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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물이 무서웠던 꼬마, 올림픽만 다섯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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뭍에선 소심했지만, 물에선 강했다…

2년만에 돌아온 황제 펠프스, 美수영 첫 올림픽 5회 출전 성공

- ADHD 치료하려고 수영 배워

물에 머리 못넣어 배영부터 시작, 올림픽 메달 22개로 역대 최다

- 그의 물살이 수영의 역사

음주운전·마리화나·도박說… 아내 임신 사실 알고 정신 번쩍

- 수영도 먹성도 끝내줘

매일 파스타 8인분, 피자 한판… 일반 남성의 4배 '엄청난 먹성'

세계 수영의 전설적 선수 마이클 펠프스(31·미국)가 올림픽에 돌아온다. 그는 29일(현지 시각) 리우올림픽 미국 수영대표선발전(미 오마하) 남자 접영 200m 결선에서 1위를 차지해 올림픽 출전을 확정했다. 2000년 시드니부터 올림픽에 나선 펠프스는 미국 남자 수영선수 사상 최초로 5회 연속 올림픽 출전 기록도 세우게 된다. 생일인 6월 30일을 하루 앞두고 스스로에게 전달한 '생일 선물'이다.

펠프스는 이날 1분54초84의 기록으로 2위 톰 실즈(1분55초81)를 제치고 8명 중 선두로 들어왔다. 자신이 가진 세계신기록(1분51초51)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전날 준결선 1위에 이어 자신의 주종목인 접영 200m에서 다른 경쟁자들을 모두 물리쳤다. 펠프스는 미 수영대표선발전 사상 최고령 우승(30세364일) 기록도 세웠다. 2012 런던올림픽 이후 은퇴를 선언했다가 2014년 복귀한 31세의 노장이 젊은 선수를 모두 누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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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물 맛, 내가 제일 잘 알아 - 마이클 펠프스는 생일 하루 전날 우승을 확정 짓고 손을 활짝 펼쳐보였다. 리우까지 5번째 올림픽에 가게 됐다는 의미였다. 펠프스는 경기 후 “많은 일이 있었지만, 결국은 이곳에 돌아왔다”고 했다. /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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펠프스가 걸어온 길은 '남자 수영의 역사'이자 '올림픽의 기록 전시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역대 올림픽 최다 메달 보유(22개), 단일 올림픽 최다 금메달 획득(2008년 8개) 등 펠프스는 올림픽에 나갈 때마다 새로운 기록을 썼다.

2000년 역대 미 수영 대표팀 최연소 나이(만15세)로 올림픽 무대에 데뷔했던 펠프스는 2004 아테네에서 금메달 6개와 동메달 2개를 따내며 메달을 쓸어담기 시작했다. 그는 순식간에 언론의 주목을 받는 수퍼스타가 됐다. 하루 1만~1만2000㎉(일반 성인 남성은 2500㎉)를 먹는 그의 식습관부터 하루 5시간, 주 6일을 수영에 매달리는 일과까지 화제가 됐다. 펠프스는 "이렇게 먹지 않으면 체중이 줄어든다"며 하루 파스타 8인분과 피자 한 판을 해치웠다.

하지만 그는 8개의 금메달을 따낸 2008 베이징올림픽 이후부터 방황하기 시작했다. 수영밖에 몰랐던 청년은 자신의 유명세를 감당하지 못했다. 2009년엔 마리화나를 피우다 적발됐고, 음주운전을 하다 걸려 사회봉사 처벌을 받기도 했다. 펠프스는 당시의 상태에 대해 "나 스스로 다른 사람처럼 느껴졌다"고 돌이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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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위 사진)베이징서 딴 金8개 2008 베이징올림픽에서 획득한 8개의 금메달을 목에 건 펠프스. (왼쪽 아래 사진)가족은 나의 힘 - 펠프스가 갓 태어난 아들과 미스 캘리포니아 출신의 아내 니콜 존슨을 바라보는 사진.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펠프스 S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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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2012년 런던 대회에서 재기에 성공했지만 "더는 수영에서 이룰 것이 없다"며 은퇴를 선언했다. 그리곤 골프 선수에 도전했고, 유명 골프업체와도 계약을 했다. 그 이후엔 '도박에 빠졌다'는 설도 있었고, 숱한 모델·영화배우와의 염문설도 돌았다. 유년시절부터 함께했던 밥 보먼 코치는 물론, 어머니나 가족과 연락을 완전히 끊기도 했다. 그는 악몽을 꾸다 깨어나면 술을 들이켜는 생활을 계속했다고 한다. 결국 2014년엔 두 번째 음주운전으로 적발됐다.

펠프스는 ADHD(주의력결핍장애)를 가진 선수다. 7세 때 어머니 손을 잡고 수영을 시작한 것도 ADHD를 치료하기 위해서였다. 그때 펠프스에게 '물 공포증'이 있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그래서 펠프스는 배영(하늘을 보고 누운 자세의 수영)부터 시작했다고 한다. 그가 물로 돌아온 것은 2014년 8월이었다. 코치 밥 보먼을 만난 펠프스는 "지루하다. 수영 없는 삶에서 난 뭘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수영을 다시 시작했다. 특히 2015년 아내의 임신 사실을 알게 된 이후엔 사람이 달라졌다고 한다.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며 안정을 찾았고, 더는 악몽을 꾸지도 않았다. 지난 5월 아들을 얻은 펠프스는 매일 아들 사진을 보여주며 자랑하는 '아들 바보'가 됐다.

준결선 이후 펠프스는 인터뷰에서 "단지 수영을 다시 하고 싶었다. 한 가지 화나는 점은 돌아오기까지 너무 오래 기다렸다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번 선발전에서 주종목인 접영 100m·200m·개인 혼영 200m 세 종목에 나선다. 이제 펠프스는 과거처럼 수많은 메달을 걸 수 없지만 미국은 수퍼스타의 재기에 박수를 보내고 있다.

[임경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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