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0 (토)

[이광형의 미래학 향연] AI에 빼앗긴 일자리… 기로에 선 사피엔스

댓글 4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2〉 미래 인공지능 사회의 두가지 시나리오

세계일보

'


오늘은 여러 가지 상념이 머릿속을 무겁게 하고 있다. 점심시간에 갔던 식당의 주차장에 있던 주차요원이 보이질 않았다. 그 대신 그 자리에 차의 진입을 알려 주는 ‘바’가 설치돼 있고, 그 옆에는 카메라가 달려 있었다. 식사하고 나올 때도 그 주차요원을 보지 못했다. 기계에 신용카드를 꽂으니 주차요금을 계산해주었기 때문이다. 여기에도 인공지능(AI)이 도입된 것이다. AI는 주차장 입구에 설치된 카메라를 통해서 차량번호를 인식하고, 나갈 때 시간을 계산해 주차요금을 받는 것이다. 과거에는 우리가 연구하는 AI가 이 정도까지 발전했구나 하는 뿌듯한 마음이 들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일자리를 잃어버린 주차요원의 가정이 떠오른다.

알파고 바둑 이후에 AI에 대한 관심이 높아가고 있다. 그러면서 동시에 AI에 대한 두려움도 커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AI가 인간의 일을 여러 곳에서 대체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기 때문이다. 세계경제포럼(WEF)은 2020년까지 전 세계에서 일자리가 총 710만개 사라지고, 총 200만개가 새로 생길 것으로 예측했다. 결국 줄어드는 일자리는 총 510만개가 된다. 실제로 AI는 이미 많은 인간의 직업을 대체하기 시작했다. 앞에서 예로 든 주차장 AI는 한 예일 뿐이다. 지금 이용되는 로봇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약간씩 스스로 알아서 판단하는 AI를 갖추고 있다.

세계일보

◆AI의 일자리 대체

국제로봇연맹(IFR)에 따르면 2015년 세계에서 판매된 로봇은 전년보다 12% 늘어난 24만8000대로 역대 최대였다. 중국에 판매된 로봇은 전년보다 17% 늘어난 6만8000대로 전체의 27.4%에 달한다. 2014년 한국의 제조업 분야에서는 근로자 1만명당 로봇은 478대가 일하고 있는 데 비해 중국은 1만명당 36대가 일하고 있다. 로봇의 유연성, 정확성, 자율성이 높아지면서 쓰임새가 넓어졌고, 또한 어렵고 힘든 일을 대신해 주는 장점 때문에 보급이 더욱 빨라지고 있다.

기계가 인간을 대체하는 일은 하루아침의 일이 아니다. 18세기 산업혁명의 본질도 바로 인간의 노동을 기계가 대신해 생산 효율을 급격하게 올린 것이다. 이와 같이 기계가 인간의 일자리를 대신하게 되자, 기계 때문에 실업자가 된 사람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기계는 더 이상 힘든 일을 대신해주는 고마운 존재가 아니라 적이 됐다. 19세기 초에 영국의 방직공장에서 러다이트운동(Luddite Movement)이 일어났다. 기계 파괴 운동이다. 하지만 기계 파괴운동은 계속되지 않았다. 생산의 기계화로 생산성이 증가하게 되자 경제가 활성화돼 또다시 새로운 직업이 생겨난 것이다. 그래서 기술 개발은 새로운 일자리를 만드는 선순환의 씨앗이라는 인식이 확산됐다. 사실 현대 사회에 존재하는 대부분의 일자리는 산업혁명 후에 생겨난 것이다.

세계일보

◆실업자 증가에 따라 세금 수입이 감소

과거에는 기계가 노동을 대체하는 비율이 제한적이었다. 예를 들어 한 대의 로봇은 한 개의 일자리를 대체했다. 로봇을 만드는 데 또 많은 일자리가 만들어졌다. 바꾸어 말하면 일자리가 없어진 것이 아니라, 일자리가 로봇을 만드는 일로 이동했다고 봐야할 정도다. 즉 로봇의 노동 대체율은 1대 1이라 볼 수 있다. 하지만 지금 일어나고 있는 AI는 노동 대체에서 종전과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AI는 소프트웨어다. 소프트웨어는 무한 복제가 가능하다. 처음에 AI를 개발하는 데는 많은 노동이 필요하지만, 복사하는 데는 노동이 필요하지 않다. 그래서 AI의 노동 대체율은 1대 N이라 할 수 있다. AI는 종전보다 더욱 높은 비율로 일자리를 대체하게 될 것이다.

앞으로 사람의 일자리가 감소하면 실업률이 증가하게 될 것이다. 실업률이 늘어난다는 말은 경제활동인구가 줄어든다는 말이다. 경제활동인구가 줄어들면 소비인구가 감소해서 경제가 위축된다. 경제활동을 하면 정부에서는 그에 따라 세금을 걷는다. 근로자에게서는 소득세를 걷고, 소비에 대헤서는 간접세를 징수한다. 그런데 경제활동인구가 줄어들면 이러한 세금 수입이 감소하게 된다.

