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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마른장마, 쩍쩍 갈라진 밭…배추 갈아엎은 농민 '한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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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 미원면 산간지역 박노준씨 1천800㎡ 배추 수확 포기…참깨·옥수수 잎도 누렇게 변해

연합뉴스

마른장마 배춧잎도 시들
(청주=연합뉴스) 김형우 기자 = 28일 오전 청주시 상당구 미원면 월용리에서 배추 농사를 짓는 박노준(56)씨가 마른 배춧잎을 바라보고 있다. 최근 장마인데도 며칠째 비가 내리지 않는 마른장마가 이어지고 있다. 2016.6.28 vodcast@yna.co.kr


(청주=연합뉴스) 김형우 기자 = "장마라는 데 비는 안 오고 마음만 답답해 죽겠습니다."

28일 청주시 상당구 미원면 월용리에서 배추 농사를 짓는 박노준(56)씨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전날 1천800㎡의 밭을 가득 채웠던 자식 같은 배추를 모두 갈아엎은 생각만 하면 아직도 가슴이 아리다.

그는 지난 3월 배추를 심었다. 매해 그렇지만 자식을 기르듯 정성스럽게 돌본 배추가 무럭무럭 자라나는 모습을 보면서 힘든 줄 몰랐다.

그러나 마른장마는 풍성한 수확을 기대했던 그의 기대를 산산조각냈다.

장마철로 접어들었지만 반가운 비 소식은커녕 강한 햇살만 며칠째 내리쬐는 가뭄에 배추가 힘없이 말라비틀어졌다.

바싹 마른 대지에 쉼 없이 스프링클러를 동원, 물을 뿌려 봤지만 뜨거운 햇볕에 그때뿐이어서 배추는 이내 생기를 잃었다.

박씨는 "밭에 물을 대도 금방 말라버려 소용이 없다"며 "수확도 하지 못하고 내다 버린 배추만 생각하면 속이 시커멓게 탄다"고 말했다.

같은 마을에서 50년째 9천917㎥ 규모의 밭에서 담뱃잎 농사를 지어온 이심우(72)씨도 바짝 타들어 간 잎만 바라보며 냉가슴만 앓고 있다.

녹색 빛깔을 곱게 띠어야 할 담뱃잎이 노랗게 변해 버렸다.

그는 "지난해보다 심하면 심했지 덜하지는 않은 것 같다"며 "옛날에는 이 정도까지 심하지 않았는데 최근 몇 해 동안 더욱 심해진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인근 밭 농작물의 상황도 비슷하다. 참깨와 옥수수 잎은 햇볕에 타들어 가 활력을 잃어버린 지 오래다.

산간지역에 있는 월용리는 유독 가뭄에 약하다. 그래도 올해는 장맛비가 내리지 않으면서 농작물 피해가 더욱 크다고 농민들은 입을 모았다.

29일 청주기상지청에 따르면 올해 들어 이날까지 충북에 내린 비는 288.5㎜로 지난해 238.9㎜를 조금 웃돌고, 평년의 303.3㎜에는 못 미친다.

영농철인 4월 이후 강수량은 224.1㎜로 작년 152.3㎜, 평년의 219.5㎜를 상회한다.

도내 762곳의 농업용 저수지의 저수율도 50.5%로 지난해 49%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통계만 놓고 보면 평년에 비해 올해 내린 비의 양이 적은 편은 아니다.

하지만, 6월 강수량을 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이달 들어 지금까지 청주에 내린 비는 39.7㎜로 평년 133㎜의 27%에 불과했다. 장맛비가 내려야 하는 계절에 오히려 물 부족이 극심한 마른장마가 계속된 것이다.

예년보다 일찍 시작된 불볕더위에다 제대로 된 관수시설이 없는 두메산골 농가의 농작물 재배에는 치명타가 됐다.

특히 많은 비가 내려줘야 할 장마철에 오히려 비가 내리지 않은 탓에 농작물 생육에 준 타격이 더욱 크다.

최주이 청주시 농업기술센터 지방농촌지도사는 "지난 24일 도내 전역에 비가 내리면서 물 부족 현상을 겪던 옥수수나 고추 등 노지 채소는 어느 정도 해갈이 됐지만 산간지역은 역부족"이라고 말했다.

강문민 괴산군 농업기술센터 지방농촌지도사는 "수분이 제대로 공급되지 않으면 농작물 생산량이 줄고, 상품성도 떨어진다"며 "진딧물부터 응해, 잎말이나방 등 해충까지 가세하기 때문에 농작물 관리에 특별히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vodcast@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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