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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정부발 '경유차 압박' 쌍용차, 친환경차 개발 속도 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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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미세먼지의 주범으로 경유차를 지목하며 제재의 수위를 높이면서 친환경차 개발에 뒷전으로 밀린 쌍용자동차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더팩트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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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팩트 | 서재근 기자] 쌍용자동차(이하 쌍용차)의 새 사령탑을 향한 업계 안팎의 시선이 심상치 않다.

'미세먼지 주범'으로 낙인찍힌 경유차에 대한 정부의 외면이 지속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 완성차 업계에서 쌍용차만 유일하게 지금까지도 이렇다 할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자 업계 일각에서는 지난해 회사 사령탑에 오른 최종식 쌍용차 사장의 '위기관리 리더십'에 대한 회의론도 조심스럽게 고개를 들고 있다.

쌍용차에 대한 위기론이 급부상한 것은 최근 정부가 경유차에 대한 제재 움직임을 본격화하면서부터다. 28일 정부는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표한 '2016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에서 등록 시점이 10년이 경과한 노후 경유차를 폐차하고 새 승용차를 구매하면 개별소비세를 70%(5%→1.5% 적용) 감면한다고 밝혔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정치권에서도 경유차에 대한 제재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는 29일 경유 가격을 휘발유 가격의 90%까지 인상하는 방안을 골자로 한 '미세먼지 저감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경윳값 인상으로 확보한 세원을 전기차와 같은 친환경차 구매를 지원하는 '실탄'으로 활용하자는 제안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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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차는 지난 3월 스위스 제네바 모터쇼에서 하이브리드 콘셉트카 'SIV-2'를 공개한 이후 친환경차 개발에 대한 구체적인 개발 계획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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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정치권이 압박의 수위를 높이자 현대기아차와 르노삼성, 한국지엠 등 국내 완성차 업계는 서둘러 전기차와 수소차 등 친환경차 개발에 속도를 높이며 기민한 대응에 나서고 있지만, 쌍용차는 여전히 디젤차 판매량 비중이 전체 판매량의 70%를 훨씬 웃도는 '쏠림 현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최종식 사장의 불안정한 입지를 점치는 관측이 나오는 것 역시 쌍용차의 현주소와 무관하지 않다. 최 사장은 지난달 서울 강남구 인터컨티넨탈 코엑스호텔에서 열린 '제13회 자동차의 날 기념행사'에서 "코란도 후속모델에 전기차 모델을 도입할지 검토 중"이라며 양산형 친환경차 출시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

최종식 사장의 발언 이후 업계 안팎에서는 쌍용차가 지난 3월 스위스 제네바 모터쇼에서 공개한 하이브리드 콘셉트카 'SIV-2'의 양산형 모델이 출시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등 쌍용차의 새 도전에 대한 다양한 시나리오들이 고개를 들었지만, 정작 한 달이 지난 지금까지도 최 전 사장은 전기차 또는 하이브리드 적용 등 구체적인 방향조차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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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자동차의 '티볼리'는 지난달 내수 시장에서 5490대가 판매돼 전체 판매량의 60%가량을 차지했다. /표=서재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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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볼리'에 대한 지나친 의존도 역시 넘어야 할 산이다. 지난달 쌍용차가 내수 시장에서 판매한 차량의 수는 9191대다. 이 가운데 '티볼리'는 5490대가 판매돼 전체의 약 60%를 차지한다. 특히, 이 가운데 40%가량은 디젤 모델이 차지하고 있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도 <더팩트>와 인터뷰에서 "쌍용차의 '티볼리' 의존도가 너무 높은 것도 문제지만, 친환경차 개발과 관련한 기술적인 한계 속에서 많은 자금이 소요되는 연구개발에 투자할 여력이 없는 회사의 상황이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아직 '티볼리'가 '효자 노릇'을 하고 있지만, 경유차에 대한 정부의 제재가 강화하고 있다는 점과 경쟁사의 친환경차 모델의 시장 진입 등을 고려하면 그 효과가 오래갈지는 미지수다. 실제로 '티볼리'는 최근 정부가 시행한 도로주행시험에서 기준치보다 무려 10배 이상 많은 km당 0.86g의 질소산화물을 배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르노삼성의 'QM3'(1.36g/km)에 이어 국산차로는 두 번째로 많은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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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차가 자사 최초로 개발한 하이브리드 전용 SUV '니로'는 지난달 2626대가 판매되며 소형 SUV 시장에서 '티볼리'와 격차를 줄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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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기아차가 자사 최초로 출시한 하이브리드 전용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니로'가 지난 3월부터 석 달 동안 누적판매 대수는 5120대를 기록하며 소형 SUV 시장에서 '티볼리'와 격차를 빠른 속도로 줄이고 있는 것도 부담이다. 상대적으로 정숙한 휘발유차의 장점과 디젤차의 장점으로 꼽히는 높은 연비 효율성을 모두 충족한 '니로'의 선전은 '티볼리' 휘발유 모델의 판매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여기에 쌍용차와 '탈꼴찌' 경쟁을 벌이고 있는 르노삼성이 올 들어 중형세단 'SM6', 준대형 SUV 'QM6' 등 다양한 세그먼트에서 라인업을 확대하고 있는 점 역시 최 사장이 풀어야 할 과제다.

한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최 사장이 취임 초기 '티볼리 효과'로 첫 단추를 성공적으로 끼우는 데는 성공한 것은 사실"이라면서 "그러나 올해 들어 경쟁사들이 휘발유와 경유차 모델에 이어 친환경차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신차를 시장에 내놓고 있는 것과 달리 쌍용차는 뚜렷한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 주도로 빠르게 변화하는 완성차 시장에서 변화에 성공하지 못하면 새 사령탑의 입지 또한 흔들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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