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4 (수)

'책임이 정치를 만든다?'… 안철수 사퇴 강행 배경은

댓글 14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리베이트 사태 초기대응 실패… 결국 ‘백의종군’ 초강수

국민의당 안철수 상임공동대표가 29일 대표직 사퇴라는 초강수를 뒀다. 자신의 핵심 측근인 박선숙 의원이 20대 총선 홍보비 리베이트 의혹 사건에 연루되며 창당 이후 최대의 위기에 몰리자 “정치적 책임은 전적으로 제가 가져가겠다”며 승부수를 던졌다. 2014년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 시절 7·30 재보선에서 패하자 “선거 결과는 대표들의 책임”이라며 사퇴한 데 이어 두 번째다.

세계일보

국민의당 안철수 공동대표가 29일 국회에서 대표직 사퇴 의사를 밝힌 뒤 승용차에 오르고 있다. 이재문 기자


안 대표는 리베이트 사태 초기대응에 실패했다는 비판에 직면하며 정치적 결단을 미룰 수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당은 중앙선관위가 지난 8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박선숙, 김수민 의원과 왕주현 사무부총장을 검찰에 고발하자 관련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안 대표도 9일 “사실이 아닌 것으로 보고받았다”고 당 자체 조사를 신뢰했다. 하지만 추가 의혹이 보도되자 안 대표는 다음 날인 10일 “사실관계를 적극적으로, 객관적으로 확인하겠다”고 첫 사과문을 발표했다.

세계일보

박선숙 의원, 김수민 의원, 왕주현 사무부총장


국민의당은 이상돈 최고위원을 단장으로 하는 진상조사단을 꾸리고 조사에 착수했지만, 의혹 연루자들을 제외한 채 서둘러 중간조사 결과를 발표해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안 대표는 선관위 고발 이후 3주 동안 모두 4차례에 걸쳐 대국민 사과를 하며 수습에 나섰지만 사태가 악화일로를 걷자 백의종군하겠다는 결심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

안 대표는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담대한 변화를 하고 국민께 약속했던 새정치를 보여주고 싶었다”며 “기존 정당처럼 사고가 터졌을 때 정치적 결단 과정에서 흐지부지 시간만 보내고 끝내는 것으로 비치고 싶지 않다”고 최고위원들을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 대표가 리베이트 사건 연루자 출당 등 강한 징계를 요구했음에도 의원총회에서 수용되지 않아 리더십에 상처를 입은 것도 사퇴 결심 배경으로 꼽힌다. 상처를 무릅쓰고 대표직을 유지하는 것이 향후 대권 가도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도 깔린 것으로 보인다. 최근 당의 핵심 지지기반인 호남에서조차 더불어민주당에 역전당한 상황이다.

세계일보

국민의당 안철수 상임공동대표(오른쪽)가 29일 국회에서 총선 홍보비 리베이트 의혹에 대한 정치적 책임을 지고 사퇴하겠다고 밝힌 뒤 머리 숙여 인사하고 있다. 천정배 공동 대표도 동반 사퇴했다. 이재문 기자


당 관계자는 “안 대표가 대표직을 사퇴를 하며 ‘초심을 잃지 않겠다’는 말한 부분을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 대표는 지난 2월2일 창당대회 대표 수락 연설에서 “온몸을 던져 정치부패, 가짜 정치 등 우리 정치를 지배해 온 낡은 관행과 문화를 완전하게 퇴출시키고 정치의 새로운 장을 만들어 낼 것”이라고 말했다. 당 관계자는 “부패 문제를 외면한 채 새로운 정치를 실천할 수 없는 데다 선거 과정에서 일어난 것(리베이트 의혹)도 대표의 책임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세계일보

클릭하면 큰 그림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반복되는 사퇴가 최선의 처방이 아니라는 비판도 나온다. 국회부의장인 박주선 최고위원은 최고위 도중 기자들과 만나 “안 대표가 책임진다고 당이 수습이 되겠느냐”며 “지금은 수습하는 것이 목적이지 현실에서 도피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김달중 기자 dal@segye.com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 Segye.com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전체 댓글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