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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인터뷰> 장하준 "기업이 미래생존 위한 도박을 해야 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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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 R&D엔 국민적 합의 필요…정파 초월해야"

연합뉴스

(제주=연합뉴스) 옥철 기자 = "앞으로 미래 산업의 추세가 어떻게 될지 지켜봐야겠지만, 이제 기업들이 어느 정도 도박을 해야 합니다. 기초산업을 키우고 살아남으려면 그렇게 해야 합니다."

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23일 제주 롯데호텔에서 열린 대한상공회의소 제주포럼 특별강연을 마친 뒤 취재진과 가진 공동인터뷰에서 "기초산업을 일으키려면 연구개발 지원에 대한 접근방법 자체를 바꿔야 한다. 미국 정부가 반도체에 투자할 땐 몇십년을 내다보고 아무런 조건 없이 지원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어떻게 해서라도 미래에 나아갈 정책을 만들어내는 기업은 살아남고, 여기에서 소극적으로 경영하는 기업은 당장 수년 살아남는데 도움되겠지만 미래에는 생존하지 못한다"면서 "도박이라고 표현할지라도 기업가 정신인 리스크 테이킹(risk taking)이 결국 그것 아니겠냐"라고 말했다.

장 교수는 우리 R&D(연구개발) 총액에서 정부 비중이 20~25%인데 이를 획기적으로 높여야 하는 이유를 설명하면서 "기존 R&D 모델로는 안 된다. 우리가 뭘 해야 미국, 스위스와 경쟁할 수 있을지 기업과 정부가 토론해야 한다. 나노테크 이런 건 대박 난다는 결론이 나기만 하면 정부가 적극적으로 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포퓰리즘, 대기업 특혜 등의 논란이 있지 않겠냐고 지적하자 "국민적 합의를 형성해야 한다"면서 "정권 바뀔 때마다 정책이 바뀌는 건 당연하지만, 국민적 합의를 통해서 어떤 정권이 들어와도 해야 된다는 것은 있어야 한다. 장기 연구개발 문제가 그렇고, 30~40년 후 결과가 나오는 거라 정파를 초월하는 합의를 형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 교수는 경제민주화 법안과 규제폭포, 양극화에 대한 질문을 받자 "많은 문제가 복지제도를 잘 만들면 해결할 수 있는 것"이라며 "최저 출산율 문제는 결국 양육문제 아니냐. 우리가 자살률도 1위에다 노인 자살률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의 4배인데 모두 연금, 고용기회 창출 등과 결부된 문제다. 따로 떼놓고 얘기하면 복잡하다. 전 국민이 같이 사회보험에 드는 걸로 생각하는 틀을 바꿔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어 "나는 규제와 복지를 일괄해서 타결하자는 쪽인데, 규제 완화만 하고 복지확대를 안 하면 미국처럼 되고, 규제 완화하면서 복지 확대하면 유럽 길로 가는 건데, 미국도 복지지출이 20%라서 우리 2배"라며 "이런 식으로 나가다간 저출산, 노령화, 사회불평등 문제로 인해 갈등이 심해질 것"이라고 진단하기도 했다.

그는 "2012년 선거 때 새누리당이 복지를 가장 먼저 들고나와서 기대를 했고, 박근혜 대통령이 한국의 비스마르크 역할을 할 수 있을까도 기대했는데 흐지부지된 측면이 있다"고 아쉬워했다.

영국에서 강의하는 장 교수는 브렉시트(Brexit) 이후 현지 분위기에 대해 "사람들이 가볍게 생각하고 찬반 투표해놓고 정작 결과가 나오니까 얼떨해 하는 면이 있다. 탈퇴파들이 아무 계획이 없었다는 게 드러나니까 황당해 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세계 금융시장에서 차지하는 영국의 비중이 너무 크다. 금융으로 보면 2등인데 그것 때문에 더 걱정"이라며 "단기간에 결과를 보고 얘기할 문제는 아니다. 불확실성 때문에 지는 부담은 확실히 있다"고 말했다.

oakchu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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