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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3 (화)

빗나간 예측에 맞춤형 보육 재수술…시행까지 이틀, 땜질처방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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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일반 신청 정부 예측 80%대 크게 밑돈 73% 그쳐

맞춤형 보육 강행 시 어린이집 수익성 악화 불보듯

종일반 자격 확대·기본보육료 유지 협상카드로 제시

어린이집 단체 자율등원·장기휴업 등 단체행동 압박

[이데일리 김기덕 기자] 보건복지부가 맞춤형 보육 시행을 이틀을 앞두고 전면 재수술에 나섰다.어린이집 종일반 신청 비율이 당초 예상했던 80%를 크게 밑돈 때문이다. 복지부는 황급히 어린이집 단체와 보완책 마련을 위한 협상에 착수했으나 남아있는 시간이 길지 않아 응급조치식 땜질처방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종일반 신청비율이 낮을수록 정부가 각 어린이집에 지원하는 보육료가 줄어든다. 어린이집들은 가뜩이나 경영난에 시달리는 상황어서 보육료 지원이 줄어들면 존폐 위기에 몰릴수 밖에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협상에 나선 복지부는 △두자녀 가정 종일반 일부 허용, △맞춤반 기본보육료 동결을 협상카드로 제시했다. 그러나 어린이집 단체별로 수정안에 대한 이해관계가 다르고, 협상을 타결 짓고 수정한 제도를 시행한다고 해도 향후 보육비 예산 부족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맞춤형 보육은 첫발도 못 뗀 상황에서 ‘반쪽자리’라는 오명을 뒤집어 쓸 처지다.

◇ 수요 예측 실패로 정책 변경 불가피

복지부는 다음달 시행되는 맞춤형 보육을 앞두고 어린이집 종일반과 맞춤반 신청 비율이 각각 73%, 27%로 집계됐다고 29일 밝혔다. 이번 결과는 지난달 20일부터 복지부가 운영한 ‘어린이집 종일반 신청을 받아 집계한 수치다. 그동안 복지부가 맞춤형 보육제도를 추진하면서 예상했던 종일반과 맞춤반 신청 비율 80%와 20%를 크게 벗어났다.

당장 복지부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올해 정부에서 지원하는 어린이집 보육료가 종일반 기준 6% 인상돼 맞춤반 비율이 높아도 전체 어린이집 운영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예상과 다른 수요예측 결과에 협의에 나선 것이다.

복지부가 들고 나온 첫번째 협상카드는 맞춤반 기준 기본보육료 작년 수준 동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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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지원 어린이집 보육료는 부모보육료와 기본보육료로 나뉜다. 부모보육료는 어린이집에 유·아동을 보내는 부모가 아이행복카드 등을 통해 어린이집에 결제하는 보육료다. 기본보육료는 정부에서 지방자치단체를 통해 어린이집에 지급하는 돈으로 어린이집 교사 월급 등이다.

올해 정부가 어린이집에 지원하는 보육료 82만 5000원(0세반 종일반 기준) 중 부모보육료는 43만원, 기본보육료는 39만 5000원이다. 맞춤반 기본보육료는 당초 지난해 37만 2000원에서 80% 삭감된 금액으로 지원될 예정이었다.

한국어린이집총연합회 관계자는 “어린이집 기본보육료가 교사들의 처우개선 등을 위해 필수적인 부분이라 최소한 전년보다 6% 인상된 수준으로 적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복지부는 기본보육료를 지난해 수준으로 유지한다는 입장이어서 간극이 크다.

또한 어린이집 종일반 자격기준을 현행 ‘3자녀 이상’ 가구에서 연령별로 제한을 둬 ‘2자녀 일부’ 가구로 완화한다는 계획이다. 0~2세 두 자녀를 둔 가구에 어린이집 종일반을 모두 허용하면 종일반 비중이 95%에 육박하기 때문에 두 자녀가 가구 어린이집 이용을 연령별로 차등을 둔다는 것이다. 하지만 두 자녀 중 첫번째 아동의 연령 기준선을 놓고 어린이집 단체와 복지부의 입장은 크게 엇갈리고 있다.

◇어린이집단체 자율등원·6개월 휴업 등 강경대응

어린이집 단체들은 정부가 수요 예측 실패에도 불구, 맞춤형 보육을 강행할 경우 단체 행동에 나선다는 방침이어서 보육대란이 우려되고 있다. 다만 어린이집 단체별로 투쟁전략에 온도차를 보이고 있다.

전국 회원 2만6000여곳을 거느린 국내 최대 어린이집 단체인 한국어린이집총연합회는 다음달 중 전체 회원이 참여해 자율등원 형태로 단체 행동에 나선다. 정광진 한어총 회장은 “맞춤형 보육은 어린이집 운영을 악화시킬 뿐만 아니라 전업주부 영아들의 평등한 보육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고 두 자녀 이하 가정 영아들을 부당하게 차별하는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며 “정부가 제도 개선에 나서지 않을 경우 30일 긴급이사회를 개최해 자율등원 등 특단의 조치를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전국 1만여곳의 회원을 보육한 한국민간어린이집총연합회(이하 한민련)는 오는 9월부터 최대 6개월간 휴업에 돌입한다는 방침이다. 7월 중 전국 시·군·구청에 휴업에 동참한다는 의사를 밝힌 민간어린이집의 휴업 신청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장진환 한민련 회장은 “현재 복지부가 졸속 시행하는 맞춤형 보육에 대해 제도 보완책을 발표했지만 이는 단순 미봉책에 불과하다”며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선 1일 8시간 보육제와 적정표준보육료 지급이 필수인데 이에 대한 논의가 전혀 배제돼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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