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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정부-지자체 '쩐의 전쟁' 이면엔…2할자치 '구조적 불균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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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런치리포트-위기의 지방재정①]사회복지 확대 지방재정 부담 가중…"지방재정 전면 재검토해야"]

머니투데이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충돌하는 일이 잇따르고 있다. 누리과정을 둘러싼 공방이나 이재명 성남시장이 정부의 지방재정 개편안에 반대하며 단식농성을 한 것 등이 대표적이다. 논란의 이면에는 열악한 지방재정이 있다. 지방자치단체장 사이에서는 '2할 자치'라는 자조적 표현이 등장할 정도다. 지자체장이 재량으로 할 수 있는 일이 20%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지자체에서는 중앙정부가 도입한 복지업무에 따른 재정부담이 지방재정을 옥죄고 있다고 주장한다. 충분한 재정대책 없이 확대한 복지정책에 따른 예산 부담을 지자체에 떠넘기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반면 최근 지방재정 총량은 충분히 증가했고 오히려 문제가 되는 것은 지자체간 재정격차라는 입장이다.

◇지방자치 21년, 남은 것은 '2할자치' 냉소 뿐…

지자체의 열악한 재정 상황을 잘 보여주는 통계가 재정자립도다. 전국 지자체 평균 재정자립도는 지방자치제도가 부활한 1995년 63.5%에서 지난해 50.6%까지 낮아졌다. 10% 미만인 지자체는 59곳으로 전체 지자체(243곳) 중 24.3%에 달한다. 지자체 4곳 중 1곳은 지방정부 재정활동에 필요한 자금의 10%도 자체적으로 조달하지 못하는 것이다.

열악한 재정자립도는 국세 위주의 세입구조 탓이다. 2015년 국세와 지방세의 비율은 78.8%대 21.2%다. '2할 자치'라는 표현도 이같은 비율에서 나왔다. 반면 재정사용액은 이 비율이 역전된다. 중앙정부의 재정사용액은 전체 392조7113억원 중 42.5%이며 지방정부는 57.5%에 달한다.

중앙정부는 지방정부와의 격차를 지방재정조정제도를 통해 보완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지자체 재원보장과 재정 불균형 완화를 위한 지방교부세 △특정사업 지원을 위한 국고보조금이 있다. 광역단체가 기초단체간 재정 불균형 완화를 위해 지급하는 조정교부금도 있다.

그럼에도 지방정부는 항상 재정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특히 최근 중앙정부가 기초연금이나 누리과정 등 대규모 재정이 소요되는 복지제도를 도입하며 충분히 지원을 하지 않는다고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 소장은 "저출산·고령화 대책 관련 국고보조사업이 많아질 수록 지방의 재정압박은 가중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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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세 비율 상향" vs. "이미 충분..격차 해소 중점"

지자체에서는 정부가 그간 약속했던 각종 지방재정 확충 방안들을 조속히 실행에 옮길 것을 주장하고 있다. 최성 전국 대도시 협의회장(고양시장)은 29일 국회 기자회견에서 "'지방분권 및 지방행정체제 개편에 관한 특별법' 13조에 제시된 국세를 지방세로 전환하기 위한 새로운 세목을 우선 확보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최 회장은 이어 △2014년 국무회의에서 심의, 확정한 지방소비세 상향 등 지방세 비중확대 △지방세 비과세 감면·축소 등을 통해 4.7조원의 지방재정 확충계획안을 우선 협의·이행해야한다고 제시했다. 이들은 지방세법상 지방소비세율을 11%에서 16%로 상향조정하고 지방교부세율을 19.24%에서 22%로 상향하는등의 법안도 적극 추진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정부는 반면 지방재정 총량은 이미 충분히 확대됐다는 입장이다. 반면 지자체간 예산불평등 문제가 심각한 만큼 이를 해소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겠다는 것이다. 이같은 발상이 집약된 것이 최근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내놓은 '지방재정 형평성 및 건전성 강화방안'이다. 이 방안은 크게 △시·군 조정교부금 제도 개선 △법인지방소득세 일부 시·군 공동세 전환 △지방재정안정화 기금 도입 등을 담고 있다.

개선안의 '타깃'은 경기 수원 성남 고양 과천 화성 용인 등 6개 지자체다. 경기도는 지방교부세를 받지 않는 이들에게 도 조정교부금을 우선 배분하는 특례를 운영하고 있는데 행자부에서 형평성 논리로 이같은 특례를 폐지하겠다고 나섰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같은 개선안을 통해 5200억원 이상을 다른 지자체에 지원해줄 수 있다고 하고 있다.

◇해법은 자치와 균형발전

6개 지자체는 '정치적 탄압'이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정부가 예산 형평성을 주장하고 있지만 오히려 수원시 등 6개 지자체의 1인당 예산은 경기도 다른 지자체보다 적으며 지방교부세를 받지 않는 것을 감안하면 도 조정교부금을 받아도 다른 지자체에 비해 결코 풍족하지 않다는 것이다.

시행한지 1년밖에 지나지 않아 결산도 하지 않은 시행령을 다시 개정할 경우 법적 안정성에도 문제가 있다는 주장도 있다. 지방교부세를 받지 않을 정도로 재정이 튼튼한 지자체에게 예산을 빼았는 정책을 펴는 것은 다른 지자체의 재정확충 의지를 꺾는 '하향평준화'를 불러올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그간 누적돼온 지방재정 문제가 이번 개선안을 계기로 본격화된 만큼 지방재정 전반을 재검토하는 계기로 삼자고 제안하고 있다. 지방자치를 저해하는 재정문제를 해결하면서도 지자체간 균형 발전을 도모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내자는 것이다. 정창수 소장은 "이번 논란이 예산전쟁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한 고민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공론의 장으로 만드는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정영일 기자 bawu@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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