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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ER인사이드] 폭스바겐 '디젤게이트'와 한국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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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스바겐 ‘끝없는 추락’ 한국 시장에는 관심 없는 독일 본사

이코노믹리뷰

사진 = 이코노믹리뷰 노연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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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대의 사기극’ 폭스바겐 배출가스 조작 파문이 터진지 9개월이 지났다. 파문은 끝이 보이지 않고 있다. 각국 정부가 관련 조사에 착수하면서 범법행위는 끝없이 많은 범법행위들이 적발되고 있다. 못된 기업’ 폭스바겐을 향한 비난은 날이 갈수록 그 강도가 높아지는 분위기다.

한국에서도 마찬가지. 검찰의 칼날이 폭스바겐을 향했다. 조사 과정은 참혹했다. 부정과 조작부터 거짓말ㆍ책임회피까지. 관심사는 이제 ‘한국 시장 차별’ 논란으로 향하고 있다. 최근 폭스바겐이 미국 소비자들에게 최고 1만달러(약 1160만원)씩 배상금을 지급하기로 결정하면서다. 한국에서는 보상은커녕 리콜 계획도 아직까지 수립하지 않고 있다.

한국에 관심 없는 독일 본사

한국 시장이 차별받고 있다. 이유가 뭘까. 사실 답은 정해져있다. 한국이 ‘매력적인 시장’이 아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의 인구는 약 5000만명. 연간 신차 판매 규모는 150만여대 수준이다. 세계에서 가장 큰 시장은 단연 중국과 미국이다. 중국에서는 한 해 약 2350만대의 신차가 판매된다. 미국에서도 1700만여대가 나간다.

이 가운데 중국은 상대적으로 ‘디젤 게이트’의 후폭풍이 거세지 않은 곳이다. 폭스바겐그룹은 중국 내 판매 점유율 1위를 수년째 고수하고 있다. 2015년 5월에도 점유율 18.4%로 1위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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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스바겐 골프(자료사진) / 출처 = 폭스바겐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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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폭스바겐 입장에서 ‘블루오션’에 가깝다. 시장이 포화상태이긴 하지만 자신들의 특ㆍ장점을 살려 충분히 점유율을 올릴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은 전통적으로 가솔린차를 선호한다. 디젤차를 사려는 사람이 많지 않다. 반면 폭스바겐은 ‘디젤차 명가’다. 주력 무기가 디젤 자동차다. 미국 내 마케팅을 통해 생긴 디젤차 수요를 대부분 가져갈 수 있는 셈이다.

이 과정에서 적발된 것이 배출가스 조작이다. 미국에서 ‘클린 디젤’이라는 마케팅을 대대적으로 펼치던 폭스바겐은 한순간에 ‘망할’ 위기에 처했다. 한 해 미국에서 판매되는 폭스바겐 차량은 약 40만대. 규모가 적지 않은데다 앞으로 성장 가능성 등을 고려하면 미국은 폭스바겐에게 ‘중요한 시장’인 셈이다.

한국은 다르다. 폭스바겐 단인 브랜드 기준 한 해 판매량이 4만대에 미치지 못한다. 사실상 정점을 찍은 것으로 여겨지는 지난 2015년 성적이 3만5778대였다. 규모가 작다는 얘기다. 성장 가능성도 크지 않다. 150만여대의 내수 시장은 더 이상 큰 폭의 성장이 힘들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인구도 늘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 현대ㆍ기아차가 버티고 있다. ‘국민차’ 이미지를 구현하는 폭스바겐이 정면 승부를 벌여야 하는 브랜드다. 하지만 한국은 현대ㆍ기아차의 안방이다. 폭스바겐은 한국에서 ‘수입차’ 타이틀을 달고 이들과 싸워야 한다. 다른 브랜드와의 경쟁도 치열하다. 특히 프리미엄 브랜드 BMW, 메르세데스-벤츠 등이 시장에서 선전하고 있다. 힘을 뺄 필요는 없다.

