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3.29 (금)

반바지 입고 회의는 1시간 이내로.. 이재용式 '스타트업 삼성'

댓글 4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구글·페이스북 같은 글로벌 선도기업 문화 벤치마킹

임직원간 '~님" 호칭.. 수평적 호칭문화 도입

습관성 잔업·특근 근절.. 조직문화 혁신 본격화

이데일리

[이데일리 이진철 기자] 삼성전자(005930)가 이재용 부회장의 ‘서구식 실용주의’ 경영철학을 바탕으로 조직문화 혁신을 위한 새로운 인사제도를 시행한다.

지난 3월 ‘컬처 혁신’을 선포한 연장 선상으로 스타트업(Startup)의 빠른 실행력과 소통문화를 조직 전반에 뿌리내리도록 하겠다는 실행의지가 반영됐다.

재계는 이건희 회장의 장기 와병으로 아들인 이재용 부회장이 경영 전면에 나선 상황에서 이 같은 시도가 ‘새로운 시대의 삼성’을 알리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 직급체계 단순화.. 수평적 호칭문화 도입

삼성전자의 새로운 인사제도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임직원 간 공통 호칭을 ‘○○님’을 사용해 수평적 호칭 문화를 조성키로 한 것이다. 다만 팀장, 그룹장, 파트장, 임원은 직책으로 호칭한다.

호칭 통일 제도를 먼저 시작한 CJ그룹은 2000년부터 ‘님’ 호칭 제도를 도입했다. 공식 석상에서 이재현 회장을 부를 때도 ‘이재현 님’이라고 부른다.

삼성전자는 회의문화·보고문화 개선, 불필요한 잔업·특근 근절, 계획형 휴가 정착 등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효율적 회의문화를 만들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인원만 참석해 자유롭게 의견을 내고 회의의 결론을 도출해 이를 준수하는 회의 문화를 확산한다는 계획이다. 회의는 참석자 최소화, 1시간 베스트(Best), 전원 발언, 결론 도출·준수 등이 권장사항으로 제시됐다.

빠른 의사결정과 실행력 강화를 위해 직급단계를 순차적으로 거치는 대신 ‘동시 보고’를 활성화하고, 형식에 치우치지 않고 간결하게 핵심 내용을 전달하는 ‘스피트 보고문화’ 정착에도 나선다.

상급자의 눈치를 보며 퇴근하지 않는 눈치성 잔업, 불필요한 습관성 잔업, 특근을 근절하고 직원들이 연간 휴가계획을 사전에 자유롭게 수립해 충분히 재충전할 수 있는 계획형 휴가문화도 만들기로 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4월부터 한 달에 한 번, 특정한 날을 하루 정해 오후 6시가 되면 모두 퇴근하도록 하는 ‘패밀리 데이’를 시행하고 있다. 한 달에 하루 만이라도 야근하지 않고 일찍 퇴근해 가족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라는 것이다.

이외에도 올해 하절기부터는 임직원 편의를 위해 기존 주말에만 허용되던 반바지 착용도 가능해지는 등 스타트업 기업처럼 근무복장도 자율화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시대 흐름에 맞지 않는 사고방식, 관행을 과감히 떨쳐내고 스타트업 기업처럼 빠르게 실행하고 글로벌 기업에 걸맞는 열린 소통의 문화를 지향하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 한국식 상급자 중심 서열문화 극복 관건

삼성전자의 이번 인사제도 개편은 IBM과 구글, 페이스북 등 글로벌 선도기업들이 자율적이고 수평적인 기업문화를 바탕으로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적극 발굴하고 사업화에 나서고 있는 것을 벤치마킹한 것이다.

최근 재계에서는 급변하는 경제환경 속에서 일하는 방식과 문화를 바꾸는 것이 중요하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서열파괴·인사혁신 바람이 불고 있다.

LG전자는 내년 시행을 목표로 진급·평가제도 혁신작업을 진행 중이다. 현재 기존 5직급 호칭을 유지하면서도 파트장, 프로젝트 리더 등을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임직원의 일과 생활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팀장 없는 날, 회의 없는 날, 플렉서블 출퇴근제, 안식 휴가제 등도 도입했다.

SK하이닉스는 정기승진을 폐지하고 인사 마일리지 제도를 통해 마일리지 점수 누적에 따른 승급 체계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삼성전자의 직원 수가 10만여명에 달하는 상황에서 단기간에 스타트업와 같은 기업문화 정착이 가능할 지 예단하기 어렵다는 예상도 나온다. 한국식 상급자 중심 문화가 사회전반적으로 여전한 상황에서 이른바 공룡조직인 삼성전자의 서열시스템이 바뀔 지 회의적인 시각도 제기된다. 실제로 KT의 경우 2009년 매니저 제도를 도입했지만 2014년 사원, 대리, 과장, 차장, 부장의 5단계 직급과 호칭을 부활시켰다.

재계 관계자는 “비효율적 회의와 상습적인 야근, 상명하복식 업무지시 등의 기업문화로는 창의적인 성과창출을 가능케 하는 ‘지속성장 DNA’ 확보가 어렵다”면서 “기업문화 혁신을 위해서는 최고경영자(CEO)의 인식과 의지가 절대적으로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데일리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