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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취재파일] '쉑쉑 버거'가 뭐라고…찜통더위에 왜 줄 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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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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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22일) 미국 뉴욕의 명물이라는 '쉐이크쉑 버거' 1호점이 서울 강남에 문을 열었습니다. 일명 '쉑쉑버거'라고 불리는데, SNS를 타고 '맛있다'는 소문이 나면서 관심을 끌었습니다. 햄버거집 하나 생기는 게 '뉴스가 될까?'란 의문을 품고 현장에 나가 봤습니다. 아이폰 신제품이 나오면 줄 서는 사람들 있듯이 몇명 정도는 미리 와 있을 거라고 예상했지만, 가보니 인파가 엄청났습니다. 가게 입구에 2~300명이 모여있어고 그 뒤로 긴 줄이 계속 이어졌습니다. 가게가 문 여는 시간인 11시 직전엔 줄이 3백미터 가까이 늘어나 있었습니다. 쉑쉑버거를 들여온 SPC 그룹은 1,500명이 줄을 섰다고 말했습니다. 다소 과장이 있겠지만 기자가 보기에도 1,000명은 돼 보였습니다. 도대체 이 사람들은 언제부터 줄을 섰을까?

1번 대기 손님을 만났습니다. 모자를 눌러쓴, 무척 피곤해 보이던 청년은 경북 의성에서 일부러 찾아 온 19살 학생이라고 했습니다. 도착시간은 목요일 밤 10시, 그러니까 가게문이 열리기 까지 13시간 동안 밤새 기다린 겁니다. "먼저 접해보자는 생각으로 왔어요. 어떤 맛인지 궁금해서요"라고 학생은 말했습니다. 10번째쯤 서 있는 대학생들도 만났습니다. 금요일 새벽 6시에 왔다고 했습니다. 이 학생들의 말이 재밌습니다. "너무 일찍 와서 나밖에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와보니 다른 사람들이 있더라고요. 세상에 이상한 사람들이 참 많구나 라고 생각했어요" 주변에 있던 다른 사람들이 함께 웃었습니다.

이 학생의 말을 빌리면, '이상한 사람들'은 왜 이렇게 많았던 걸까요? 더구나 이 삼복 더위 속에서, 가만히 서있었도 땀이 줄줄 흐르는데, 햄버거 하나 먹겠다고 몇시간씩 뙤약볕에 줄 서 있는 이유가 뭔지 궁금했습니다.

더구나 이 햄버거는 가격도 만만치 않습니다. 가장 싼 버거가 6,900원이고 여기에 감자튀김(3,900원)과 쉐이크(5,900)까지 먹으면 대략 17,000원이 됩니다. 다른 햄버거집에서 해주는 세트 할인도 없습니다. 비싼 제품은 버거 단품으로도 13,000원씩 합니다. 과연 이 가격 주고 사먹을 만큼 맛이 있는 걸까요?

사실 저도 못먹어 봤습니다. (취재진이라고 줄 안서고 먹는게 몇 시간씩 줄 선 분들에게 미안하기도 하고, 그 분들의 따가운 시선이 두렵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맛을 평가할 순 없는데 먹어본 몇몇 손님들에게 물어보니 일단 반응은 괜찮았습니다. 배고픔 참아가며 뙤약볕에 몇시간씩 서있다 에어컨 나오는 시원한데 들어와 먹으면 무엇인들 맛있지 않겠습니까만 어쨌든 맛은 나쁘지 않은 모양입니다.

하지만 그것만으론 설명이 부족합니다. 대부분 본 적도 없는 '비싼 버거' 먹겠다고 그 고생을 하는 게 단순히 맛 때문은 아닐 거란 생각입니다. 개장 초반에 들어온 100명 정도의 손님을 지켜보며 어느정도 답을 얻었습니다. 바로 SNS 입니다. 다 그런건 아니지만, 많은 손님들이 햄버거가 나오면 사진을 찍습니다. 감자튀김도 찍고요, 자신이 먹는 모습도 찍습니다. 오랜 기다림끝에 먹는 순간을 기념하자는 의미도 있겠지만, 처음 생긴 '뉴욕 버거'를 내가 먼저 먹어봤다고 SNS에 올릴 것 같습니다. 다른이는 경험해 보지 못한 일을 내가 먼저 해봤다는 건 화제거리가 될 수 있겠죠. 고생고생 해가며 버거 하나 먹어본 걸 다른 이들이 알아준다면 기꺼이 도전해 볼만한 일이 되는 게 아닐까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 개인방송 하시는 분들도 눈에 많이 띄었습니다. 카메라나 스마트폰에 대고 끊임없이 뭐라고 말씀하시면서 맛도 평가하고 가게도 소개하고 하더군요. 이렇게 일명 '먹방'하시는 분들에겐 새로운 햄버거집 오픈이 좋은 소재가 되겠죠. 이 역시 내가 먼저한 경험을 다른 이들에게 알려준다는 차원에선 SNS 활동과 같은 맥락입니다.

오늘(토)도 이 쉑쉑버거 집 앞엔 이른 아침부터 긴 줄이 생겼습니다. 당분간 인기는 계속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새로움이나 신기함이 사라지고 난 뒤에도 이 버거가 가격대비 만족도, 이른바 가성비를 만족시키며 손님들을 계속 끌어모을 수 있을지는 지켜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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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태 기자 tai@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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