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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지카'는 핑계(?)…올림픽 불참 골프 톱랭커들의 속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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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전적 보상 없고 빡빡한 일정이 불참 속내

연합뉴스

올림픽 불참을 선언한 제이슨 데이(위)와 로리 매킬로이(왼쪽), 애덤 스콧


(서울=연합뉴스) 최태용 기자 = 오는 8월 열리는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을 앞두고 프로골프 톱 랭커들이 잇따라 불참 선언을 하고 있다.

1904년 이후 올림픽에서 사라졌던 골프를 112년 만에 정식 종목으로 넣은 골프계로서는 당혹스러운 일이다.

골프는 2016년 리우 올림픽과 2020년 도쿄 올림픽까지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지만 톱 랭커들의 불참 선언이 잇따르면서 이후 올림픽까지 남아 있을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애덤 스콧(호주)을 시작으로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 제이슨 데이(호주)까지 이어진 정상급 선수들의 불참 선언은 '골프의 세계화'라는 목표 달성에 큰 차질을 빚게 만들었다.

정상급 선수들은 올림픽 불참 이유로 '지카 바이러스'를 내세웠다. 지카 바이러스는 기형아 출산까지 유발할 수 있다고 알려졌다.

이 때문에 선수들은 '아내가 출산을 앞두고 있다', '조만간 결혼해 아기를 가질 것'이라는 등 가족의 안전을 내세워 줄줄이 올림픽 불참을 선언했다.

그러나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이들은 "톱랭커들이 올림픽에 불참할 가장 좋은 이유를 찾았고 그것이 바로 지카 바이러스다"라고 지적한다.

세계 최고의 무대인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려는 육상이나 수영 선수들과 달리 골프 선수들의 최고 목표는 마스터스의 그린 재킷이나 브리티시오픈의 클라레 저그다.

만약 선수들이 금전적인 보상이 없다는 이유로 올림픽을 포기한다면 탐욕스럽다는 비난을 받을 것이다.

선수 각자가 소속된 프로골프투어의 빡빡한 일정을 이유로 불참한다면 애국심이 부족한 이기적인 선수로 낙인찍힐 것이다. 브라질의 불안정한 정국을 핑계를 대기에도 올림픽 불참 이유로는 궁색하다.

올림픽에 나가고 싶지 않지만, 주위의 시선을 의식해야 했던 선수들에게 지카 바이러스라는 딱 좋은 핑곗거리가 나온 것이다.

'가족의 안전이 최우선'이라는 이유를 내세운 선수들에게 게리 플레이어 등 골프계의 전설들도 "아쉽지만 개인의 선택을 존중한다"며 한발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지난 5월 국내 골프대회에 출전하기 위해 귀국한 한국골프의 맏형 최경주(46·SK텔레콤)는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올림픽 출전 선수를 프로가 아닌 아마추어 선수 중심으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올림픽에서 골프는 각국 올림픽위원회가 선수를 선발하는 것이 아니라 세계랭킹으로 출전 선수를 정한다.

최경주는 "지금처럼 세계랭킹으로 올림픽 출전 선수를 정한다면 아마추어 선수들은 올림픽 무대에 나설 기회가 없다"며 "톱랭커들을 올림픽에 출전시키려면 단체전을 만들어 개인보다는 나라의 명예를 위해 뛸 수 있도록 유인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ct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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