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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문 기자의 신세계사] 테러ㆍ난민ㆍ신(新)고립주의ㆍ신(新)냉전…갈등에 빠진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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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문재연 기자] “자국중심주의가 확산되면서 국제질서가 붕괴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의 칼럼니스트 필립 스테판은 20일(현지시간) 이같이 말했습니다. 확실히 최근 국제사회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습니다. 세계 전역에서는 테러가, 유럽 대륙에서는 극우정당의 부상과 브렉시트가, 미국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미 공화당 대선을 필두로한 신(新)고립주의가, 그리고 아시아권역에서는 남중국해 갈등과 동북아 군비확장이, 국제 질서를 흔들고 있습니다. 전후 세계평화를 위해 연합국이 구축한 국제연합(UN)체계는 무너진 지 오래입니다. 당장 한반도는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ㆍTHAAD) 배치 문제로 중국ㆍ북한ㆍ러시아와 갈등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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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2016 국제정세 지도. 붉은 색은 최근 국제사회 질서에 영향을 끼치는 사건을 겪은 국가들을 나타내고 있다. 한국 역시 '사드 배치' 결정으로 국제정세 변화의 중심에 서 있지만 향후 외교선택에 따라 영향력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우선 표시를 하지 않았다. [그래픽=문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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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의 미래는, 그리고 세계의 미래는 어디로 향할까요? 미래를 전망하기 이전에 현재의 현상부터 정확히 파악해야 합니다. 본 기자는 최근 세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사건들을 중심으로 국제질서가 어떻게 태동하고 있는지 분석하고자 합니다.

미국에서는 트럼프가 공화당 대선후보로 떠오르며 신(新)고립주의를 천명했습니다. 반(反)이민 전선을 밟고 있는 트럼프와 그의 지지자들은 미국 내 유색인종과 백인들 간의 갈등을 심화시키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중국은 네덜란드 헤이그 국제 상설중재재판소(PAC)가 남중국해 구단선을 인정하지 않은 것과 관련, ‘경제 보복’을 예고했습니다. 실제로 중국 국민들을 중심으로 소셜미디어네트워크(SNS) 상에 미국 아이폰 불매운동이나 남중국해 분쟁국가 상품을 불매운동을 벌이는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습니다. 여기에 최근 한국이 사드 배치 결정을 내리면서 러시아와 중국, 그리고 북한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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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세계대전 이후 ‘전후 레짐체제’를 구축한 패권 국가들의 움직임과 패권 동맹국들의 외교관계가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 유심히 바라봐야 합니다.

당장 북대서양조약기구(NATOㆍ나토)를 중심으로 한 미국의 유라시아권 안보체계가 붕괴하고 있습니다. ‘이슬람 원리주의’를 강조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쿠데타를 계기로 독재주의ㆍ반(反)미주의 전선을 밟고 있기 때문입니다. 터키는 나토 회원국 중 두 번째로 강력한 화력을 자랑하는 국가일뿐만 아니라 미국의 대(對)테러 정책 이행을 위한 전략적 요충지입니다. 하지만 에르도안 대통령의 측근들과 터키 국영방송이 쿠데타의 배후로 미국을 지목하면서 미국의 유라시아 및 중동정책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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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러의 이야기도 빠트릴 수 없습니다. 독일 바이에른 주 뮌헨 도심 쇼핑몰에서는 22일(현지시간) 총기난사가 발생해 최근 9일새 유럽에만 세 번째 테러가 발생했습니다. 독일에서는 지난 18일 바이에른 주의 통근열차에서 17세 아프가니스탄 출신 남성이 도끼를 휘둘러 5명을 다치게 해 ‘난민포비아’ 조짐이 부상하고 있습니다. 유럽 대륙에서는 프랑스의 국민전선(FN)과 영국의 브렉시트, 그리고 오스트리아의 극우정당 득세 등 극우파의 득세가 눈에 띄고 있습니다.

테러와 난민, 그리고 난민으로 인한 경제불안에 대한 불만은 브렉시트라는 초유의 사태를 초래했습니다. 경제 타격에도 불구하고 50%가 넘는 영국인들이 영국의 EU 이탈을 지지했습니다. EU 체계 속에서 이민정책을 자유롭게 설정하지 못한다는 점, 그리고 EU 가입한 이후 부(富)가 영국 전체가 아닌 금융도시 런던 등에 집중됐다는 점이 대표적인 이유로 꼽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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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어떨까요. 한국은 선택의 기로에 놓였습니다. ‘거대한 체스판’의 저자 즈비그뉴 브레젠스키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밝힌대로 “한국은 중국과 미국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할” 상황에 놓였습니다. 사드 배치를 통해 한국은 미국을 택했습니다. 예견된 결과였지만, 한반도를 둘러싼 미국, 중국, 러시아, 그리고 일본이라는 최강대국들 사이에서 한국이 벌여야 할 ‘외교 게임’이 어떤 결과를 초래할 지 한치 앞도 모르는 상황입니다.

아프리카에서는 남수단 내전으로 272명이 숨지고, 브라질과 베네수엘라 등 남미에서는 하이퍼 인플레이션으로 폭동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다음달 리우 올림픽을 주최하는 브라질은 8월 말 지우마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 최종표결을 상원 전체회의에서 치룰 예정입니다. 브라질 정국혼란으로 자국 내 경찰이 파업에 들어가기도 했습니다.

놀랍게도 기자가 전술한 사건들은 지난해부터 올 상반기에 걸쳐 일어난 사건들입니다. 세계 전반으로 갈등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무엇이 원인일까요? 필립 스테판은 전후 국제법과 체계를 무시한 민족주의ㆍ자국중심주의(내셔널리즘) 행보가 ‘갈등의 세계화’라는 현상을 초래하고 있다고 분석합니다.

EU, UN, 세계무역기구(WTO) 등 현존하는 국제체제들은 기본적으로 일정한 ‘양보’와 ‘협력’을 원칙으로 하고 있는데, 이를 ‘자국 이익’이라는 명분을 이유로 무시하는 일이 만연해졌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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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문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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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내셔널리즘과 상관없어 보이는 IS사태도 전문가들은 내셔널리즘이 주요 원인이라고 지적합니다. 영국 정치철학자 알렉스 캘리니코스는 세계대전 후 미국이 ‘미국 중심의 세계질서’를 중동국가에 강요한 결과 9ㆍ11 테러가 발생하고 테러단체의 공격이 심화됐다고 주장합니다. 존 호건 미국 메사추세츠 대학 대테러리즘센터 소장은 유년시절 무슬림이 유럽에 살면서 인종차별과 왕따를 겪고 극단주의를 선택하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세계 각국에서 일어나는 하나의 사건을 단순한 ‘사건’으로 치부해버리는 시대는 이제 끝났습니다. 이 기사는 최근 국제사회에서 발생하고 있는 일련의 사건들을 보고 위기의식을 느낀 기자가 준비한 기획기사입니다. 국제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사건 하나하나를 더욱 더 유심히 바라봐야 합니다.

이 기사가 독자들에게 조금이나마 국제사회의 움직임을 파악하고 한국의 미래를 논하는 데에 참고가 되기를 바랍니다.

munja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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