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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NEWS&VIEW] 의원님, 이번엔 특권 내려놓을 겁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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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丁의장·3黨 원내대표 '특권 폐지 자문기구' 만들기로]

새누리 "불체포 특권 폐지"

더민주 "무단결석, 수당 삭감"

국민의黨 "의원 국민소환제"

국회개원後·선거前 단골 메뉴… 법제화로 이어질지 지켜봐야

여야(與野) 3당이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 방안을 앞다퉈 쏟아내고 있다. 여야뿐 아니라 국회의장까지 의원 특권 내려놓기를 추진하는 등 국회의원 특권 타파가 정치권의 중심 이슈가 되고 있다. 여야는 과거에도 수차례 특권을 내려놓겠다고 공언(公言)했지만 이런저런 이유를 대면서 '공언(空言)'으로 만들었다.

새누리당은 30일 국회의원 불체포 특권 등 의원 특권을 대폭 내려놓겠다고 했다. 이를 위해 의원 체포 동의안을 국회 본회의 보고 72시간 안에 처리하지 못하면 자동 폐기되는 국회법 규정을 없애겠다고 했다. 72시간 내 표결이 이뤄지지 않으면 이후 열리는 첫 본회의에 체포안을 자동 상정하는 조항을 신설하는 국회법 개정을 추진한다는 것이다. 불체포 특권은 '국회 동의 없이 의원을 회기(會期) 중엔 체포할 수 없다'는 헌법상 권리지만, 범죄 혐의를 받는 의원들이 법망을 피하는 수단으로 악용됐다는 지적이다. 새누리당은 이와 함께 △의원 영장실질심사 자진 출석 의무화 △국회 세비(歲費) 동결 △8촌 이내 친·인척 보좌진 채용 금지 △보좌진으로부터 후원금 징수 금지 등을 위한 관련법 개정도 추진하기로 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소속 의원들이 법안 발의를 통해 특권 내려놓기 추진에 나섰다. 원혜영 의원은 최근 '국회 본회의 등에 4분의 1 이상 무단결석할 경우 회의수당 전액을 삭감'하는 내용의 '국회의원수당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백혜련 의원은 보좌진 보수를 유용하면 형사처벌하는 이른바 '국회의원 갑질 금지 법안'을 발의했다. 백재현 국회 윤리특별위원장은 이른바 '국회의원 금배지' 폐지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의당도 지난 총선에서 정치인 낙하산 임명 금지, 국회의원 국민소환제(파면제) 등을 공약한 데 이어 안철수 전 대표가 지난 22일 국회 대표 연설에서 의원 특권 내려놓기 추진을 위한 국회 차원 기구 구성을 제안했다.

이런 가운데 정세균 국회의장은 이날 여야 3당 원내대표와 만나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 관련 의장 자문기구를 설치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정치권이 경쟁적으로 내놓는 특권 내려놓기 방안은 새로운 게 아니다. 역대 국회에서 개원(開院) 직후나 총선·대선 등 주요 선거를 앞두고 단골 공약으로 등장했다가 국회 임기 만료와 함께 슬그머니 사라진 방안들이다. 이 때문에 "매번 일이 터지면 특권을 내려놓겠다고 했지만 제대로 법제화하거나 실천한 적이 없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번에도 정치권이 말만 요란한 경쟁에 나선 것 아니냐는 지적이 벌써 나온다.

여야가 20대 국회 출범과 함께 특권 내려놓기에 열을 올리는 것은 내년 대선을 염두에 두고 벌이는 '혁신(革新)' 경쟁의 측면도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더민주 서영교 의원의 '가족 보좌진 채용' 논란과 국민의당 김수민 의원 홍보비 리베이트 논란이 터지면서 정치권에 대한 불신이 커졌다. 새누리당 역시 이군현 의원의 보좌진 월급 상납 의혹 사건 등 갑질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여야 3당 대표들은 최근 국회 연설에서 공히 한국 사회가 처한 위기의 핵심을 '양극화 심화'로 보고 '격차 해소'를 목표로 내세웠다. 내년 대선에서 격차 해소와 특권 타파가 쟁점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큰 만큼 정치권이 여론을 의식해 자신들의 특권 내려놓기를 공약하고 나섰다는 분석이다. 문제는 역대 국회가 약속해온 특권 포기 공약 중 법제화와 실천으로 이어진 경우는 드물었다는 점이다.

새누리당이 이날 추진하기로 한 방안 중 대부분은 지난해 당 보수혁신특별위원회가 이미 마련해 공개했던 내용이다. 법제화된 내용은 없다. 불체포 특권 제한 법안은 지난해 1월 당론 발의됐으나 상임위에서 제대로 논의되지 못하고 19대 국회가 종료되면서 폐기됐다.

여야는 19대 국회 때 "방탄 국회는 없다"고 공언했지만 2014년 9월 새누리당 송광호 의원에 대한 체포 동의안을 부결시켰다. 당시 재적 의원 223명 가운데 118명이 반대표를 던졌다. 여당뿐 아니라 야당 의원들도 체포 동의안 부결에 합세한 것이다. 겉으론 특권을 내려놓겠다면서 뒤에선 특권 유지를 위한 여야 간 담합(談合)이 작동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매번 공약으로 등장하지만 지켜지지 않는 이유에 대해 정치권에서는 "국회의원들이 특권을 내려놓을 의지가 없기 때문"이란 말이 나온다. 한 초선 의원은 "친·인척 보좌진 채용을 금지하면 의원들끼리 서로 가족 보좌진을 주고받을 게 뻔하고, 후원금 역시 마찬가지 아니겠느냐"며 "제도가 아니라 의원들의 의지가 중요하다"고 했다.

[최경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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