폭스바겐그룹은 한 해 1000만대 가량의 자동차를 전 세계 시장에 판매한다. 한국에서는 폭스바겐, 아우디, 포르셰 등이 7만여대의 차를 판매한다. 0.7% 수준이다. 공장이 있는 것도 아니다. 만일 한국이 ‘불매운동’을 통해 폭스바겐 차를 퇴출시킨다고 해도 영업에 큰 지장을 주지는 못하는 것이다. 한국 시장이 ‘무시’받고 있는 이유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한국에서 폭스바겐이 철수하고 집단소송에서 승소한다고 해도 (폭스바겐) 독일 본사에는 큰 지장이 없다. 한국 법인인 폭스바겐코리아와 판매 딜러사들만 타격을 받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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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사진. 지난 2015년 10월1일 오후 인천광역시 서구 국립환경과학원 교통환경연구소에서 직원들이 폭스바겐 계열사 차량인 아우디 A3 모델의 배기가스 검증조사를 하고 있다 / 출처 =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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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사진. 지난 2015년 10월1일 오후 인천광역시 서구 국립환경과학원 교통환경연구소에서 직원들이 폭스바겐 계열사 차량인 아우디 A3 모델의 배기가스 검증조사를 하고 있다 / 폭스바겐의 ‘추락’

대답 없는 폭스바겐 본사를 상대로 보상을 요구하는 국내 소비자들의 목소리는 더욱 높아지고 있다. 폭스바겐은 최근 미국 내 자사 차량 소유주들에게 1인당 최고 1만달러(약 1160만원)의 배상금을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반면 한국에 대해서는’미국과 달라 배상 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최근 미국 샌프란시스코 연방지방법원에서 공개된 ‘폭스바겐의 미국 고객 피해 및 환경오염 배상 관련 합의서’를 살펴보면 미국 소비자들을 차량을 중고차 가격으로 되팔거나 배출가스 개선 장치를 무료로 수리받을 수 있다.

환불ㆍ수리 등에 관계없이 47만5000여명의 소유주에게는 최소 5100달러(약 591만원)에서 최대 1만달러(약 1160만원)의 보상금을 준다.

이 같은 합의 내용은 법원이 최종 승인을 하는 대로 실시된다. 앞으로 한 달간 배상합의안에 대한 의견 접수 기간을 거쳐 7월26일 열리는 공판에서 승인 여부가 결정될 전망이다.

한국은 외면 받았다. 폭스바겐은 합의안 공개와 함께 ‘발표된 합의안은 폭스바겐의 법적 책임에 대한 시인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국내에서 폭스바겐을 상대로 집단소송을 제기한 원고인단 수는 6월말 기준 총 4500여명이다.

한편 검찰은 최근 폭스바겐 독일 본사가 국내에 차를 팔면서 배출가스 인증 기준을 맞추지 못하게 되자 해당 차량의 소프트웨어 조작을 지시한 정황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골프 1.4 TSI 등 차종이 국내에서 배출가스 인증을 통과하지 못하자 폭스바겐 본사가 소프트웨어 조작을 지시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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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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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또 폭스바겐 측의 연비 관련 서류도 조작한 사실을 최근 추가로 확인했다. 폭스바겐이 산업자원부 산하 한국에너지관리공단에 제출한 아우디 A8 등 20개 차종의 연비시험성적서 중 48건이 조작됐다는 게 검찰 측의 설명이다.

검찰은 지난 6월24일 배출가스 시험성적을 조작해 인증서를 발급받은 혐의로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 인증담당 이사 윤모(52)씨를 구속하기도 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범법행위는 독일 본사가 저질렀는데 정작 국내에서 가장 큰 피해를 입는 쪽은 판매 딜러사와 영업사원들”이라며 “우리나라도 이번 사건을 계기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등을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여헌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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