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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빨리" vs "서두르지 마"… '이별 속도' 놓고 신경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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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영국 정상, 브렉시트 이후 첫 회동

세계일보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Brexit) 결정 이후 처음으로 EU와 영국 정상이 만났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28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리는 EU 회원국 정상회의 만찬에서 EU 지도부, 회원국 정상들을 상대로 브렉시트 결정 후 영국 상황과 향후 대책을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EU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전 브뤼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캐머런 총리는 “EU와 ‘건설적인 이혼’을 원한다”며 “가능한 유럽의 28개국이 긴밀해지길 희망한다”고 포문을 열었다. 이어 “영국은 EU를 떠날 것이지만 나는 그 과정이 가능하면 양국 모두에게 건설적이길 원하며 결과 역시 가능한 건설적이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캐머런 총리는 “우리가 EU를 떠나는 것은 유럽에 등을 돌리는 것이 아니다”며 “이들 (유럽) 국가들은 우리의 이웃이며 친구이자 동맹, 그리고 파트너”라고 설명했다. 이어 “나는 우리가 무역 협정, 안보 협력 등에서 가능한 가까울 방법을 찾길 희망한다”며 “왜냐하면 그것이 우리뿐만 아니라 그들에게도 좋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회의 이튿날인 29일에는 캐머런 총리를 제외한 EU 지도자들과 회원국 정상들이 비공식 회의를 열어 EU의 앞날을 두고 의견을 나눌 예정이다.

이번 정상회의에서 주목할 점은 브렉시트 첫 단추인 협상착수 시점이다. 브렉시트 결정 직후부터 EU와 영국 양측은 협상착수 시점을 놓고 양보 없는 신경전을 이어왔다. EU는 영국과 브렉시트 협상을 조기에 마쳐 다른 회원국들의 ‘도미노 이탈’ 가능성을 원천봉쇄하겠다는 생각이지만, 영국은 EU의 압박에도 협상을 서두르지 않겠다고 고집을 부리고 있다.

브렉시트 대응에 ‘신중한 태도’를 강조했던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이날 연방회의(분데스탁) 연설에서 영국 정부를 상대로 ‘단호한 태도’를 보이며 2가지 원칙을 제시했다. 그는 탈퇴서를 제출하기 전에는 어떠한 협상도 없다는 전날 EU 주요 3국 정상 간 합의사항을 확인했다. 영국만을 위한 예외적 특권은 절대 허락하지 않겠다고도 했다.

메르켈 총리는 자기에게만 유리한 ‘이기적 행동’(Rosinenpickerei·체리피킹)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며 캐머런 총리에 경고장을 날렸다. 이어 “가족에서 탈퇴하기를 원하는 누구라도 특권만 누리고 의무는 지지 않기를 기대할 수는 없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유럽의회 특별회의에 참석한 나이젤 파라지 영국독립당(UKIP) 대표는 “재미있지 않으냐? 내가 17년 전에 이곳에 와서 영국이 EU를 떠나는 캠페인을 이끌고 싶다고 말했다. 그때 모두가 비웃었다. 지금도 비웃느냐?”고 반문한 뒤 “영국이 유럽연합을 떠나는 마지막 국가는 아닐 것”이라고 빈정댔다.

이지수 기자 va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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