◆실업률에 따라 증가하는 취업자의 조세부담률

그리고 실업자가 증가하면 정부에서는 보살펴야 할 대상이 늘어나게 된다. 실업자가 많아지면 여러 가지 사회문제가 발생한다. 만약 실업자가 20%에 이른다면, 사회는 매우 불안해진다. 길거리에는 노숙인이 많아지고, 도둑과 강도 등의 범죄가 늘어난다. 실업자들은 생존을 위해 집단행동을 할 가능성이 있다. 또한 실업자들은 정치적인 행동을 할 것이다. 정부는 실업자들의 생존을 위해 다양한 조치를 하게 될 것이다. 생존을 위한 기초생활비는 말할 것도 없고, 의료비 지원과 여가활동 수당도 생길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지원 내용은 실업자가 많아지고, 사회불안이 심화될수록 커질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세금을 낼 취업자가 계속 줄고 있다는 점이다. 세금 지출이 증가하는 상황 속에서 세입은 감소할 것이다. 정부는 크게 감소한 수의 근로자들에게 필요한 세금을 부과할 것이다. 취업자들에게 부과되는 세율은 크게 증가할 수밖에 없다. 이로 인해 취업자들이 세금에 대해 느끼는 부담감은 크게 늘어난다. 그래프에서 보듯이 조세부담률은 실업율에 따라서 증가한다.

세계일보

작업자가 VR 트레이닝 시뮬레이터로 구현한 작업 환경에서 훈련 받고 있는 모습. 사진=슈나이더 일렉트릭


◆미래사회 두 가지 시나리오

미래 AI 사회는 두 가지 시나리오로 예측할 수 있다. 첫째는 현 상태의 노동제도가 계속되는 것이다. 설명한 바와 같이 실업률은 증가하고, 이에따라 조세부담률이 계속 늘어난다. 실업자도 불만, 취업자도 불만인 사회다. 사회는 불만이 팽배해지고 각종 범죄와 시위가 이어진다. 중산층이 없는 사회는 거의 폭발 직전의 ‘갈등사회’가 계속되는 것이다. 두 번째 시나리오는 사회가 불안해지고 조세부담률이 올라가자 깨닫게 되는 것이다. 일주일 동안 열심히 일해 봤자 세금으로 많이 내고 나니 허탈해지는 것이다. 그런데 그 돈이 상당 부분 실업자를 위해서 쓰여진다. 그러느니 차라리 나 자신이 일하는 시간을 줄여 그 시간에 실업자들이 일을 해 스스로 자립하게 하는 것이 낫다는 생각이다. 즉, ‘일자리 공유’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발표에 따르면 한국인들은 2014년에 2124시간 일했다. OECD 평균 1774시간, 독일의 1371시간에 비해 턱없이 많은 근로시간이다. OECD 평균에 비해 약 20%가 많다. 우리가 OECD 수준으로 근로시간을 줄이면 일자리가 20% 정도 늘어날 수 있다는 말이다. 더 나아가 독일 수준으로 하루 근로시간을 7시간으로 줄이면 더욱 많은 일자리가 늘어날 수 있다. 우리나라의 실업율이 10% 이하인 것을 생각하면, ‘일자리 공유’를 하게 되면 실업률은 거의 제로 수준으로 낮출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만약 일주일에 4일만 일한다면 여가 시간이 많아진다. 여가시간을 잘 즐기게 도와주는 직업이 생겨날 것이다. 일주일에 4일만 일하고 종전의 임금을 받는다면 ‘꿈의 사회’가 될 것이다.

◆로봇세 신설로 근로시간 단축된 차액 보전

로봇과 AI가 사람을 대신해 노동을 하게 되면 부의 편중이 심화될 것이다. 로봇이 생산한 부가가치는 기업과 사장에게 돌아가고, 개인에게는 배분이 되지 않는다. 개인의 수입이 없으니 소비가 줄어들고, 소득세도 내지 않아 경제는 위축된다. 부의 양극화가 심화된다. 부의 재분배를 위해 ‘로봇세’(노동 대체세)를 신설할 필요가 있다. 사람이 일하던 자리를 기계가 대신하면 세금을 내는 것이다. 그렇게 하여 부의 편중을 방지하고, 늘어나는 복지 비용을 확보하는 것이다. 또한 근로시간이 줄었지만 임금은 종전 수준으로 지급하기 위한 차액을 로봇이 지급해주는 것이다. 발 빠른 유럽의회는 이미 로봇세를 논의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미래사회는 두 가지 시나리오 중에 한 가지 방향으로 전개될 것이다. 첫 번째의 갈등의 사회로 가느냐, 두 번째 시나리오인 꿈의 사회로 갈 것인지는 우리 자신들의 결정에 달려 있다. 즉, 식당에 설치된 AI가 자신 때문에 실직한 주차요원의 생계를 지원하게 하는 노동제도와 조세제도를 구축하느냐는 우리의 선택에 달려 있다.

이광형 카이스트 바이오및뇌공학과 교수 겸 문술미래전략대학원장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 Segye.com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전체 댓글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