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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울진 원전 일자리 있나요”…조선소 떠나는 하청노동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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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고용불안에 임금까지 깎이면서

울진, 아산, 평택 등으로 떠나지만

구직 쉽지 않고 대부분 일용직

“숙련 노동자 유출 막아야 ”



한겨레

지난달 18일 거제의 한 조선소에서 노동자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 정용일 <한겨레21> 기자 yon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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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택 삼성 반도체 현장 몇 공수나 찍나요(하루에 얼마나 일할 수 있나요)?” “육상플랜트로 옮기고 싶은데 상황이 어떻습니까?”

조선소에서 일하는 노동자 등 4만여명이 가입된 한 카페엔 최근 이런 글들이 자주 올라온다. 조선업 구조조정이 본격화하면서 하청노동자를 중심으로 다른 곳에서 일자리를 찾아보려는 이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조선 노동자들이 주로 알아보는 일자리는 충남 아산의 삼성엘시디(LCD) 공장, 경기 평택의 삼성전자 반도체 생산라인, 경북 울진의 원자력발전소, 당진·서산·울산 등의 육상플랜트 등을 만드는 건설현장이다. 이런 곳은 용접·전기·배선·배관 등 조선소와 유사한 인력이 많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정부도 지난 27일 신고리 원전 건설계획을 발표하면서 “조선소 실직자들을 이 현장에서 흡수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문제는 이런 곳에도 일자리가 충분한 편이 아닌데다, 있다 해도 사실상 일용직에 가까워 조선소 하청보다 더 열악할 수 있다는 것이다. 10여년동안 조선소에서 일하다 최근 울진 원전 건설현장에서 일을 시작했다는 박아무개(33)씨는 “이전에 일해본 적이 있거나, 인맥이 없으면 들어오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민주노총 플랜트노조 울산지부 관계자는 “육상플랜트 일자리를 알아보는 조선소 노동자들의 문의가 늘고 있다”며 “이 쪽도 일자리가 부족한데, 조선 노동자들이 본격적으로 유입되면 사용자들이 단가를 깎거나 노동조건이 후퇴할까봐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

하청노동자들이 조선업을 떠나는 것은 대우·삼성·현대 등 조선 ‘빅3’(원청)의 수주 감소, ‘자구안’ 실행으로 하청업체에 대한 기성금(용역대금) 후려치기, 폐업, 임금삭감 등이 크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조선소 용접 8년차인 이아무개(36)씨는 “고임금에 속하는 파이프 용접사라 지난해만 해도 연봉 6000만원을 넘겼는데 올해는 절반 수준으로 깎였다”며 “일자리가 있다는 것으로 위안을 삼고 있지만 언제까지 할 수 있을지 몰라 불안하다”고 말했다. 한 하청 노동자는 “몸은 고됐지만 돈벌이가 돼서 시작한 조선소 생활이었는데, 월급도 제대로 안나오니 정말 뜨고 싶다”고 말했다.

김태정 금속노조 정책국장은 “4만명(실직 예상인원)의 조선 노동자들이 노동시장에 쏟아져 나오면 전체 일자리 질의 저하가 심각할 것”이라며 “조선산업에 꼭 필요한 숙련 노동자가 유출되는 문제도 있기 때문에, 최대한 조선 노동자들의 고용을 유지할 수 있는 대책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거제/박태우 기자 eh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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