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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글로벌 기업들이 한국고객을 '봉'으로 얕보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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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 보호 체계 미흡한 점 악용

3M·애플·폭스바겐 등 국내 소비자 피해 보상 소극적

목전 이익만 중요시하는 국내 소비자 인식 제고도 필요

[이데일리 박철근 기자] 옥시의 가습기 살균제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글로벌 기업 3M이 제조한 공기청정기 필터의 유해성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LG전자(066570), 쿠쿠전자(192400), 대유위니아 등 3M 필터를 탑재한 공기청정기 제조사들이 소비자 피해보상을 위해 대응방안을 마련하는 것과 달리 유해성 논란을 일으킨 3M은 묵묵부답으로 일관해 글로벌 기업들의 한국 소비자 얕보기가 반복된다는 지적이다.

3M은 자사 공기청정기 필터에 유해물질 ‘옥타이리소씨아콜론(OIT)’이 함유됐지만 환경부가 허용한 기준치 이하라는 점만 강조하고 소비자 피해 대책에 대해서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지난 1902년 설립된 3M은 의료용품·사무용품·전자·전기·통신 관련 제품 등 6만5000여개의 제품을 생산하는 글로벌 기업이다. AP통신이 선정한 ‘20세기 10대 히트상품’에 선정된 ‘포스트잇’도 3M 제품이다. 지난해에는 302억7400만달러(약 35조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문제는 3M과 같은 글로벌 기업들의 대응방안이 작금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최근 옥시 가습기 살균제 사태를 비롯해 폭스바겐의 디젤차 배출가스 조작으로 인한 소비자 피해 사태, 애플의 애프터서비스 등에서도 글로벌 기업들은 한국 소비자를 ‘봉’으로 아는 태도를 취해왔다.

최근 폭스바겐은 미국에서 디젤차 배출가스 조작에 따른 소비자 피해로 17조원이 넘는 보상금을 지불키로 했다. 이 금액은 재계 17위(2016년 4월 공정거래위원회 발표 기준, 공기업 및 민영화 된 공기업 제외)인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자산규모(15조2000억원)보다 많은 수준이다.

하지만 폭스바겐은 지금까지 구체적인 국내 소비자 피해 보상계획을 내놓지 않고있다. 지난해 한국소비자원 발표에 따르면 애플은 영국, 호주, 일본 등에서는 직영점 애플스토어 내 ‘지니어스 바’에서 현장 수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그러나 국내에는 직영점도 없을 뿐만 아니라 현장수리 및 교체가 아닌 리퍼폰(반품 또는 고장 등의 사유로 회수한 스마트폰 중 사용 가능한 부품으로 모아 재조립한 제품)을 지급하는 방식을 고수하면서 한국 소비자들을 철저히 무시하는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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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기업들이 유독 한국에서만 소비자피해 보상에 적극적이지 않은 이유에 대해 강정화 한국소비자연맹 회장은 “소비자 보호를 위한 국내 법 체계가 미숙하고 정부의 소비자 피해 관련 대응도 기업에 과징금만 부과하는 등 행정적 처리에만 집중됐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강 회장은 “피해보상금을 산정할 때 국내는 신체적 피해에 국한해 보상금을 산정할 뿐 정신적 피해에 대한 보상체계는 미미한 수준”이라며 “미국의 경우 정신적 피해에 대한 보상체계가 잘 갖춰져 기업이 한 번 실수하면 막대한 보상금을 지불토록 되어 있다”고 설명했다.

이은희 인하대 교수(소비자학)는 “정부가 강조하는 ‘친기업 정책’이 잘못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고 말했다. 기업이 소비자에게 해를 끼치면 망할 수도 있다는 인식을 가져야 하지만 정부가 소비자 불만에 대해 뒷짐을 지고 있다는 것.

글로벌 기업 입장에서 한국 시장이 규모가 작은 점도 피해구제 및 보상에 소극적인 원인으로 거론된다. 여기에 국내 소비자들의 권리의식 수준이 낮은 점도 글로벌 기업들이 국내 소비자들을 얕잡아 보는 하나의 이유로 지적된다.

이 교수는 “국내 소비자들은 일단 목전의 이익에만 급급할 뿐 장기적으로 해당 제품이 소비자 권리에 도움이 되는지에는 관심이 없다”고 지적했다. 예컨대 각종 프로모션 등을 통해 저렴한 가격을 제공하면 문제가 되는 제품이라도 상관없이 산다는 것. 강 회장은 “내가 직접 피해를 입지 않으면 관심을 갖지 않는 소비자 의식도 개선돼야 기업들이 소비자 피해 구제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진단했다.

한편 박영선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지난 16일 기업들이 타인의 권리나 이익을 침해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그 결과의 발생을 용인할 경우 징벌적 배상책임을 부과토록 한 ‘징벌적 배상법 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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