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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평행선 달린 EUㆍ英 첫 대면…"빨리 나가라"vs"시간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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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TV조선 캡처


브렉시트(영국의 EU탈퇴) 결정 이후 처음으로 유럽연합(EU) 지도자와 영국을 포함한 28개 회원국 정상이 한 자리에 모였다. 이들은 28일 오후(현지 시각) 벨기에 브뤼셀에서 EU 정상회담을 열어 영국의 EU 탈퇴 후속 대책을 논의했다.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EU 정상회담 만찬에서 “오늘은 내게 슬픈 밤이다. 이같은 입장에 놓이기를 원치 않았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가디언은 지난 23일 브렉시트 국민투표에서 예상치 않은 결과가 나온 데 대한 사실상의 사과라고 전했다.

이어 캐머런 총리는 “국민들 사이에서 자유이동에 대한 매우 강한 우려가 있었다”고 말했다. EU의 자유이동 원칙에 따라 영국 내에 유입된 이주노동자 또는 이주민에 대해 영국 유권자들이 큰 반감을 가진 것이 브렉시트의 원인이 됐다는 설명이다.

만찬을 마친 후 캐머런 총리는 기자회견을 통해 “(EU 회원국들이)영국정부가 탈퇴를 위한 협상을 공식적으로 개시하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을 이해해주었다”고 주장했다. 캐머런 총리는 9월 사임을 앞둔 만큼, 10월 결정될 자신의 후임자가 탈퇴 협상을 시작할 것이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하지만 EU 지도자들과 독일·네덜란드를 등을 제외한 상당수 회원국 정상들은 영국 정부에 조속한 탈퇴 의사 통지와 탈퇴 협상 개시를 거듭 촉구했다.

장-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은 “오늘도 아니고, 내일도 아니지만, 영국이 빨리 어떻게 할 것인지를 밝히길 바란다. 우리는 불확실한 상태에서 장시간을 보낼 처지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영국이 EU 탈퇴를 공식 통보하기 전까지 어떠한 비밀·사전 협상도 없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 역시 “영국의 결정은 최대한 빨리 진행돼야 한다”며 영국을 압박했다. 이어 “영국은 EU와의 향후 관계에 있어 원하는 ‘과실만 따먹을(cherry pick)’수 없을 것”이라며 “외국인을 배척하면서 EU 단일시장의 혜택은 계속 유지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는 대표적인 브렉시트 찬성파인 보리스 존슨 전 런던 시장 등 일부 영국 인사들이 새로운 영국-EU 관계를 만들겠다고 주장한 데 반박하는 것이다. 이들은 브렉시트를 통해 EU 회원국 국민들의 영국 이주를 거부하면서, 동시에 EU 단일시장에 대한 접근성과 영국민의 거주·노동이동 자유는 보장하겠다고 주장하고 있다.

영국에 브렉시트 상황을 분석할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밝힌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역시 이러한 주장에 대해서는 “탈퇴 협상도 좋은 열매만 골라 따가는 그런 식으로 진행될 수 없다는 사실을 사전에 분명히 해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한편 영국을 제외한 27개 EU 회원국 정상들은 29일 별도의 비공식 회동을 통해 향후 대책을 논의할 예정이다.

[최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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