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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단독] 옥션 출품 천경자 스케치들 알고보니 ‘위작’ 의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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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서울옥션 29일 경매 앞두고 출품 철회

한겨레

서울옥션 경매에 천경자 화백의 미공개 작품으로 나왔다가 위작 의혹으로 출품이 취소된 ‘기행스케치-화문집'. 태평양 섬들의 이국적 풍광과 인물 등을 담은 스케치 모음이지만, 원본을 짜깁기한 위작이란 지적이 제기됐다. 서울옥션 제공


천경자, 이우환 작가의 위작 사건 수사가 사회적 논란을 빚고 있는 가운데 국내 최대 미술품 경매사인 서울옥션의 여름 경매에 나올 예정이었던 천경자 화백의 생전 스케치 작품 16점이 위작 의혹으로 출품이 취소된 사실이 드러났다.

서울옥션은 29일 서울 평창동 본사에서 열리는 40회 정기경매의 주요 출품작 중 하나인 천 화백의 ‘기행 스케치-화문집’(추정가 4억~6억원)에 대해 최근 작품의 진위를 둘러싼 문제가 제기돼 출품을 취소했다고 28일 밝혔다. 이 스케치들은 서울옥션이 천 화백의 다른 그림 ‘우수의 티나’ ‘오와하까’ 등과 함께 처음 공개한 작품이다. 지난 15~19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호림아트센터에 있는 서울옥션 강남사옥에서 전시됐으며, 경매도록에도 출품작으로 도판과 설명글이 실려 있다. 최윤석 서울옥션 상무는 “외부의 일부 전문가들이 진위가 의심스럽다는 의견을 보내와 내부 논의 끝에 출품하지 않기로 했다”며 “위작 결론을 낸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서울옥션 누리집의 출품작 목록에는 ‘로트(Lot)29’라는 출품작 번호와 함께 ‘현 작품은 출품이 취소됐다’는 표기를 볼 수 있다.

서울옥션 쪽 도록을 보면, ‘기행 스케치-화문집’은 64.8×46㎝ 크기의 채색 펜화 스케치 16점으로 이뤄져 있다. 천 화백이 1969년 이래 작품 구상을 위해 해외여행을 다니며 그린 스케치들을 1983년 6월 화집으로 묶어 만들었다는 설명이 붙었다. ‘타히티의 처녀’ ‘서사모아 추장의 딸과 함께’ 등 태평양 섬 지역 여인의 얼굴, 누드, 여행지의 일상·정취·풍광을 묘사한 그림들이다.

이 그림들을 살펴본 일부 전문가는 위작이 확실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이름을 밝히지 말아달라고 요구한 한 미술평론가는 “16점 모두 가짜다. 한눈에 봐도 원본의 필체나 형상을 여기저기 짜깁기한 흔적이 분명히 드러난다. 필치가 동일해 한 사람이 베껴 옮긴 것 같다”고 단정했다. 본떠 그린 원작의 이미지가 존재한다는 증언도 나왔다. 미술시장의 한 관계자는 “위작 가능성이 짙은 작품인데 내부 감정 과정에서 제대로 짚지 못한 것 같다. 서울옥션 쪽이 경위를 밝히고 사과를 표명하는 것이 타당해 보인다”고 말했다. 서울옥션 쪽은 이에 대해 “옥션 내부 감정위원들의 검증을 이미 거쳤지만 진위에 대한 이견이 제기된 만큼 작품 자체를 원점에서 재검토하려 한다”며 “내부 감정위원들의 이름은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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