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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천황폐하 만세' 논란 커져도 반성 없는 KE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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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단한 기삿거리 잡았다고 생각하나 보다"

아시아경제

박광국 한국환경정책ㆍ평가연구원(KEI) 원장(출처=KEI 홈페이지)


[아시아경제 오종탁 기자, 손선희 기자] "'천황폐하 만세'로 대단한 기삿거리 잡았다고 생각하나 봐요."
27일 오후 국회 정무위원회 업무현황보고 속개를 앞둔 상임위원회 회의실에서 박광국(사진)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 원장은 다른 정부출연 연구기관장 서너 명에게 이같이 말했다. KEI는 최근 이곳 이정호 센터장이 워크숍에서 일(日)왕을 향한 '천황폐하 만세' 삼창과 각종 친일 발언을 해 논란의 중심에 선 곳이다.

이어 질의가 시작됐다. 첫 질의에 나선 김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KEI의 초기 대응이 부적절했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박 원장에게 "이 사건이 언론에 최초 보도된 시점이 23일인데, KEI의 진상조사 결과도 당일에 나왔다"며 "어떻게 몇 시간 만에 조사가 가능한가"라고 물었다. 이에 박 원장은 "우선 당사자(이정호 센터장)를 불러 진위 파악을 했다"고 답했다. '전혀 그런 사실이 없다'던 KEI 측의 진상조사 결과가 순전히 당사자 해명에 의존해 이뤄진 것이라는 점을 시인한 셈이다. 김 의원은 "추후 이런 일이 생긴다면 정확히 조사한 뒤 해명하라"고 지적했다.

KEI 측은 본질을 흐리는 답변으로 빈축을 사기도 했다. 김 의원이 "언론이 공개한 이 센터장의 녹취록에는 (당사자가) '송구스럽다'고 했는데도 왜 당일 조사도 않고 성급히 해명자료를 내느냐"고 목소리를 높이자 박 원장은 머뭇거리다 "(보도에) '국책기관'이 개최한 것이라 해서 그것에 포커싱(집중)해 조사했는데 전혀 그런 워크숍이 없어 일단 '이것은 없다'고 (해명)한 게 좀 있다"고 말끝을 흐렸다. 해당 워크숍이 연구원 내 센터임에도, '연구원 차원 워크숍은 아니었다'는 황당한 해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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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I의 임무와 기능ㆍ역할(출처=KEI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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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KEI는 언론사들에 "이 센터장이 1월1일 부임한 뒤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 열린 워크숍이나 세미나, 심포지엄, 토론회 등에 아예 참석하지 않았으며, 관련 출장 기록도 없다"고도 알렸다. 민병두 더민주 의원실이 이후 KEI 측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이 센터장은 임명 후 워크숍에 총 5번이나 참석했다. 워크숍 말고도 포럼에 2번, 세미나와 간담회에 각각 1번 얼굴을 내밀었다.

민병두 의원의 국회 업무현황보고 질의 과정에서는 이 센터장이 '동양척식주식회사(동척)의 마지막 사장이었다'고 주장한 그의 조부에 대한 언급이 나왔다. 민 의원이 "할아버지에 대해 어떻게 기억하느냐"고 묻자 문제 발언의 당사자인 이 센터장은 "내가 태어났을 때 할아버지가 (나이가) 예순이어서 정확히 모른다"고 답했다.

'집안에서 할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를 전혀 하지 않았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며 추가 질의가 이어지자 이 센터장은 그제야 "(일제시대에) 금융 쪽에 있었다고 들은 적이 있다"고 털어놨다. 민 의원은 "일제시대 때 금융기관이면 농협과 동척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센터장이 평소 밝혀온 대로 조부의 '동척 근무'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이 센터장은 부친이 '하나회' 핵심멤버 출신의 이종구 전 국방부 장관이 맞느냐는 질문에는 "네"라고 짧게 답했다.

아울러 "1월 대부도 워크숍에 참석한 적이 있나"라는 민 의원의 질문에도 "네"라고 인정했다. 이 자리에서 간단한 만찬과 함께 음주를 했느냐는 질문에도 "그렇다"고 시인했다. 해당 워크숍은 이 센터장의 '천황폐하 만세 삼창' 발언이 있었을 것으로 유력시되는 곳이다.

김관영 국민의당 의원은 소관 부처인 국무조정실을 향해 "이 사건이 터진 이후 사실 왜곡이나 초기 적절치 못한 대응으로 국민적 불신이 가중되고 있다"며 "국조실 감사가 제대로 이뤄질 수 있도록 해 달라"고 촉구했다. 국조실 감사는 지난 25일부터 시작됐다. 현장에 있던 이석준 국조실장은 "그렇게 하겠다"고 약속했다.

오종탁 기자 tak@asiae.co.kr
손선희 기자 shees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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