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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산재 처리 되나요?" 한 한화 투수의 뼈 있는 '한마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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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월드

[스포츠월드=정세영 기자] 약 보름 전의 기억이다. 한화의 한 불펜 투수는 취재진을 만나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프로야구 투수들도 산재 처리가 되느냐”라며 애써 웃음 지었다. 물론 농담성 멘트였지만, 시도 때도 없이 마구잡이식으로 기용되는 현재의 한화 불펜 투수들의 현 상황을 미묘하게 비꼬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지난 28일 고첨돔 한화-넥센전. 한화는 이날 넥센에 13-3으로 완승을 거뒀다. 2경기 연속 선발 등판한 송은범은 4회까지 상대 타선을 무실점으로 틀어막았고, 7-0으로 앞선 5회에도 마운드에 올랐다. 하지만 송은범은 기세를 잇지 못하고 볼넷과 몸에 맞는 볼, 안타를 연달아 허용하며 무사 만루 위기에 놓였다.

언제나 그랬듯이 한화의 선택은 투수 교체였다. 마운드를 넘겨받은 투수는 권혁이었다. 권혁은 등판 후 실책이 겹쳐 2실점했지만, 이날 2이닝을 탈삼진 3개를 곁들여 1실점으로 막아냈다. 이후 한화는 13-3으로 점수차를 크게 벌렸다. 상대가 사실상 ‘백기’를 들었지만(30일 만난 염경엽 감독도 이를 인정했다), 한화는 7회부터 주력 계투요원인 박정진(1이닝)과 장민재(2이닝)를 마운드에 올려 경기를 마쳤다.

29일 경기 내용은 정반대였다. 경기 초반 넥센에 잇달아 실점하며 초반 주도권을 내줬다. 그러나 한화는 이날 지고 있는 상황에서 송창식과 박정진 등 필승 계투조를 투입했다. 승부를 뒤집지는 못했다. ‘연투가 쉽지 않은 투수’라고 김성근 감독이 평가했던 박정진은 이틀 연속 승패와 상관없는 분위기에서 마운드에 올라야 했다.

이 두 경기 뿐 아니다. 한화 불펜진에는 추격조와 필승조의 구분이 없다. 권혁과 송창식, 박정진 등은 이길 때는 당연히 나오고, 비기거나 뒤질 때도 등판하는 투수다. 5월 이후에는 마무리 정우람도 ‘많이 던지는 투수’ 대열에 합류했다. 지난주 김성근 감독이 “앞(선발)에서 쓸 것”이라고 밝힌 장민재는 아예 불펜 투수로 자리를 굳혔다. 반면, 1군 엔트리에 있는 송신영의 경우, 최근 10경기에서 3번 등판에 그쳤다.

선택과 집중이 없는 한화 불펜진은 데이터로 확인할 수 있다. 주력 불펜 투수들은 타 구단 투수들과 비교했을때 출장 빈도가 압도적으로 높다. 특히, 권혁은 6월까지 경기수(44경기), 이닝(66⅔이닝), 투구수(1148개) 모두 1위다. 송창식 역시 불펜으로만 40경기에 나서 2위에 올랐고, 이닝(52⅔이닝), 투구수(951개)로 권혁의 뒤를 잇고 있다. 정우람은 리그 내 마무리 투수 중 경기 출전(31경기)과 이닝(45⅔이닝), 투구수(727개) 모두 1위다.

권혁은 6월, 마지막 두 경기에서 모두 실점했다. 30일 넥센전에서는 ⅔이닝 동안 4피안타 5실점의 뭇매를 맞았다. 한 해설위원은 “주력 불펜 투수들의 이닝과 투구수가 계속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남은 시즌을 과연 제대로 버텨낼 수 있을지 모르겠다. '한계를 이겨내야 한다'고 하는 데, 투수의 어깨와 팔꿈치는 소모품이다. 그 한계를 이겨내다가 수술대에 오를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niners@sportsworldi.com

사진=OS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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