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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선박 1척 수주하려고 국내 조선사끼리 '혈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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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주절벽에 '집안싸움'…출혈수주는 경영악화 부메랑 돌아와

연합뉴스

위기맞은 국내 조선업


(통영=연합뉴스) 이정훈 기자 = 해운업 불황으로 선박 발주가 뜸해지자 1척이라도 건조계약을 따내려는 욕심에 국내 조선소 간 출혈 수주경쟁이 또 시작될 조짐이다.

중형 조선소인 성동조선해양에 조선 기자재를 납품하는 협력업체 대표들은 요즘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다.

성동조선해양이 건조할 줄 알았던 선박을 국내 다른 조선소에 빼앗길 봐 걱정이다.

이 회사는 2014년 말 유럽 선주사와 배값이 1천억원에 달하는 15만t급 셔틀탱커(해상 유전에서 생산한 원유를 육상 기지로 나르는 유조선) 1척을 건조하는 계약을 체결하면서 추가로 똑같은 셔틀탱커 1척을 옵션 계약했다.

옵션계약은 정식 건조계약이 아니라 선주사 용선계획에 따라 본계약에까지 이를 수도 있고 취소될 수도 있다.

최근 이 옵션 계약분을 놓고 성동조선해양 외에 국내 대형 조선사 중 1곳이 선주사와 접촉을 하는 등 수주전에 뛰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옵션계약에 한해서는 해당 조선소가 우선권이 있다고 보고 다른 조선소들은 수주경쟁에 뛰어들지 않는 것이 조선업계 불문율이었다.

그러나 올들어 국내 조선업계가 '수주절벽'에 내몰리면서 배 1척 건조계약을 따내려고 집안싸움을 벌어지는 격이다.

배를 건조해 이익을 남기는 것도 중요하지만, 수주잔량이 줄어드는 마당에 일단 물량을 확보해야 한다는 논리가 더 앞서기 때문이다.

경영난을 겪는 성동조선해양은 2010년 3월부터 채권단 공동관리를 받고 있다.

모든 조선사가 수주절벽에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성동조선해양과 협력업체들은 경영개선을 위해 배 1척이라도 아쉬운 상황이다.

성동조선해양 협력업체들은 "해외 조선소와 싸우면 상관없지만, 국내 조선소끼리 배 한 척을 수주하려고 경쟁하면 선가 하락만 불러올 뿐"이라고 주장했다.

해운업 침체로 선박 발주가 급감했던 2009~2015년 세계 조선사들은 과도하게 수주경쟁을 나서 배값이 계속 떨어졌다.

국내 조선사들도 이때 출혈경쟁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무리한 헐값 수주 등이 원인으로 법정관리에 들어간 STX조선해양 사례에서 보듯 출혈수주는 결국 경영악화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seam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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