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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3 (화)

[글로벌 리포트] 미얀마의 '봄'… 개혁·개방 향후 5년이 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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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민정부 출범 미얀마, 아시아 신 생산기지로 부각… 소수민족 문제 해결이 과제

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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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2년 군부 쿠데타로 굳게 닫혔던 미얀마 문이 열리고 있다. 이달 초 찾은 미얀마의 수도 네피도와 최대 도시 양곤 등에는 새로운 활기가 감돌고 있었다. 지난 4월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을 실질적인 최고 지도자로 하는 문민정부가 출범한 뒤 개혁·개방정책을 추진하면서 인도차이나 은둔의 나라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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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수민족 문제는 아킬레스건

인구 5500만명의 미얀마는 풍부한 저임 노동력을 자랑한다. 지리적으로 아시아의 양대 시장인 중국과 인도 사이에 있어 생산기지로서도 주목받고 있다. 미얀마의 경제성장률은 2012년 이후 해마다 비교적 높은 7~8%를 보였고, 올해에도 8.4%를 기록할 것으로 아시아개발은행(ADB)이 예측하고 있다. 문민정부 출범 후 4∼5월 2개월 동안 23억달러가 몰린 외국인 투자는 미얀마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을 보여준다. 지난해 4∼9월 6개월 동안 외국인 투자액 약 33억달러에 버금가는 규모가 2개월 만에 투자됐다. 손승호 한국수출입은행 양곤사무소장은 “30살 미만의 풍부한 젊은 노동력, 거대 인구를 가진 중국과 인도 사이에 위치한 지리적 이점을 가진 시장이 하나 더 생겼다”고 평가했다.

문제는 미얀마의 문민정부가 국민의 지지를 받아 개혁·개방정책을 꾸준히 진행할 수 있느냐다. 현지에서는 “군부는 민주주의민족동맹(NLD)이 제대로 국가를 운영하지 못할 경우 5년 후 정권을 되찾을 수 있다고 여기고 있다”(교민)는 우려도 있다. 미얀마는 헌법상 군부가 상·하원 의석의 25%를 자동으로 확보해 군의 영향력이 여전하다.

특히 미얀마가 개혁·개방정책을 안정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선 소수민족 문제 해결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미얀마는 다수 민족인 버마족(68%) 이외에 카인·카친족 등 135개 소수민족이 적지 않은 비율인 32%를 차지하고 있다. 일부 소수민족은 끊임없이 독립을 요구해 불안요소가 되고 있다.

국방과 치안을 담당하는 국방부, 내무부, 국경부는 문민정부와는 별개로 군부 지시를 받고 있다. 수치 고문이 독립을 요구하는 소수민족을 관리하기 위해선 군부와의 협력이 필요한 배경이다. 김성원 부산외국어대 아시아대학장은 “소수민족 문제 때문에 미얀마 문민정부가 군부를 무시하지 못하고 손잡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문민정부로서는 군부의 영향력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소수민족 문제 해결이 절실하다. 수치 고문은 현재 소수민족과 평화협정 체결을 논의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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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미얀마 수도 네피도 근교의 새마을운동 시범마을인 칸타르 마을에 한국 정부의 무상원조 기관인 코이카(한국국제협력단)를 환영하는 플래카드가 걸린 가운데 주민들이 도로포장 작업을 하고 있다. 코이카는 지난 4월 문민정부 출범 후 변화의 바람이 부는 미얀마 내 100개 마을을 새마을운동 시범마을로 지정하고 자금을 지원해 농촌지역 환경 개선을 돕고 있다.네피도=염유섭 기자


◆국제사회의 과도한 지원은 경계


다음 총선(2020년)을 거쳐 2021년 문민정부가 재집권하기 위해서는 국민에게 손에 잡히는 경제적 성과를 내놓아 군부정권과의 차별화에 성공해야 한다는 숙제가 있다. 장준영 한국외국어대 벵골만연구센터 연구교수는 “NLD가 집권했지만 미얀마는 크게 변한 것이 없다”며 “성장하지 못하면 다음(선거)에 어떻게 될지 모른다”고 지적했다.

미얀마 현실은 녹록지 않다. 공장 부지 확보와 사무실 건설에 필요한 지가·임대료는 베트남보다 비싸고, 인구의 약 30%만 전력 혜택을 받는 등 제조업 인프라가 턱없이 부족하다. 이재현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미얀마에서 필요한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대규모 자본과 시간이 필요한데 이것을 얼마나 빨리 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밝혔다.

문민정부는 인프라 확충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음에도 국제사회의 과도한 지원은 경계하는 분위기다. 과거 국제사회의 경제제재에 직면한 군부가 중국에 지나치게 의존한 나머지 중국 영향력을 키우는 부작용을 경험해서다. 지난 4월 평화적 정권이양의 이면에는 미국을 통해 중국을 견제하려는 군부의 의도가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올 정도다.

문민정부는 중국과 일본을 견제하기 위해 2014∼2017년 5억달러를 유상원조하는 한국 정부에 추가 지원을 바라는 것으로 알려졌다. 교도통신은 지난 3월 일본이 미얀마에 차관과 무상자금 협력 방식으로 1조원가량을 지원하는 논의가 양국 간 진행 중이라고 보도했다. 현지 소식통은 “경제 개발의 내부 욕구와 외부 압력으로 변질할 수 있는 국제사회의 지원을 어떻게 조화시키느냐가 문민정부의 성패를 가름할 수 있다”고 말했다.

네피도·양곤=염유섭 기자 yuseob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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