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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맞춤형보육 첫날…"맞춤반·종일반 구분 운영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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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집 '맞춤반' 원아 명단 통보 제대로 못 받은 곳도

정진엽 장관 "보육교사 처우 개선 노력하겠다"

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전명훈 기자 = 맞춤형보육제도가 전국 어린이집에서 일제히 시작됐다. 일부 어린이집에서는 제도 시행 초기의 혼란도 빚어지는 모습이었다.

보건복지부는 1일 맞춤형보육제도가 전국 어린이집 4만2천여곳에서 시행됐다고 밝혔다.

맞춤형보육은 보육 부담과 필요에 따라 어린이집 0∼2세반 아이를 종일반(7시30분∼19시30분)과 맞춤반(9시∼15시)으로 구분해 운영하는 어린이집 운영제도다. 맞춤반 가정에는 1개월 이내에 쓸 수 있는 '긴급 보육 바우처 15시간'이 함께 제공된다.

어린이집에서는 제도 시행 첫날 맞춤반과 종일반을 구분해 등·하원시간을 달리하기가 쉽지 않다는 토로가 이어졌다.

충남 아산의 한 어린이집은 "어제까지만 해도 오후 4시에 집에 가던 아이에게 오늘부터는 3시에 집에 가라고 하기가 실제로는 어렵다"며 "정부의 의도대로 맞춤반 아이와 종일반 아이를 오늘부터 단칼에 구분해서 운영하기는 힘들다"고 밝혔다.

다른 어린이집 원장은 "맞춤반 아이들이 하원하는 3시가 하루 일정의 중간인 탓에, 낮잠 시간, 간식 시간 등을 변경하게 되면 아이들의 생활 리듬이 깨지는 것은 아닐지 걱정된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부모의 취업, 다자녀, 임신 등 부모의 사정에 따라 아이가 맞춤반·종일반 중 어디에 편성됐는지 확인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어린이집에서 이런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보육 서비스 정보 포털 '아이사랑보육포털' 사이트는 맞춤형보육 시행과 시스템 교체를 위해 서비스가 4일 오전까지 중단됐다. 복지부는 아이의 반편성은 어린이집이 부모 등에게 직접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어린이집 원장들은 "일단 대상 아이가 명확히 확인되지 않는 오늘은 기존대로 운영하고 다음 주부터 제도에 맞춰 시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맞춤형보육이 시행되면서 보육비용이 늘어 어린이집의 수익이 증가하고, 보육교사의 처우도 따라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맞춤반 부모들이 추가로 사용할 수 있는 '15시간 바우처'를 모두 쓰면 맞춤반도 과거보다 수익이 줄어들지 않는 구조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영아 20명 규모로 가정 어린이집을 운영하는 한 원장은 "실제 운영에서는 바우처를 써도 손해가 나는 경우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원장에 따르면 가정어린이집들은 영세한 경우가 많아 등·하원 차량을 하루에 여러 차례 배치하기가 어렵다.

결국 한 번에 아이들을 데려다주기 위해서는 맞춤반과 종일반 아이들의 하원 시간을 똑같이 맞춰야 한다. 맞춤반 부모의 '긴급 보육 바우처'가 여기에 쓰인다.

바우처는 한 달에 15시간이 한계인 만큼, 1개월 동안 매일 1시간씩 추가 보육을 하게 되면 결국 원장이 추가로 며칠 동안은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

이런 방식으로는 종일반과 맞춤반을 구분한 의미가 퇴색되고 바우처의 기능도 유명무실하게 되지만 한정된 보육비로 영세한 어린이집을 꾸려나가려면 어쩔 수 없다고 이 원장은 항변했다.

한편 이날 정진엽 보건복지부 장관은 서울 성동구의 한 민간어린이집을 찾아 어린이집 원장, 보육교사, 학부모 등의 의견을 들었다.

홑벌이 가정에서 두 자녀를 둔 한 학부모는 정 장관에게 "이번 맞춤형보육 정책이 직장을 다니지 않는 엄마들을 밖으로 내보내려는 듯한 느낌이 들어 서운했다"고 밝혔다.

이 어린이집의 보육교사는 "제도에 대해 교사에게 제대로 안내가 되지 않아 학부모에게 설명하지 못할 때 많이 안타까웠다"며 "제도 시행 후에는 아이를 돌보는 데에 집중할 수 있도록 불필요한 서류 작업을 줄여 달라"고 부탁했다.

정진엽 장관은 "복지부가 오래전부터 이 제도를 준비해왔지만 제대로 홍보하지 못한 점이 있었다"면서 "보육교사가 보육에 집중할 수 있도록 처우를 개선하는 노력을 계속하겠다"고 말했다.

junm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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