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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즐기는 스포츠의 힘①] "한국 축구는 힘든 노동…스페인 축구는 즐기는 예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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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틸리케 축구대표팀 감독의 돌직구

학교에선 승리하는 법 가르칠 뿐

축구를 즐기는 법 가르치지 않아

한국축구 근본적으로 달라지려면

유소년 키우는 방식부터 바꿔야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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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성남FC 대 성균관대의 FA컵 16강전이 열린 22일 탄천종합운동장. 이날 경기에서 더 큰 박수를 받은 팀은 0-2로 패한 성균관대였다. 처음 접하는 낯선 환경에서도 물러서지 않고 프로 형들에 당당히 맞섰다.

설기현 감독이 이끄는 성균관대는 지금 한국 축구의 변화 가능성을 실험하는 팀이다. 결과 보다 과정에 집중하는 ‘즐기는 축구’로 주목받고 있다. 성균관대 축구부는 세 가지가 없다. 단체훈련, 주말훈련, 단체 아침식사다. 물론 단체훈련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대신 하루 1시간 10분 이내만 한다. 그 외 시간은 선수가 개인훈련으로 메운다. 선수 스스로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기 위해 노력한다.

주말훈련은 완전히 없앴다. 대신 휴가를 준다. 쉴 때 잘 쉬어야 한다는 것이 설기현 감독의 생각이다. 아침식사도 원하는 선수만 하도록 했다. 늦잠 자고 싶은 선수는 계속 자도 된다. 선수 자율에게 맡기는 것이다.

선발 명단을 정할때나 선수 교체시에도 선수들 의견을 적극 반영한다. 선수의 몸상태는 선수 본인이 가장 잘 안다는 생각 때문이다.

물론 시행착오도 있다. 선수들 스스로 아직 ‘자율’이라는 단어가 어색하다. 당연하다. 어릴적부터 강압적이고 엄격한 분위기에 익숙하기 때문이다.

2002년 한일 월드컵 스페인전 결승골의 주역이었던 설기현 감독은 2015년 은퇴 후 곧바로 성균관대 지휘봉을 잡았다. 성균관대는 대학 무대에서도 그저그런 중위권 팀이었다. 지휘봉을 잡자마자 1년 만에 팀이 달라졌다. 2015년 U리그 왕중왕전 준우승을 차지한데 이어 올해는 프로와 아마가 모두 출전하는 FA컵에서 16강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설기현 감독은 적어도 선수들에게 ‘축구의 즐거움’을 알려주고 싶었다. 유럽에서 오래 뛰면서 ‘축구는 스트레스가 아닌 즐거움’이라는 것을 누구보다 깨달은 그였다. 오랜 시간 굳어진 엘리트 체육의 틀 안에서 변화는 쉽게 찾아오지 못했다. “이 방식이 실패해도 너희들을 탓하지 않겠다. 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 하지만 이게 옳다는 걸 너희들이 증명해줬으면 좋겠다”

울리 슈틸리케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은 이달 초 스페인과의 유럽 원정 평가전에서 1-6으로 패한 뒤 “한국 축구가 힘들게 뛰어다니는 노동이라면 스페인 축구는 창조하며 즐기는 예술이다”고 지적했다.

지금도 유소년 축구 현장에 가보면 지도자들의 호통과 욕설이 난무하다. 선수들은 주눅든 채 실수하지 않으려 애쓴다. 강압적인 분위기에서 창의적이고 발전적인 플레이가 나올 리 없다.

즐기는 축구. 15년 전 거스 히딩크 감독도 지금의 슈틸리케 감독과 같은 말을 했다. 하지만 눈앞의 승리에 취해 한 귀로 흘려버렸다. 한국 축구가 설기현 감독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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