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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유럽 분열→中東 분열→테러로 이어질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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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렉시트, 反세계화의 서막] [3·끝] 분열하는 지구촌공동체

남미 메르코수르 깨질 위기… NAFTA 경제블록 파기론도

브렉시트(Brexit·영국의 EU 탈퇴)로 지구촌에 지역 분열과 탈(脫)글로벌화 바람이 거세질 것이라는 전망이 잇달아 나오고 있다. 통합의 시대가 가고 각자 생존하는 고립주의 시대가 열린다는 것이다.

외신들은 영국이 EU를 탈퇴하면서 당장 중동의 분열과 민족주의적 갈등이 심화되고 테러 위협도 거세질 것으로 예상했다. 영국이 미국과 유럽 대륙을 잇는 징검다리 역할을 하며 이슬람국가(IS) 테러 대책과 중동 평화 협상 등을 주도해 왔는데, 이 같은 역할이 약화되면 중동이 더 큰 혼란에 빠질 것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IS는 브렉시트 직후인 지난 24일 자신들의 암호화된 메시지 서비스를 통해 '베를린과 브뤼셀을 테러해 유럽을 마비시켜라'는 지령을 내리기도 했다.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은 "영국의 차기 지도자는 국내 문제와 EU와의 새 협상에 집중하느라 중동 문제에 대해 제 역할을 하지 못할 것"이라며 "중동 정세가 한층 불안해질 수 있다"고 했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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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와 북미·남미 등지에서는 글로벌화에 대한 반발, 자국(自國) 우선주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사람·물자의 자유로운 이동을 보장해온 경제 블록들도 흔들리고 있다.

일본과 미국이 오랫동안 공들여 작년 10월 타결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은 미 정치권에서 재협상 요구가 이어지고 있어 출범도 하기 전에 빛을 보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당초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오는 11월 대선 직후 임기 중에 TPP 비준을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이었지만 이는 거의 불가능하다는 관측이다. 민주당 대통령 후보로 확정적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도 TPP 재협상을 시사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TPP가 아예 무산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표출되고 있다. 사카키바라 사다유키 일본 게이단렌(經團連) 회장은 "기업 성장에 가장 중요한 전제조건이 세계화"라며 "브렉시트로 내셔널리즘·보호주의 등 글로벌 경제 흐름과 정반대 움직임이 대두되는 것이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브라질·아르헨티나 등 5개국으로 구성된 메르코수르(MERCOSUR·남미 공동 시장)도 깨질 위기에 처해 있다. 2014년부터 무역분쟁 중인 브라질과 아르헨티나가 이달 들어서는 2012년 새로 가입한 베네수엘라의 퇴출 문제를 놓고도 격돌했다. 아르헨티나는 인권 탄압을 이유로 베네수엘라의 퇴출을 요구한 반면, 브라질은 이를 거부하며 맞서고 있다.

미국·캐나다·멕시코 간의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도 미국에서 파기론이 제기되면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로 확정적인 도널드 트럼프는 "NAFTA는 재앙"이라며 재협상을 하거나 협정을 파기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27일 "브렉시트가 통합된 자유시장에 불만을 가진 보호무역주의자들에게 힘을 실어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세계 주요 리더였던 영국이 '혼자 살겠다'고 경제 공동체를 뛰쳐나갔는데, 비슷한 사례가 더 나온다 해서 이를 비판할 수 있겠느냐는 논리다.







[최원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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