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19 (금)

"고정금리로 바꾸라더니"…가계대출 4조 손해 '호갱'

댓글 2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편집자주] 변동성이 점점 커지는 금융경제 격변기에 잠시 숨고르며 슬기로운 방향을 모색합니다.

[[숨고르기]금융당국의 고정금리 정책 실패…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머니투데이

2015년 3월 금융당국은 기존 변동금리 만기 일시상환 주택담보대출을 고정금리 장기 분할상환 대출로 바꾸도록 유도했다./사진제공=뉴스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달 9일 금통위는 기준금리를 1.25%로 낮췄다. 1년 동안이나 미국의 금리인상 눈치를 살피다가 6월 예정된 미국 금리인상이 무산되는 틈을 타서 전격적으로 인하했다. 여기에다 24일자로 현실화된 브렉시트(Brexit)는 추가적인 금리인하 가능성마저 높이고 있다.

3월말로 가계부채가 1224조원에 달하는 가운데 기업과 가계의 이자 부담을 줄이면서 경기를 진작하려는 취지다. 하지만 기준금리는 2011년 6월10일 3.25%를 정점으로 5년간 2%포인트나 인하됐지만 경기가 살아날지는 미지수다.

지속적인 금리인하 덕에 채권을 보유한 금융기관이나 기관투자자 및 기업들은 채권가격 상승(금리인하 효과)으로 상당한 자본차익을 얻었다. 또 낮은 금리의 채권발행으로 조달금리가 하락하는 효과도 톡톡히 거두었다.

물론 대출금리도 낮아져 기업과 가계에 상당한 도움이 됐다. 그러나 장기 고정금리 대출자는 내려가는 금리를 바라보면서 한숨만 내쉴 뿐이다. 변동금리로 바꾸기엔 중도해지 수수료 부담이 있고 또 언제 금리가 오를지 모르는 불안감에 쉽게 전환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런데 대출자 스스로의 판단으로 고정금리를 선택한 경우는 복불복이라 쳐도 활성화 정책과 은행의 권유로 고정금리를 선택하거나 심지어 변동을 고정으로 전환한 경우는 상대적인 박탈감이 이로 말할 수 없다.

금융당국은 가계부채가 2011년 3월 801.4조원(주택담보대출은 364.9조원)에 달하자 2011년 6월29일 ‘가계부채 연착륙 종합대책’을 내놓았다. 그 대책 중 하나로 당시 5% 비중이던 고정금리대출을 5년 후인 2016년까지 30% 수준으로 올리기로 하고 고정금리대출 활성화 및 전환 유도 정책을 지속적으로 펼쳤다.

그 결과 금감원에 따르면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올 3월말 현재 고정금리 비중이 36.8%(2010년말 기준 0.5%)로 확대됐으며 대출잔액은 166.3조원에 이른다. 이에 고무된 금융당국은 내년도 고정금리 대출비중 목표를 42.5%로 올려 잡은 상황이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시장금리는 정책방향과 정반대로 움직였다. 기준금리는 고정금리대출 활성화 시행 시점인 2011년 6월 3.25%를 정점으로 이후 현재까지 줄곧 하락해 당국자를 머쓱하게 만들고 있다.

금융당국의 활성화 정책을 믿고 은행의 권유를 충실하게 따른 고정금리 대출자들과 변동에서 고정금리로 전환한 대출자들은 5년이나 금리가 오르기를 기다리며 상대적인 이자 손실을 참아내고 있다. 반면에 변동금리 대출자들은 금리인하의 수혜를 만끽하고 있다.

금리인하에 따라 고정금리 대출자들(특히 변동→고정금리 전환자들)이 입은 상대적 이자손해를 대략 추정하면, 정책 시행 후 5년간 늘어난 160조원가량의 고정금리대출이 활성화 및 유도 정책으로 발생했다고 가정할 때 연평균 약 80조원이 5년간 유지된 것으로 계산되며 금리수준은 5년간 인하폭의 절반인 1.0%포인트 정도 손해본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결국 지난 5년간 고정금리 대출자는 최대 추정 4조원의 이자를 변동금리 대출가계보다 더 부담한 꼴이 된다. 주택담보대출만 따져서 이 정도니 전체 고정금리 가계대출로 확대하면 훨씬 커질 수 있다.

최종 책임이야 가계가 질 수밖에 없겠지만 비전문가인 가계로서는 정부와 은행의 고정금리 정책을 믿고 따를 수밖에 없다. 더구나 손해본 이자금액의 상당부분이 금융기관의 이익으로 옮아갔을 가능성을 생각하면 분통 터질 지경이다.

그런데 글로벌 경제가 뉴노멀 체제로 고착화되고 전세계적으로 저금리 내지 마이너스금리가 굳어지게 된다면 소비자 부담이 더 커질 수 있어 걱정이 태산이다. 더구나 브렉시트의 여파가 만만치 않게 전망되는 마당이라 소비자는 두렵기까지 하다.

이런 일이 벌어진 근본적인 이유는 정책당국이 시장의 변동에 따른 소비자의 피해 가능성을 도외시한 채 정책 효과에만 몰두한 안일한 자세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신도 알기 어렵다는 금리변동을 상승 쪽으로 설정하고 고정금리 활성화 정책을 펼쳤기 때문이다.

한두해도 아닌 5년간이나 내리 소비자의 피해를 초래한 결과는 당초 금리상승시 소비자보호라는 취지에도 불구하고 금융당국의 고정금리 정책은 실패로 간주하기에 충분하다.

국가 전체의 가계대출 구조를 경제상황에 맞춰 개선하는 것은 정책당국의 권한이자 의무이다. 그러나 소비자에게 직접 금전적 영향을 미치는 부분은 아무리 신중하게 고려해도 부족하다.

가계대출은 대부분 서민들의 생계와 직결된다. 자신의 선택 잘못으로 손해를 봐도 견디기 어려운데 당국이 나서서 고정이냐 변동이냐를 유도했다가 뒷감당을 어떻게 하려고 그런 용기(?)를 냈는지 궁금할 따름이다.

머니투데이

이병찬 이코노미스트 leebyungchan@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