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16 (화)

<르포> 개성공단업체, 베트남에 첫 '해외둥지'…"전화위복 삼는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의류업체 나인모드, 대체공장 가동…"내수에서 수출로 전환…매출 2배 이상 목표"

연합뉴스

(하노이=연합뉴스) 김문성 특파원 = 1일 오전 베트남 수도 하노이에서 남쪽으로 60㎞ 가량 떨어진 흥옌성에 있는 나인모드의 공장에서는 현지 종업원 300여명이 주문량을 맞추기 위해 바쁘게 손을 놀리고 있었다.

나인모드는 지난 2월 개성공단 폐쇄로 한순간에 하나뿐인 생산 공장을 잃은 중소 의류업체다.

날벼락을 맞은 124개 개성공단 입주기업은 대체공장 물색에 나섰고 그중 나인모드는 베트남에 둥지를 틀었다. 개성공단 업체가 해외에서 대체공장을 마련해 가동한 첫 사례다.

나인모드 베트남 공장[하노이=연합뉴스]

옥성석(62) 나인모드 대표는 "동남아 국가들을 물색하다가 세계적인 의류생산기지로 떠오르는 베트남을 주목했다"며 "3월부터 두달간 호찌민, 다낭 등 베트남 곳곳을 돌아다닌 끝에 대체공장을 구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베트남은 세계 최대 경제블록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가입,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 경제공동체 출범 등에 힘입어 중국을 대신할 '세계의 공장'으로 부상하고 있다.

풍부한 노동력과 낮은 임금, 정치 안정, 대외 개방 확대 등으로 외국인 투자가 잇따르고 있다. 작년 말 발효된 한국·베트남 자유무역협정(FTA)도 우리 기업에는 기회다.

나인모드는 이런 베트남의 투자 환경에 승부를 걸기로 하고 흥옌성에서 한국계 기업이 영업 부진으로 가동을 중단하고 매물로 내놓은 공장을 지난 4월 인수했다.

부지 7천600여㎡의 공장을 리모델링하며 기존 종업원 100여명의 고용을 모두 승계하고 200여명을 추가로 고용했다. 현재 7개 생산라인을 가동하는 나인모드는 9월까지 종업원을 1천여명으로 늘리고 생산라인도 13개로 확대할 계획이다.

옥성석 나인모드 대표가 작업을 점검하는 모습[하노이=연합뉴스]

나인모드는 개성공단에서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만든 의류를 모두 남한 내수용으로 납품했지만 베트남 공장 제품의 경우 70%가량은 일본으로 수출한다.

옥 대표는 "북한 개성공단 제품은 원산지 문제와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등으로 사실상 수출이 어려웠다"며 "베트남 공장 가동을 계기로 그동안 해외시장을 염두에 두고 친분을 맺어온 일본 바이어를 통해 수출 길을 뚫었다"고 말했다.

전화위복이 된 셈이다. 나인모드는 개성공단에서 연 40억 원의 매출을 올렸지만 베트남에서는 올해 100억 원에 이어 내년 300억 원, 2018년 500억 원을 목표로 세웠다.

베트남 종업원의 월 인건비는 평균 300달러(약 35만 원)로 개성공단 근로자와 큰 차이는 없지만 직무나 능력에 따라 급여에 최대 3배의 격차를 둬 생산성 향상을 유도할 수 있다는 것을 옥 대표는 장점으로 꼽았다.

직원 응우옌 티 홍(27·여)은 "품질 제고를 위해 꼼꼼히 작업을 해야 한다"며 "베트남 업체의 공장에 비해 시설을 비롯한 근무환경이 좋다"고 말했다.

나인모드 베트남 공장[하노이=연합뉴스]

기업들의 사회공헌 활동이 아직은 일반화되지 않은 베트남에서 장애인 채용, 환경 보호 운동, 장학금 사업 등을 통해 지역사회와 함께 성장한다는 것이 나인모드의 구상이다.

6월부터 공장을 가동한 나인모드는 1일 종업원 가족과 지역주민 300여명 등을 초대해 개업식을 열고 이같은 회사 측의 계획을 소개했다.

흥옌성의 응우옌 번 퐁 인민위원장은 이날 행사에 참석, "공장 가동으로 지역주민에게 일자리가 생기고 지역 정부의 세 수입도 늘어 지역 경제 발전에 기여한다"고 환영했다.

홍용표 통일부 장관은 강종석 개성공단 남북공동위원회 사무처장이 대독한 축사를 통해 "나인모드의 베트남 진출이 경영 정상화는 물론 지속적인 성장과 해외 수출의 기반을 마련, 개성공단 기업들의 새로운 발전 모델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개성공단 업체 가운데 8개사가 베트남에서 대체공장 가동을 준비 중이고 6개사가 진출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해외에서 공장을 가동하려면 부지 물색, 인허가, 공장 건설 등에 많은 시간과 비용을 들여야 해 상당수 업체는 대체공장을 단기간에 구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kms1234@yna.co.kr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연합뉴스


연합뉴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