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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브렉시트가 굴린 '트럼프'… 회의론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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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린턴 지지율, 첫 두자릿수 앞서… WP·ABC방송 조사 51% 대 39%

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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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공화당 대선후보로 사실상 확정된 도널드 트럼프가 지지율 침체 늪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다.

26일(현지시간) 발표된 워싱턴포스트(WP)·ABC방송의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대선후보 지위를 굳힌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51%의 지지율로 39%에 그친 트럼프 후보를 크게 앞섰다. 지난해 9월 이후 실시된 WP·ABC방송 여론조사에서 클린턴 전 장관이 트럼프 후보를 두 자릿수 격차로 앞선 것은 처음이다.

이번 조사에서 유권자의 64%는 ‘트럼프의 대통령 자격이 충분하지 않다’고 답변했다. WP는 “트럼프 후보는 스스로 여러 논란을 야기했다”며 “공화당 전당대회를 3주 앞둔 현재 트럼프의 자질에 대한 의구심이 여론조사에서 재확인됐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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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올랜도 테러 직후 무슬림 입국 전면 금지 공약을 다시 꺼내들면서 인종 차별 논란을 가열시켰다. 테러 직전에는 ‘트럼프 대학’ 사건을 심리하던 멕시코계 연방판사에 대해 인종차별 발언을 퍼부었다. 브렉시트 사태에 직면한 24일 트럼프는 자신의 스코틀랜드 턴베리 골프장을 찾아 “(브렉시트로) 파운드 가치가 떨어지면 솔직히 더 많은 사람이 여행이나 다른 일로 턴베리로 올 것”이라고 발언, ‘대선 후보라기보다는 사업가’라는 구설에 올랐다. 클린턴 전 장관은 즉각 “트럼프 후보가 이번 사태를 사업 기회로만 활용하려고 골몰하고 있다”고 공격했다. 클린턴 전 장관은 26일 공개한 선거캠페인 광고에서 “대통령은 전 세계적인 국면에서 시험대에 올라야 하는데 트럼프는 자신의 골프코스가 어떻게 이득을 얻을지만 생각한다”며 “불안한 시대에 불안한 대통령은 안 된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공화당을 단합시키기보다는 내분을 사실상 방치하는 듯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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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드만삭스 사장 출신으로 조지 W 부시 공화당 정부에서 재무장관을 지낸 헨리 폴슨은 25일 WP 기고문에서 “정당보다 국가를 생각해야 한다”며 클린턴 지지를 선언했다. 그는 “우리는 포퓰리스트(트럼프 후보)가 미국의 위대한 정당 중 한 곳을 납치하는 모습을 보고 있다”며 “모두 함께 ‘트럼프는 안 된다’고 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수논객으로 공화당의 대표적인 이론가인 조지 윌은 “지금의 공화당은 나의 당이 아니다”며 공화당 탈당을 공식 선언했다.

공화당 하원 원내대표인 미치 매코널은 이날 ABC방송에 출연해 ‘트럼프가 대통령이 될 자격을 갖췄다고 생각하느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미국민이 판단할 것”이라면서 “대통령직을 수행할 수 있다고 미국민에게 확신을 줘야 하는 짐을 트럼프가 지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후보는 공화당 내에서조차 환영받지 못하는 공약들에 대한 수위 조절에 나섰다.

트럼프는 지난 25일 영국 스코틀랜드에 있는 자신의 골프코스에서 언론과 인터뷰를 한 자리에서 “무슬림 입국 금지는 테러리스트와 연계된 국가들로 국한될 것”이라고 말했다. 기존의 무슬림 입국 전면금지 공약을 완화할 수 있음을 시사한 발언이다. 미국 내 불법이민자 1100만 명을 모두 추방하겠다는 기존 주장에 대해서도 “나는 대량 추방(mass transportation)이라고 부르지 않으려고 한다”면서 “나의 이민정책은 ‘마음’(heart)을 갖고 있다”고 톤을 낮췄다.

워싱턴=박종현 특파원 bal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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