도 폐철로 발생 지자체로부터 유휴부지 활용 사업을 받아 선정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이은중 김경태 공병설 배연호 이강일 김상현 이정훈 노승혁)

ns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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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여수시 만성리 레일바이크[연합뉴스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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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정선레일바이크[연합뉴스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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