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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밝은뉴스]22살 나이차 극복한 장애인 부부 웃음꽃 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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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

【서울=뉴시스】손대선 기자 = 뇌병변 장애 2급인 수희(가명·31)씨는 지난해 노숙인 생활시설에서 철수(가명·53)씨를 만났다. 수희씨 정도는 아니었지만 철수씨도 경미한 지적장애가 있다. 서로의 처지를 위로하던 두사람은 22살이라는 나이차에도 불구하고 금방 사랑에 빠졌다.

이들은 곧바로 남영동 쪽방에 살림을 차리고 남부럽지 않은 신혼생활을 시작했다. 얼마 후 수희씨의 몸에 새 생명이 돋아났다. 하지만 임신한 수희씨에게 비좁고 불결한 쪽방생활은 맞지 않았다. 다가오는 추운 겨울도 걱정이었다.

부부는 자신들의 2세를 키울 새 공간을 물색했지만 가진 게 없어 발만 동동 굴렀다.

딱한 사정을 알게된 용산구가 나섰다.

용산구는 이들 부부를 위해 SH에 신혼부부 전세임대주택 입주보증금 지원을 요청했다.

용산구의 노력으로 지난 겨울, 부부는 SH 전세임대주택 입주 대상으로 선정됐다. 두 사람은 쪽방을 떠나 한남동에 따뜻한 새 보금자리를 마련할 수 있었다.

우여곡절도 있었다. 출산 일주일 전 수희씨가 만삭의 몸으로 화장실에서 넘어지는 바람에 정강이뼈가 부러졌다. 다행히 아이는 무사했다.

새 보금자리에서 겨울을 난 수희씨는 지난 5월 예쁜 딸아이를 출산했다.

용산구는 이에 그치지 않았다. 수희씨가 산후조리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성프란치스코 장애인종합복지관을 연계했다.

조리가 끝난 뒤에도 아이와 엄마를 위해 마포장애인종합복지관에서 파견하는 홈헬퍼의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지난 16일에는 수희씨와 철수씨가 정식으로 백년가약을 맺도록 했다.

혼인신고와 자녀 출산까지 마쳤지만 형편이 어려워 결혼식을 올리지 못했다는 부부의 이야기를 듣고 한남동 성당에서 무료 결혼식을 마련해준 것이다.

성당 식구들과 구청 직원들만 참석한 조촐한 결혼식이었지만 부부의 얼굴에는 웃음꽃이 떠나질 않았다.

수희씨는 "많은 분들이 우리 부부를 위해 도움을 주셨다"며 "그 분들께 부끄럽지 않도록 앞으로도 열심히 생활하겠다"고 말했다.

용산구는 지역기관들과 연계해 복지·보건·고용·주거·교육 등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수희씨 부부처럼 경제적·정신적인 위기에 처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주민들이 자립할 수 있도록 돕는다는 취지다. 현재 용산구의 통합사례관리 대상은 70여 가구에 이른다.

성장현 용산구청장은 "경제적인 어려움뿐만 아니라 치매, 장애, 학대 등 복합적인 문제를 가진 가정이 주변에 생각보다 많이 있다"며 "수희씨 부부와 같은 이들이 계속해서 웃음꽃을 피워갈 수 있도록 민·관이 함께 손잡고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sds1105@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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