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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미세먼지로 '뿌연 바다' 태안 해수욕장 상인들 '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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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태안의 한 바닷가 [연합뉴스 자료사진]


(태안=연합뉴스) 유의주 기자 = "태안은 해운대나 대천해수욕장처럼 시설이 잘 개발된 곳이 아니라 청정한 자연경관을 즐기는 휴양관광지입니다. 해수욕장에 피서를 가면서까지 미세먼지에 기관지 걱정을 해야 한다면 누가 놀러 오겠습니까."

석탄 화력발전소가 밀집한 충남 서해안의 대기환경이 수도권보다 나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충남 태안군 안면도 백사장 해수욕장번영회 윤현돈(55) 회장은 1일 "미세먼지로 바다가 뿌연 날이 많아 관광객이 줄어들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윤 회장에 따르면 태안의 바다와 하늘이 2∼3년 전부터 뿌옇거나 옅은 황토색을 띠는 날이 부쩍 잦아졌다.

그는 "과거에 해무 또는 운무라고 했던 안개 낀 바다가 아니고, 저녁에 해가 넘어간 뒤 노을이 흐릿하게 남아있는 것과 비슷한 색깔의 바다색이 많다"며 "중국에서 넘어오는 미세먼지 탓인 줄만 알았는데, 요즘 보도를 보니 화력발전소와 같은 국내 요인 탓이라고 해 당황스럽다"고 설명했다.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6월 서산·태안지역에 연무가 낀 날은 1일과 2일, 22일 등 3일이었다.

미세먼지 농도가 81㎍/㎡를 넘어 '나쁨'으로 예보된 날도 9일에 달했다.

이같이 뿌연 바다와 흐린 날씨로 바다 경관이 예전보다 훨씬 못하다는 것이 지역주민들의 말이다.

한 주민은 "바닷가를 찾으면 푸르고 맑은 파도를 기대하게 되지만 요즘처럼 뿌연 바다는 이런 시원한 느낌은커녕 우리가 보기에도 답답한 모습"이라고 토로했다.

실제로 지난주 태안을 찾은 피서객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5∼20%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안면도 꽃지해수욕장의 경우 지난해 6월 하순 주말에는 5만∼6만명이 찾았지만, 올해는 3만∼4만명에 그쳤다.

태안은 2007년 기름 유출 사고로 관광객이 극심하게 줄어든 경험이 있어 주민들이 더욱 민감하다.

백사장 해수욕장번영회 윤 회장은 "기름 유출 사고 이전 태안을 찾는 관광객이 연간 1천만명에서 사고 직후 300만명까지 떨어졌었다"며 "이제 다시 회복되고 있는 시점인데 작년부터 환경요인이 좋지 않다는 소문이 퍼져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태안에서도 지역별 편차가 있어 만리포 등 일부 해수욕장은 주말 피서객이 지난해보다 늘었다.

만리포 관광협회 홍재표 사무국장(47)은 "예년에는 6월 주말 관광객이 5천명 미만이었는데 2주 전 주말에는 1만5천명까지 늘었고, 지난 주말에도 5천명을 넘어섰다"며 "올해 들어 관광객이 줄어든 것 같지는 않다"고 밝혔다.

하지만 예년의 경우 500명은 넘었던 평일 관광객이 200∼300명 수준으로 줄어든 것은 사실이라고 홍 국장은 전했다.

해수욕장 상인들은 해수욕장 운영요원 확보를 위한 예산과 인력난으로 올해 태안지역 30개 해수욕장이 지난해보다 1주일 이상 늦어진 오는 9일에야 개장하게 된 것도 관광객 감소의 한 이유가 되지 않을까 우려한다.

홍 국장은 "해수욕장 내 횟집과 모텔을 운영하는 분들이 해수욕장 개장이 늦어져 손님이 줄어들까 걱정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ye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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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 천리포 해수욕장 [연합뉴스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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