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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친인척 보좌진' 논란에 봇물터진 국회…내부고발·항변 잇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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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불합리한 관행들 없어져야" vs "'친인척 금지' 일괄잣대 불합리하다"]

머니투데이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달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가족 채용, 보좌관 후원금 논란 등에 대해 고개숙여 사과하고 있다.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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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친인척 보좌진 채용 및 보좌관 월급 상남 등 논란이 알려진 이후 여야를 가리지 않고 의원들의 보좌진 관련 문제가 드러나며 일파만파 확산되고 있다. 국회 내에선 관련 내부고발과 함께 마녀사냥식 일괄적 잣대에 문제를 제기하는 항변도 봇물터지듯 이어지고 있다.

1일 한 보좌진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고백'이라는 글을 올렸다. 그는 이 글에서 함께 일했던 한 수석보좌관이 △의원의 이삿짐을 들어주려고 제안한 일부터 △성추행을 시도한 일 △경내에서 음주운전으로 적발된 후 갑질을 한 일 △일명 '유령보좌관 채용'(보좌진에 이름만 걸어놓고 월급을 상납받아 정치후원금으로 활용하는 것)을 방관한 일 △집필 작업을 무급으로 맡기려 한 일 △퇴근 후 밤 11시에 호출한 일 등을 나열했다.

이 글은 보좌진들 사이에서 불합리한 줄 알면서도 어쩔 수 없이 묵인하는 관행들을 폭로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별정직 공무원' 신분상 보좌진에겐 국가예산이 지원되지만 이들의 직무와 인사권은 전적으로 국회의원의 소관사항이다. 언제라도 의원의 의사에 따라 면직될 수 있고 업무도 불분명하다.

현재 보좌진의 법률적 근거는 '국회의원 수당 등에 관한 법률'로, "국회의원의 입법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보좌관 등을 둘 수 있다"라고만 명시돼있을 뿐 신분과 대우, 직무 등은 법적으로 규정돼있지 않다. 이러한 문제가 최근 불거진 일련의 논란의 원인이 됐다는 지적이 곳곳에서 나온다.

한 현직 국회 비서는 "지금 터지고 있는 게 시기적으로 늦었단 생각"이라며 "이미 제도개선이 됐어야 신뢰받는 국회가 됐을 것이다. 이번에 공개된 김에 불합리한 관행이 없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보좌진들 사이에서도 특혜성 채용은 다 알고 그런 분들이 의원실에 오면 힘의 균형이 그쪽으로 쏠리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저희도 원치 않는다"며 "보좌진들이 워낙 비밀을 다루고 고용이 불안정하기 때문에 여러 비리를 알아도 의원실을 나가기 전엔 묵인을 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이번 논란 이후 의원의 친인척인 보좌진이 줄줄이 '면직'되는 가운데 항변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서영교 의원의 사례는 국회 보좌진 비리의 '종합판'이지만 그렇지 않은 사례도 있다는 주장이다.

지난달 30일 안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6촌 동생인 안모 비서관은 기자들에게 메일을 보내 "억울하다"고 항변해 눈길을 모았다. 안 비서관은 2006년 17대 국회부터 많은 의원들을 보좌했으며 2012년 김광진 민주통합당 의원을 보좌할 당시 국방위 '노크귀순'을 밝혀내는 등 전문성을 인정받았다고 주장했다.

안 비서관은 "국회의원의 친인척이란 이유로 헌법상 기본권인 직업선택의 자유가 제한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6촌지간의 관계로만 안 의원을 보좌한 것이 아니라 전문 직업인으로서 일해왔다"고 항변했다.

한 현직 비서관은 "친인척이나 지인들을 보좌진으로 채용하는 경우 모두 잘못됐다고 하긴 쉽지 않다"며 "의원실은 팀웍이 정말 중요한데 먼 친인척, 사돈의 팔촌이나 지인의 자녀 중에 좋은 사람이 있어도 못 쓴다면 억울한 면이 있을 것이다. 회계담당 같은 경우는 진짜 믿고 맡길 수 있는 사람을 써야 돼서 더 그런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세금으로 월급받기 때문에 문제란 접근은 일면 타당하지만 실제 일할 사람을 뽑아서 썼는지를 봐야 한다. 막연히 친인척, 지인은 다 안 된다고 하는 건 불합리하다"며 "또 보좌진 2700명 중 서영교·박인숙 포함 수십명 발각됐다는데 비율로는 그리 높지 않다. 일반 기업도 사실 이런 경우가 많은데 국회가 특별히 문제란 시선은 적절치 않다"고 강조했다.

그간 친인척 채용 사례가 없다고 주장했던 국민의당의 송기석 의원은 형의 처남을 비서로 채용한 것이 알려진 후 면직처리했다고 밝혔다. 해당 비서는 송 의원 본인의 친척(8촌 범위)도, 송 의원의 부인의 친척도 아닌 '혈족'이어서 당 자체조사에서 누락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채용의 경위를 참작하지 않고 '친인척은 안 된다'는 하나의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가혹하다는 얘기도 나온다. 모든 친인척 채용이 특혜성은 아닐 수도 있단 주장이다. 그러나 이러한 사례를 일일이 파악하기 어렵고 청년실업이 높은 사회에서 국회의원이 실력과 관계 없이 친인척에게 '국회 보좌진' 경력을 만들기 위한 통로로 악용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보좌진 친인척 채용' 관련 제도개선은 불가피하단 의견이 많다.

박소연 기자 soyunp@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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