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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美 대학 진학이 뭐길래 ②] ‘비뚤어진’ 자식사랑…브로커 사기에 가슴앓이만 하는 학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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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TㆍACT 시험문제’ 판매한다는 브로커 공공연 활동…초조해진 학부모 노린 사기

-美 대학 신입생 모집 명확한 이해 필요…“SATㆍACT 점수없이 갈수 있는 대학 많아”



[헤럴드경제=박세환 기자] #. 서울 강남의 한 유명 미국 대학 진학 전문학원 강사 A 씨는 올초 아들의 미국 대학 진학을 준비 중인 한 학부모에게 황당한 제안을 받았다. “미국 대학 입학자격시험인 SAT와 ACT 문제가 돌고 있다는데 선생님이 문제를 구해주면 사례는 톡톡히 해드리겠다”는 것. A 씨는 거절했지만 그 학부모는 소문에 떠돌고 있는 브로커의 이름을 얘기하며 그 사람을 연결해줘도 돈을 주겠다고 했다.

헤럴드경제

미국 대학 진학을 준비하는 학부모들을 대상으로 한 시험 유출 사기 행각이 횡행하고 있다. 사진은 관련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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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딸을 미국 대학에 진학시킨 학부모 B 씨는 지난해 3월 SAT 기출 문제가 판매된다는 소식에 같은 학원 학부모 3명과 각 1200만원씩 모두 4800만원을 들여 브로커로부터 SAT 기출문제를 구매했다. 하지만 시험을 치른 자녀들은 시험에 아무런 도움이 안됐다고 했다. 한참을 지난 뒤에야 그 시험 문제가 가짜인 SAT 시험 사기인 것을 알게 됐다. 그러나 자칫 미국 대학에 진학한 자녀에게 해가 될 수 있다는 생각에 신고할 수는 없었다.

지난 2008년 이후 9년동안 SAT(Scholastic Aptitude Test) 문제 유출 의혹과 그 사실이 잇따라 제기된 가운데 올해는 ACT(American College Test) 문제마저 사전 유출됐다는 소식에 미국 대학 진학을 준비 중인 학부모들이 ‘멘붕’에 빠져 있다. 업계에선 대부분이 진학에 조급해진 학부모들을 대상으로한 사기행각이라며 주의를 당부하고 있다.

실제로 SAT학원이나 ACT학원 강사에게 기출 문제나 ‘○월 문제’가 돌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며 구매 의사를 밝힌 학부모들이 많다고 한다. A 강사는 “시험이 다가올수록 초조해진 학부모들이 계속해서 시험 문제를 구해줄 수 있냐는 문의를 해오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구할 수도 없을 뿐더러 사기일 수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고 했다.

B 강사 역시 올초 SAT나 ACT 문제를 구할 수 있느냐는 문의를 일부 학부모에게 받았다. B 강사는 “실제 시험 문제가 돌고 있다는 소문은 들었지만 어느정도 신뢰할 수 있는지 모르는 상황인데 학부모들은 수천만원을 제시하며 문제를 구해달라고 해 당황스러웠다”고 했다.

SATㆍACT 학원업계는 3년 전 SAT 문제 유출 파문으로 인해 미국 대학 입학 시험 유출 총책이 사라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때문에 지금 활동 중인 시험 유출 브로커들의 문제는 기출문제 등을 모아놓은 가짜라며 ‘점수 욕심’에 빠진 학부모들이 사기 대상이 되고 있다고 했다.

표준화시험인 SAT와 ACT는 미국 대학들이 학생을 선발하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한 요소 가운데 하나다. 표준화시험은 학교별로 학생들의 수준이 다른 상황에서 동일한 잣대로 학생들의 학업 성취도를 평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미국 대학 입시에 대한 학부모들의 이해 부족으로 학원들의 상술과 시험 유출 사기 행각에 노출돼 있다고 지적한다. 미래교육연구소 이강렬 박사는 “시험 유출 의혹과 사기사태가 끊이지 않는 요인 중 하나는 학부모들의 미국대학 입시에 대한 이해 부족과 부정이라도 저질러서 자식을 좋은 대학에 보내겠다는 과잉 자식 사랑 때문”이라며 “‘학력고사 세대’인 학부모들이 SAT, ACT 점수가 미 명문대에 합격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는 왜곡된 정보를 갖고 있어 경제적 어려움에도 자녀들을 여름방학 때 수백만원씩 들여 관련 학원에 보내고 있다”고 했다.

일부 전문학원들의 모럴해저드도 한 요인이다. 그동안 몇몇 학원들은 끊임없이 SAT시험을 유출해왔거나 유출 시도를 해왔다. 이들은 돈 되는 일이라면 ‘시험지 도둑질’이라도 하는 저급한 ‘교육 장사꾼’들이다. SAT, ACT 점수가 낮으면 미국 대학에 합격할 수 없다는 ‘공포 마케팅’으로 학부모들을 붙잡은 뒤 부정한 방법으로 ‘대박’을 노린다는 것이다.

이강렬 박사는 “이번 ACT 시험 취소 사건을 계기로 미국 대학에 자녀를 보내려는 학부모들이 미국 대학 신입생을 선발 방식을 명확하게 이해하고 SAT, ACT 점수 올리기에 올인하지 않았으면 한다”며 “미국 대학이 SAT, ACT 점수만으로 선발하지 않고 포괄적(Holistic) 사정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SAT나 ACT 점수 없이 내신과 토플, 자기주도학습 활동으로 갈 수 있다”고 조언했다.

gre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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